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Jul 28.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9>-단사표음簞食瓢飮


子曰 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자왈 현재회야 일단사 일표음 재루항 인불감기우 회야불개기락 현재 회야


-공자가 말했다. "어질도다 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누추한 집에 사노니 사람들은 그 고생을 견디지 못하지만 회는 즐거워함이 바뀌지 않으니 어질구나 회여!"



공자가 안회의 안빈낙도安貧樂道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은 대나무나 싸리로 엮은 소쿠리 형태의 그릇이고 표는 박을 잘라 만든 바가지 곧 표주박이니 둘 다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재료로 만든 도구입니다. 단출한 삶을 표상하지요. 


는 좁고 더러워 볼품없다는 뜻이요 항 거리나 마을의 개념이지만 여기에서는 집이라고 봐야 자연스럽습니다. 


<이인> 편 9장에서 공자는 겉모습에 연연하는 사람은 벗할 가치가 없다고 봤지요(子曰 士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자왈 사지어도 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 공자가 말했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도 해진 옷과 거친 밥을 부끄러워한다면 더불어 논하기에 충분치 않다"). 위의 구절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도道를 즐김(낙도)에 집중하면 빈貧이 주는 불편함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감각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값비싼 의식주를 즐거움을 얻는 대상으로 삼으면 그에 대한 소비와 향유의 욕망에 중독되고 맙니다. 그리하여 결국 욕망의 노예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지요. 욕망을 제어할 수준의 영혼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것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언론이 '부동산! 부동산!' 노래를 부르니 실현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한 욕망이 자극되어 질투와 시기, 그리고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힌 채 지난 대선에서 나라의 앞날을 망치는 방향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지요. 천박한 인식이 들통날까 부끄러우니 겉으로는 대단한 투사라도 되는 양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현상을 빌미로 국민을 위해 일했던 유능하고 선한 정부를 덮어놓고 비난할 뿐이었습니다.


누구나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잔디가 깔린 드넓은 마당을 갖춘 대저택을 마다하고 반지하 방에 세들어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래서 부자가 되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열심히 일하며 재테크에 열을 올리지만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부자가 될 확률을 매우 낮게 설정해 두었기에 대다수의 욕망은 좌절되기 마련입니다. 


하이 리턴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하이 리스크를 감당하는 투자에 나설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리스크를 낮추는 공부를 선행해야 합니다. 리스크가 높은 투자는 그 자체로 투기이지요. 정보도 지식도 없이 글래디에이터들이 득실대는 머니게임에 뛰어들어 봐야 결과는 뻔할 뿐입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퇴출되지요. 


욕망이 시키는 대로 질주하기를 멈추고 우리는 욕망에게 말을 건네야 합니다. "이제는 내가 너를 끌고 가겠다"고 선언해야 하지요. 말을 듣지 않으면 아예 길바닥에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통제되는 욕망 만이 나를 위해 일할 진짜 욕망이기 때문입니다. 제어되지 않는 욕망은 이내 형세를 뒤집어 주인 행세를 하고 맙니다. 


욕망이 휘두르는 대로 살아 온 자들이 돈과 권력을 차지하고 오만방자한 헛소리를 지껄이는 시대의 겉모습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머지않아 그들이 다시 땅바닥에 엎드려 가증스럽게 읍소할 날이 도래하게 됩니다. 자고로 영혼이 부박한 자들은 욕망의 무게에 짓눌려 자멸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그 잣대는 국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마땅합니다. 영혼을 살찌우려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고 물질 추구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서는 향후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되고 말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8>-사인사질斯人斯疾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