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석연휴. 퇴근 후 느지막이 대구로 출발했다. 늦게 출발했는데도 고속도로가 막혀 새벽 3시도 넘어 도착했지만 남편 옆에서 헤드뱅잉을 하며 자기도 했고 그렇게 운전을 하고도 아침부터 일어나 시장에서 전과 떡볶이까지 사다 날라 준 남편 덕에 오전 내내 등짝을 침대에다 붙이고 푹 쉬었기에 피곤하지 않았다.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추석맞이 떡 값으로 현금을 좀 챙겨드리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 그리고 3박 4일간의 간병 시작.
엄마는 여전히 미열이 있었다. 그래도 첫날은 에너지가 넘쳐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며 활기차게 보냈는데 밤마다 열이 심하게 오르며 이틀이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비몽사몽인 것이 틈만 나면 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재활병원에서처럼 엄마를 계속 옮겨드리지 않아도 되었고 기침이나 가래 등이 크게 심해지지는 않아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오랜만의 피딩도 석션도 기저귀 갈기도 예전에 엄마와 병원생활을 할 때 많이 해왔던 것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았고 다시 나타날까 걱정했던 과호흡 증상도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모두 해소되었는지 별문제 없이 지나갔다.
엄마는 추석 이야기를 하면 벽에 걸린 달력을 보고 시간 이야기를 하면 시계를 바라보았으며 나의 질문에 가벼운 고개 끄덕임과 도리도리로 의사표시를 해주곤 했지만 명확히 인지가 돌아왔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를 알아보는 것인지 아닌지도 확신할 수 없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틀 뒤부터는 열이 말끔하게 내려가고 가래도 눈에 띄게 줄어서 마지막밤은 엄마옆에서 정말 꿀잠을 잤데도 될 만큼 잘 잤다. 충분할 거라 생각한 3박 4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갈 줄은 정말 몰랐다. 언제 또 이렇게 엄마랑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을까.
병원 안에선 달이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랑 두 손 꼭 잡고 소원도 빌었다. "조금 더 건강하게 해 주세요! 우리 엄마 얼른 회복해서 같이 집에 가게 해 주세요!"라고. 내가 나가고 난 뒤에도 엄마가 열없이 가뿐한 컨디션으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