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에 진심이지만, 내 인생에 더 진심이고 싶습니다

나만의 워라밸 균형 잡기

by 유메이


친구 : 회사랑 육아 병행하는 거 할만해?
복직하니까 힘들지?

나 : 조금 바쁘고 정신없긴 한데 그럭저럭 괜찮아.
할만해.

친구 : 할만해? 진짜?
너 요즘 여유로운가 보네?
어떻게 할만할 수가 있어?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재택근무’라고 답했다. 1주일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세 번씩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로 업무의 효율성과 삶의 만족도가 모두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워라밸의 상승이구나 싶었다. (그 덕분에 바닥에 붙어있던 애사심도 조금 자라났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이 여유롭다. 불필요한 이동시간과 준비시간이 줄어 1분 1초가 바쁜 평일 아침에도 좋아하는 핸드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실 수 있다. 화상회의 시간을 피해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정도 내가 정한 코어 시간에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갑작스러운 자료나 회의 참석 요청이 사라진 조용한 나만의 시간. 예전에는 며칠 씩 걸렸던 일들이 어떤 날에는 오전 중이면 다 끝나기도 한다. 집중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중요도 낮은 이메일 확인이나 답변, 요청한 자료 정리나 공통 업무와 같이 우선순위가 다소 떨어지는 일을 틈틈이 처리한다.


점심시간에는 간단히 샐러드를 먹고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물론 사무실에서도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잘 수는 있지만 안락한 침대에서의 꿀잠, 집 앞 카페까지 걸어가서 커피를 사 오는 여유는 어딘지 휴가의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평범한 하루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해진다. 언제나 나의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나는 매 순간 회사생활에 진심이었다. (과거형임 주의)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때때로 필요 이상으로 회사 일에 몰입했다. 평일 내내 풀리지 않았던 문제의 결과가 너무 궁금해서 주말마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서 ‘일’을 하던 날도 있었다. 그 당시 나의 세상은 회사가 전부였고,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업무, 회사에서의 커리어 속에서 이리저리 찾으며 고민하고 헤매었다.


간신히 어렴풋한 해답을 발견한 줄 알았는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프로젝트가 폭파되었고 나와 팀원들은 파편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내가 열심히 그려놓은 미래의 모습들은 더 이상 실현이 불가능했다. 그날 이후 나는 회사에서 갈 곳을 잃었고, 인생에서도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동안 회사에 대한 실망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학을 진학하거나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줄곧 나를 따라다니던 질문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 사실 질문은 언제나 내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세상이 복잡하다고, 사는 게 바쁘다고 질문을 외면해 왔던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질문이 나에게 되돌아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아직 나는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날에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채 헤매며 고민하는 내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꽤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계속 나에게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겠다. 인생이란 정답이 없고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 않으니 그다음에 무엇이 있을지,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되는 게 아닐까-


이제야 회사 안이 아닌 회사 밖을, 회사원의 삶이 아닌 진짜 나로 살아갈 더 넓은 세상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회사 일에 진심이지만 이제는 내 인생에 조금 더 진심이고 싶다. 진심이 모이고 쌓여 점이 되고 선으로 연결되어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작은 점을 찍어본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내가 원하는 내일을 찾고 만나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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