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라, 너의 세상으로, 너의 사람 곁으로.
구름 위에서 구름 아래의 인간 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태양은 뜨고 태양의 입김에 구름은 흩어진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내려가는 일 역시 평탄치 않았지만 칠흑의 밤을 거슬러 오르는 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함께 올랐고 생과 사의 경계에서 무사히 함께 살아 돌아왔기에 다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서로의 몸을 바라보는 일은 사랑스러웠다.
나는 떠올렸다. 21세기가 간절히 원했기에 이 세상을 살고 있다던 노래 속 사내의 당당한 자존감을. 나는 내려감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나의 이상을 향해 오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함께 걷는 한 외로울 것도, 걱정할 것도 더는 없을 것이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킬리만자로는 인간 세계에 존재할 이유가 없었다. 인간의 용기와 인간의 도전에 말없이 눈을 감고 돌아앉는 킬리만자로의 낮은 어깨를 나는 보았다. 나는 그 어깨를 닮아갈 것이다. 서로의 가슴 속으로 들어갈 용기와 서로의 가슴을 열어줄 용기가 만날 때 우리는 같은 세계의 동시대를 나란히 걷게 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함께 오를 것이고 함께 내려갈 것이다. 나의 어깨는 낮아질 것이다.
만다라 산장에서 하산 중인 네덜란트 사람들과 히딩크를 위해 함께 기념 촬영.
들어가는 문은 나가는 문이 되어 있었다. 지금도 가끔 나는 이 친구들이 그립다.
아루샤시로 돌아가는 길에 신비한 자태를 드러낸 킬리만자로. 신선이 사는 곳. 킬리만자로를 일터 삼아 수없이 오르내리는 저 친구들이 바로 신선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구름 위에서 살지 않는다. 나는 잠시 신선의 집에 다녀온 것이다.
인간의 땅에서 인간이 신선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땅에 뿌리박고 사는 것이야 말로 인간의 길이다.
수고했다고 말하는 탄자니아 노을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자꾸만 목이 메었다.
레이크 만야라(Lake Manyara)의 광활한 풍경.
하마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덥지 않았다.
새는 맘껏 날개를 펴고 날았고, 나는 자유인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다.
대자연의 작은 일원일 뿐, 인간은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
다시 내려올 길을 고통을 무릅쓰고 기어이 오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결국 죽어 흙으로 돌아갈 인생길을 굳이 끝내지 않고 견디며 나아가는 연유는 무엇인가.
킬리만자로에는 당신의 한계를 지적하는 자연의 날카로운 지시봉이 있다. 그러나 그 끝이 가리키는 것은 동시에 드높아진 당신 인생의 베이스 캠프에 다름 아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당신의 내일이 새롭게 출발한다. 지금의 당신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빛나는 당신의 모습과 마주하여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을 향한 비상의 날갯짓을 할 수 있다면 계산하지 말고 훌쩍 떠나 보라. 일상의 번민들에서 멀어져 하늘과 땅과 별과 흙의 냄새를 맡으며 문득 두 눈에 영롱한 눈물이 고인다면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킬리만자로에 오길 잘했다는 사실을. 황폐한 땅에서 외롭게 얼어간 표범이 아니라 풀의 체온을 배운 사람이 되어 당신을 간절히 원하는 그 사람들 곁에서 오랫동안 낮은 어깨로 기꺼이 머무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음을.
나는 킬리만자로를 향해 다시는 발을 내딛지 않을 것이다. 내 뒤에서 킬리만자로는 부드러운 바람으로 등을 밀었다. "잠시 신선이 되어 보았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가라, 가서 너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라. 그것이 네가 할 일이다." 당신만의 킬리만자로를 만나기 바란다. 당신에게만 들려주는 킬리만자로의 따뜻한 음성을 듣기 바란다. 당신의 아름다운 비상을 기원한다. 그 비상 위로 언제나 별빛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킬리만자로 여행 Tip'이 마지막편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