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여행을 위한 Tip
기본적으로 여행사에서 필수 물품리스트를 제공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다만 여행사에서 알려주지 않는 몇 가지 중요한 팁을 말해 주고자 한다.
-반바지와 반팔, 많은 속옷들, 스패츠는 필요없다. 별로 덥지 않다. 속옷을 매일 갈아 입지 않게 된다. 호텔에서 빨아 말리면 되니 최대 3개의 속옷과 한 벌의 가벼운 트레이닝복만 있으면 충분하다. 신발 속으로 화산재가 들어가는 일은 없으니 스패츠를 절대 챙기지 마라. 다 쓸데없는 짐이 된다. 대신 두꺼운 다운점퍼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나는 보온성 좋은 내의를 두 개 껴입고 그 위에 스웨터, 얇은 노스페이스 패딩, 그리고 봄가을용 윈드스토퍼를 입었는데 얼어죽을 뻔 했다. 보온성 좋은 파타고니아 플리스와 쪄 죽어도 좋다 싶을 정도의 방한용 점퍼를 꼭 챙겨가야 한다. 춥다. 침낭도 두터운 것으로 준비하기 바란다.
-우비를 꼭 챙겨라. 킬리만자로의 날씨는 평지와 다르다. 변화무쌍한 기운이 언제 당신을 향해 비바람을 몰아칠 지 모른다. 체온을 유지하라.
-물통은 배낭에 들어가는 3리터짜리 워터백으로 준비하라. 배낭에 주렁주렁 물통을 달고 걷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고 한다.
-비아그라를 처방 받아 가라. 타이레놀을 충분히 준비하라. 이뇨제의 부작용을 겪은 자로서 그 고통이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고 싶다. 비아그라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두통은 고산증의 시작이다. 머리가 아프지 않은 한 당신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
-1달러, 5달러, 10달러 짜리를 충분히 준비하라. 호텔에서 1달러를 팁으로 지불해야 할 상황은 매우 잦다. 상점에서 1달러로 생수를 구입할 경우도 많다. 1달러로 킬리만자로 생수 2리터와 500ml를 구입할 수 있지만 만일 1달러 지폐가 없으면서 당신이 영어 구사에 능숙하지 못할 경우 물의 양은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5달러와 10달러 지폐는 당신에게 큰 도움을 준 가이드와 포터에게 팁을 줄 때 용이하다. 이왕이면 10달러를 주라. 5달러 지폐는 현지 기념품 가게에서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작은 돈이지만 남에게 빌리지 말라. 미리 준비하라. 당신이 현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총무를 맡은 사람이 괴로울 것이다. 결국 현금을 충분히 준비한 사람이 덤탱이를 쓰게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 일행들에게 이를 반드시 숙지시켜야 한다. 사전에 인당 최소 300달러를 준비시키고 200달러(100달러 1장과 10달러 10장으로 받으라)는 현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총무가 받아두는 것이 좋다. 공금을 확보해야 한다. 총무를 맡았기 때문에 잘 안다.
-팀으로 움직이게 될 경우 팀 차원에서 한국 음식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라. 가장 중요한 일이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경우 고산증이 왔을 때 대책이 없다. 만일 즉석식 국물이나 찌개, 스프, 꽁치 통조림 등이 풍부하게 준비된다면 고산증에서 효과적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오염에 대비하여 생수통조차 허락되지 않지만 포터에게 맡기는 카고백 아래에 캔에 담긴 한국 음식들을 준비한다면 제지될 일은 없을 것이다. 고추장, 깻잎, 김 등의 각종 밑반찬류는 생각보다 별로 도움되지 않을 것이다. 챙기지 말라. 속을 풀어주고 입맛을 돌아오게 할 얼큰한 국물류가 많이 그리울 것이다. 컵라면도 계속 먹기엔 질리기 마련이다. 일행들은 내가 충분히 챙겨간 인스턴트 스프 덕을 많이 봤다. 그로 인해 정작 나에게 필요할 땐 먹을 것이 없었지만. 근기가 부족한 현지 쌀밥이 부담스럽다면 햇반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인스턴트 롸이스라고 들이미는 순간 현지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식사시간에 뜨거운 물만 있으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누룽지를 충분히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육포, 견과류 등 중간중간 단백질과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식품들을 준비하면 좋다. 휴식 시간마다 일행에게 내가 챙겨간 것을 제공했다. 끼니 때 제공되는 치킨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맛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여행사는 '식량'에 대해 효과적인 컨설팅을 하지 않는다. 즐거운 등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이것임을 잊지 말라. 무엇보다 에너지겔을 넉넉하게 챙기기 바란다. 마지막 밤 등정 시 추위와 저산소로 완전히 바닥난 체력과 고갈된 정신력을 정상도전을 포기한 일행이 건네준 에너지겔 두 개로 재충전했다. 휴식 때마다 하나씩 먹으라. 그야말로 엄청난 효과를 제험하게 될 것이다.
