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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27.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8>-사인사질斯人斯疾


伯牛有疾 子問之 自牖執其手 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 斯人也而有斯疾也

백우유질 자문지 자유집기수 왈 망지 명의부 사인야이유사질야 사인야이유사질야


-백우병을 앓자 공자가 문병하여 들창 너머로 손을 잡으며 말했다. "죽어 가는구나, 운명이란 말인가.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백우도 공문십철 중의 한 명으로 성이 염이어서 염백우로 흔히 불립니다. 백우가 병에 걸렸네요. 공자가 방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들창을 통해 백우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백우를 마주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옛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전염성 질환을 앓았던 것일까요?


는 예전 우리나라 시골집들에도 있었던 들창입니다. 창문을 밀어 올리고 지지대로 고정하는 방식이었지요. <<주역>> 29괘 중수감괘 육사 효사(六四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无咎 육사 준주 궤이 용부 납약자유 종무구 - 한 동이 술과 두 개의 안주를 질그릇에 담아 들창으로 들여보내면 마침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에 동일한 표현이 등장하지요.


'망지'는 단어 그대로 '죽어 가다'로 풀이하면 무난합니다. 백우의 손에서 그 어떤 생기도 전해지지 않았기에 공자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운명을 얘기하지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논어의 마지막 구절은 명命에 대한 말로 시작합니다.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부지명 무이위군자야 -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가 그것이지요. 자신의 인생에 대한 괘를 얻었던 공자는 운명의 실체를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노력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하늘의 뜻과 같은 것이지요.


선한 사람들이 사고나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상황을 맞다 보면 신의 섭리는 과연 선한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그러다가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하면 알게 되지요. 노자가 말했던 '천지불인天地不仁'의 뜻을 말입니다. 새로운 눈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어 자연스레 활인活人의 길을 걷게 되지요.


사랑하는 제자를 먼저 떠나 보내는 스승의 마음은 자식을 잃는 부모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육신을 빌려 세상에 왔던 모든 것은 육신을 버릴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세상과의 마지막 이별이 따뜻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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