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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29.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0>-역부족力不足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

염구왈 비불열자지도 역부족야 자왈 역부족자 중도이폐 금여획


-염구가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기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능력이 부족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능력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 그만둔다. 지금 너는 선을 긋는 것이다."



염구는 염유입니다. 논어에서는 이름(구)와 자字(자유子有)가 혼용되고 있지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염유는 부와 권력을 추구한 인물입니다. 안회의 안빈낙도는 그가 원하는 삶의 철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요. 현실적으로 두뇌가 작동하는 그답게 스승 앞에서 짐짓 겸손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염유의 본마음은 '당신이 말하는 게 뭔지는 알겠는데 난 그렇게는 못 살아!' 정도이겠지요. 설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처럼 열說로 읽어야 합니다.   


공자는 염유의 속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아니, 너는 능력이 있는 놈이다. 너는 그저 그 길로는 가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지', 공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을 보통 '한계를 긋다, 한계를 정하다'와 같이 풀이하는데 저는 이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염유의 세속적 야망을 알고 있는 공자가 제자의 역량을 모를 리 없습니다.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으나 인仁의 길로는 가지 않으려는 염유의 속생각에 일침을 가한 것이지요. 염유는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한계 짓는 자가 결코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대개 누군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부실한 업무 성과에 대해 핑계를 대는 상황에서 역부족이라는 표현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요. 그러나 일이나 공부에 있어서 역부족을 인정하는 것은 진솔한 태도가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부족함을 절감하는 사람은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평소에 꾸준히 자기 개발에 힘쓰는 법이고, 그런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외부에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귀찮고 하기 싫고 마음이 가지 않는 대상과 거리를 두기 위한 방편으로 역부족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진짜 문제는 능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자들이 한 줌도 안 되는 오류투성이의 경험적 지식을 대단한 것으로 착각한 채 과도한 권력을 휘두를 때 발생합니다. 스펙만 그럴듯한 헛똑똑이들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일들을 하려니 순식간에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마는 것이지요. 주제 파악이라도 할 줄 알아야 '중도이폐'할 텐데 그럴 깜냥들도 안 되니 참으로 재앙과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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