-4인용 막사는 비좁다. 당혹해하지 말라. 적응된다. 다만 만다라 산장에서의 첫 밤의 숙소 배정 시 코를 많이 고는 사람들과 코를 적게 고는 사람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사람들은 어차피 잠을 잘 자지만 후자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낯선 환경과 잦은 배뇨 탓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므로 최대한의 숙면을 위해 감안할 점이다. 자다가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에 이끌려 밖에 나왔다가 기관총을 둘러맨 보안요원(security guard)을 만나도 놀라지 말라. 호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당신을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순박하다. 그들에게 친절하라. 동시에 그들은 매우 의무감이 강하다. 걱정하지 말라. 다만 정상에서 하산 후 호롬보 산장으로 이동했을 때 그들의 축하공연이 끝난 다음 미리 준비한 팁을 제공하기를 잊지 말라. 그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들이 돈을 밝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낮은 소득 수준에 따른 그들 사회의 문화일 뿐이다. 그 순간의 팁은 당신 팀 구성원 1인당 120~130달러가 적당하다. 만원을 아끼려 하지 말라. 탄자니아인들의 월 평균 소득은 100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한 도움을 받았다면 달러로 감사를 표하도록 하라.
-불필요한 선물 구입에 열을 올리지 말라. 꼭 필요하다면 시내에서 가장 큰 수퍼마켓에 가자고 하라. 그곳이 가장 저렴하다. 선물용 탄자니아 산 커피를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저렴한 기념품 샵을 추천해 달라고 하라. 나름의 커넥션은 있겠으나 크게 바가지를 씌우지는 않는다. 아주 높게 부른다면 적당히 깎아달라 하라. 예를 들어 20달러를 부른다면 5달러 정도는 쉽게 깎아준다. 그 이상의 할인을 위해 실랑이를 벌일 필요는 없다. 가난한 나라임을 감안하라. 그러나 당신이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만원 정도일 물건을 50달러라고 부른 뒤 비싸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종이와 펜을 주면서 원하는 가격을 적으라고 한다면 구매를 피하라. 그것은 필경 바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등반을 마치고 다음날의 투어를 위해 호텔로 이동하는 길이 멀다. 어둠이 내리면 길이 막힐 것이고 중간에 여러 번의 검문소를 거치게 될 것이다. 기관총을 맨 군인들이 있을 것이고 여행사 드라이버가 그들과 심각하게 얘기를 나눌 것이다. 특별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채 불안감을 조장하고 차는 출발하지 않는다. 긴장하지 말고 차에서 편히 기다리면서 눈을 붙여라. 흡연가라면 차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말하라. 제지하지 않는다. '돈을 원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해서 빨리 가자고 돈으로 흥정하려 하지 말라. 그냥 기다려라. 그들을 자극하지 말고 그냥 바보처럼 순하게 있어라. 돈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돈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며, 만일 흥정을 하려고 나서면 돈의 액수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당신은 정상 등반 후 하산하여 이미 팁으로 현금을 다 소진한 상태다. 이것을 기억하라. 혹시라도 돈 얘기가 나오면 이 이유로 당신 일행이 빈털터리임을 가볍게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밤늦게 호텔에 도착하면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밤이 선사하는 행복감을 만끽하기 바란다. 일행들과 킬리만자로 맥주도 마시고 천국에서의 달콤한 숙면에 빠져들기 바란다. 이후의 남은 투어는 소풍처럼 가볍게 즐기면 된다.
-아루샤 시내의 숙소로 돌아오게 되면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탄자니아에서의 진짜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남은 공금으로 즐거운 비어타임을 보내라. 지금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아마 예전과 같을 듯) 탄자니아는 호텔 펍에서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 이래서 처음에 회비를 받아두어야 한다. 그래봐야 산에서 팁을 주고 나면 인당 7~8만원 받는 것인데 가이드와 드라이버에게 주는 공적 팁(개인적으로 주고 싶으면 알아서 해라. 죽을 것만 같은 상황에 처한 당신의 짐을 언제든 군소리 없이 짊어지는 그들의 선함을 접하게 되면 10달러 팁을 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과 두 차례의 맥주 회식, 그리고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식사비에 사용하면 남기가 어렵다. 나의 경우, 일행들의 현금이 부족해 탄자니아에서의 최후의 두 끼 만찬 비용을 모두 책임져야 했다. 어차피 방법이 없으니 일행들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기꺼이 총대를 맸지만 다른 사람들은 굳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함께 준비하면 특정한 한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장담하건대, 피해를 감수한 사람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세상 인심이다.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점심 식사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호텔에 수소문하면 중국음식을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딱 하나 있는 식당을 찾아 모처럼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더 늘었을 수도 있겠다. 당시에 중국 자본이 열심히 건물들을 올리고 있었으니. 중식당의 음식값은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맛과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탄자니아 음식에 질린 당신에게는 최고의 한끼가 되어줄 것이다.
-이 정도로 마무리합니다. 현지에서 직접 부딪혀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크니까요. 여행사에서 절대 얘기해주지 않는 핵심 정보는 다 말씀 드렸습니다. 코로나19가 물러나면 킬리만자로를 향해 출발해 보세요. 연인,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가면 더 좋겠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급조된 팀으로는 훗날 여운이 오래가지 않는 단점이 있으니까요. 즐거운 여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