함께한 이들과 회포를 풀되 절제하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上九 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失是
象曰 飮酒濡首 亦不知節也
상구 유부우음주 무구 유기수 유부실시
상왈 음주유수 역부지절야
-믿음이 있어 술을 마시면 허물이 없지만 머리를 적실 정도가 되면 믿음이 있어도 옳음을 잃게 될 것이다.
-술을 마셔 머리까지 적시는 것은 절제를 모르는 것이다.
상구는 외괘 리괘의 체體에 있으며 육삼과 정응하고 육오와 상비하니 여기에서 '유부'의 상이 나옵니다.
'우于'는 동사로 쓰여 '특정한 동작을 하다, 행하다'의 뜻을 갖습니다. '우음'이니 마시는 행위를 하는 것이고 '우음주'이니 술을 마시는 것이지요. 상구가 동하면 외괘가 진괘로 변하니 여기에서 '우음'의 상이 만들어집니다. 덕이 큰 육오 리더,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준비를 갖추고 대의를 추구했던 육삼과 더불어 외호괘 감괘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유부' 곧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더불어 잔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왜 술을 마시는 것일까요? 호괘가 63괘 수화기제괘이니 '건너지 못하는 때'인 화수미제의 시기에 물을 건넜습니다. 모든 효가 실위했으니 각 개인은 저마다 부족함이 있고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일을 하는데 있어서 어색하고 편치 않은 형편이지만 이를 서로 간의 조화와 협력을 통해 극복했으니 다 함께 성취를 축하하는 것입니다. 상구가 동하면 지괘가 40괘 뇌수해괘이니 어려움이 모두 해소되었기 때문입니다.
'유기수'는 초육 효사의 '유기미'에 대응하는 표현입니다. 초육이 여우의 꼬리인 것처럼 상구는 여우의 머리에 해당하지요. 머리가 젖을 정도라는 것은 술을 마셔도 너무 마신 것입니다. 상구가 동할 때의 외괘 진괘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마시는 상이 나옵니다.
주역이 말하는 변화의 이치를 떠올린다면 모두 모여 함께 기쁨을 만끽하는 이런 시간도 영원할 수 없습니다. 순간을 즐기되 도를 넘으면 좋지 않은 것이지요. 예를 들어 매출 목표를 달성한 기념으로 회사가 금요일 낮부터 1박 2일 동안 성대한 파티를 여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지만 만일 며칠씩이나 파티를 이어가면서 다같이 고주망태 상태로 지낸다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是'는 명사로 쓰여 '옳음'의 뜻을 갖습니다. 해(日)와 바름(正)의 합자이니 내호괘와 외괘 리괘에서 나오는 글자입니다. 입안으로 술을 들이부어 몸속을 차곡차곡 채우다가 마침내 머리까지 차오를 정도가 되었으니 이성이 마비됩니다. 리괘의 빛이 내괘와 외호괘 감괘의 어둠에 완전히 장악 당하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바른 것인지, 무엇 때문에 모여서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는지 분간이 안 되는 것이지요. '실시'의 의미입니다.
공자는 이를 절제할 줄 모르는 탓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절제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60괘 수택절괘에서 살펴 본 바 있습니다. '관절, 마디'의 개념인 절節에 대한 사유를 떠올린다면 우리는 수택절괘가 크게는 '선천에서 후천으로의 전환'을 상징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