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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02.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16>-이단異端


子曰 攻乎異端 斯害也已

자왈 공호이단 사해야이


-공자가 말했다. "이단에 빠지는 것, 이것은 해로울 뿐이다."



공功은 전공專攻 곧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호乎의 쓰임을 살려 '공호이단'을 해석하면 '정통에서 벗어난 이단에 빠지는 것'이 됩니다. 


공자의 시대에 공자가 지목한 이단이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한 것은 유가 연구자들에게 맡길 일이지요. 우리는 이 대목을 오늘날의 공부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를 해롭게 하는 이단으로부터 멀리 위치해야 하는 까닭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절이나 대웅전 뒤로 이어진 산을 오르면 조그만 산신각을 만나게 됩니다. 산신각에 오를 때마다 저는 서로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았던 수행자들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져 따뜻해집니다. 산신각을 짓고 제사를 올리는 큰 스님의 마음속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산에 터를 잡고 도량을 지으려 하니 산의 주인인 산신이시여, 허락해 주소서.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길 기원합니다."  


마을 어귀마다 세워져 있던 장승처럼 무속은 풍속이자 신앙으로 옛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아 증명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는 성숙한 자의 것이지요. 자기 믿음을 절대시하여 타 종교를 폄훼하고 배격하는 자세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생활에 국한되어야 하지요.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종교나 무속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개인이 자신의 운명을 이해하고 그것을 지혜롭게 운영하기 위해 명리학을 공부하여 사주를 보고 주역을 공부하여 하늘의 뜻을 묻는 것과 공적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무속인에게 의존하는 것은 천양지차의 일이지요. 학문이나 사상, 종교가 인간의 주체성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 그것은 이단이 되기 쉽습니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최상위 종교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돈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단성이 또아리를 틉니다. 예를 들어, 연간 수십 억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자랑하면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을 자극적으로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대중의 심리를 다루는 데 능한 이들은 책과 강연, 프로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추종자들을 모으고 그들로부터 더욱 많은 수입을 올리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들의 분야는 독서법, 글쓰기, 마케팅, 세일즈, 브랜딩, 심리학 등이 접목된 자기계발 영역을 두루 아루릅니다. 아이디어를 통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수요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요. 그러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난을 죄악시하거나 심지어 정신병 취급하는 과격한 언사의 사용조차 거리낌없이 구사하는 자들은 위험해 보입니다. 가스라이팅의 전형적인 유형을 닮아 있지요. 성공 지상주의, 모든 노력과 행위를 돈이라는 결과물로 연결시키는 극단적 실용주의, 타인을 성공의 도구로 인식하는 천박한 이기주의 등이 그들의 논리에서 확인됩니다.   


모든 인간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법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발명한 개인이라면 인류의 최고 지도자로 삼아야겠지요. 사람마다 지적, 신체적 능력이 저마다 다르듯 부를 일구는 역량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고 사회구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정책이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요, 그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의 철학과 국민의 참여가 중요한 것이지요.    


이단에 빠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이란 근거 없는 자기애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지혜를 확보할 때 자연스럽게 구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혜를 얻기까지 수반되는 정도正道의 공부와 노력을 담담히 감내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무속이 판치는 국정 운영이 나라를 발전시킬 것으로 믿는 것, 타인의 인위적 법칙이 '나'를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믿는 것이야말로 정신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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