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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Dec 21. 2023

불안과 두려움

위루관(PEG) 교체 때문에 잡아둔 외래진료
진료 이틀 전인 월요일, 전화벨이 울렸다. 간호사실이었다. 이번 외래진료 때 퇴원처리를 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입원 기한을 한참 넘어섰기에 최악의 경우 퇴원을 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그런 소식이 들려올 줄은 몰랐다.

반갑지 않은 소식
전화를 끊고 나서 하루종일 다른 일에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이 뒤엉킨 것 마냥 복잡스러웠다.  산란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외래진료는 잡혀있으니 그때 가서 하루라도 입원을 시켜달라고, 입원을 해서  PEG교체도 하고 뇌 CT도 찍어보면 안 되냐고 졸라는 볼 텐데 그게 정말 가능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가을서부터 시작해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까지 신경외과는 분명 풀방일 테다. 내 게시물의 조회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입원을 거절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입원장이 나오지 않으면 하루이상은 엄마와 집에서 버텨야 하는데 그것 역시 자신이 서질 않았다. 그래도 환자용 침대랑 석션기만 제외하고는 얼추 필요한 카테터나 주사기, 각종 소모품들은 모두 구비되어 있으니 어찌어찌 될 듯도 싶었다. 당일 입원장이 나오지 않으면 의료기 상가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기로 했다. 사장님은 입원이 안되면 바로 전화를 라고 했다. 그 길로 바로 환자용 침대와 석션기를 가져와 주시겠다고. 혹시 입원이 될 수도 있으니 투약기록지부터 시작해 의료기록 사본 등 이것저것 서류도 미리 간호사실에 요청해 두었다. 며칠 정도 쓸 기저귀와 각종 소모품 등은 간병인 여사님이 싸 주기로 했다.

하루종일 콩닥되는 마음
지금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다 마쳤다. 그런데도 왜 이리 마음이 부산스럽고 조급하기만 할까. 나는 내 상태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리라야, 도대체 네 마음이 왜 이렇게 마음이 어수선한 거니?' 그리고 나는 어렵지 않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불안 그리고 두려움 때문이었다. 또다시 엄마를 잃을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나는 그냥 이 불안과 두려움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어떤 아이가 몸이 불편하고 노쇄하여 아슬아슬해 보이는 어머니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아무 준비 없이 집으로 모셔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담담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나의 이 불안과 두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지금은 그런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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