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부른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왜 먹을 것이 없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 부른다. - 돔 헬더 카마라
비가 떠난 자리에 추위가 당도했다. 대륙에서 달려온 바람은 서걱거리며 병사들의 허술한 옷을 이리저리 베고 다녔다. 숯이 담긴 화로를 경계 초소마다 배치하도록 명했다. 고뿔에 걸린 병사들이 격리되어 있는 막사에도 빠르게 화로가 놓였다.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게 신경쓰도록 특별히 일렀다.
바람이 나의 왼쪽 허리춤에 찔러 넣은 한기가 칼끝처럼 뼛속 깊이 들어와 박혔다. 의원이 여러 번 침을 놓고 나서야 겨우 한참만에 스스로 몸을 일으킬 정도가 되었다. 육체는 시들어 가고 있었다. 바깥 바람을 너무 오래 쐬지 말라고 의원은 신신당부했다. 부장들의 걱정 어린 눈빛이 자주 허리에 와 닿았다. 붕대로 허리를 단단히 압박하여 감은 후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프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후에 전령이 와서 장군 대갈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역을 저지르고 사형을 언도 받았던 그는 정치적 계산에 의해 사면 받았다. 그는 살았지만 그의 삶은 죽은 것이었다. 찬탈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고문하고 죽였던 사람은 너무도 많았다. 대갈은 참회하지 않았다. 때마다 자신을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는 자들에게서 그는 자기 삶의 정당성을 확인 받았을 것이었다. 대갈은 죽었지만 대갈은 죽지 않았다. 대갈을 흠모하는 자들은 여전히 세상에 넘쳤다. 대갈은 죽었지만 그의 죽음은 산 것이었다.
병사들과 백성들이 온 힘을 다해 척박한 땅을 개간하여 마침내 수확했을 때 박종 임금은 한양의 군사들을 보내 농작물의 칠할을 거두어 갔다. 나는 그 곡식이 수군을 먹일 군량이자 남도 백성들의 목숨줄이라고, 절반만이라도 남겨 달라고, 책임자인 훈련도감 중군에게 말했다. 그는 어명을 어길 셈이냐며 짐짓 비열한 웃음을 입가에 흘리면서 떠났다. 박종은 재물에 환장한 자였다. 그는 쥐새끼처럼 모든 재물과 물자를 긁어 모았다. 그에게 돈은 생의 이유와 같았다. 그는 조선팔도를 넘어 타국으로까지 재물을 빼돌렸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지금에도 재물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박종도 때마다 대갈을 찾아 머리를 조아린 자들 중의 하나였다. 힘으로 누르고 빼앗기 위해 권력을 탐하고 쟁취했던 자들은 그렇게 서로를 지키면서 저들만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악랄했다.
가난한 백성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기를 평생 바랐던 노종을 박종은 죽였다. 사헌부는 박종의 망나니가 되어 칼춤을 추었다. 유노 소쿠요루는 망나니 중 하나였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그의 말은 오만방자함의 다른 표현에 불과했다. 재물과 권력을 독점해 온 자들은 어려운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돌려주려는 임금들을 공격했고, 월종 임금에게 중용된 유노 소쿠요루도 그들과 한패였다. 그들은 어리석은 백성들을 세뇌하여 자신들의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 그래서 훌륭한 임금들은 백성들을 위한 선한 일을 하고도 자주 욕을 먹었다. 이 땅에서, 선과 정의는 늘 위태로운 것이었다.
박종이 통제영의 곡식을 약탈해 가던 날, 병사들은 분노했고 백성들은 길게 통곡했다. 하지만 우리는 버텨 냈다. 세상은 그렇게 버텨지는 것이었다.
밤새 나는 긴 신음 끝에서 몇 번이고 혼절했다. 첫 닭 울음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아랫목이 쩔쩔 끓고 있음을 알았다. 이마에는 차가운 물수건이 얹혀 있었다. 허리뼈에 박혔던 한기가 녹아 흐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