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의 52번째 주를 보내며

조촐한 나만의 21년 연말 시상식

by 유메이

드디어 올해의 마지막 업무 보고이자 W52주 차 업무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서의 업무 보고 양식은 메일 제목에 W1, W2, W3처럼 주차를 표시한다. 1일, 2일 매일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매우 빠르게 느껴지다가도 W1, W2 혹은 1월, 2월처럼 주나 월 단위 시간은 그에 비해 다소 느리게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도 365일이 52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면 1년 동안 나에게 1주일이 딱 52번만 주어진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10년 전에도, 그보다 더 오래 전인 100년 전에도 하루는 24시간이었다. 지금 당신의 하루도, 어제 나의 하루도 언제나 24시간이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24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또 다른 날에는 24시간이 마치 48시간처럼 지나간다. 달력이나 시계가 없었다면 나의 오늘은 몇 월 몇 일일 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연말연시라서 사무실 분위기도 붕 떠있다. W52가 쓰인 메일 제목을 마주하니 올 한 해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은 아쉬움과 설렘이 마음속에 차오른다.




계절이 바뀌는 것만큼 한 해가 바뀐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사실 달력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2022년의 오늘이 2021년의 어제보다 놀라울 만큼 변하는 것은 아니다. 강이 흐르고 구름이 흐르듯이 그저 시간의 흐름이 내 곁을 평소와 다름없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나다. 연말의 내가 평소의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동안은 일상의 번잡함에 묻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2021년 속의 나를 다시 한번 만난다는 것이다.


매년 12월 31일이면 방송사마다 저마다의 스타일대로 연예대상, 방송대상을 준비하는 것처럼 12월 한 달은 나를 위한 작은 연말 시상식을 준비한다. 우선 수천 장 아니 수만 장에 달하는 2021년 사진첩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사진 속의 나는 불과 몇 달 전인데도 수년 전 모습처럼 낯설다. 한 편으로는 몇 달 동안 연락이 끊어진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기도 하다. 혹시라도 무심결에 지나친 순간이 있을까 봐 한 장, 한 장 천천히 보다 보면 한 달치 사진을 보는 데에만 장장 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어제의 나를 만나 한 해 동안 잘해왔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12월 한 달동안은 열심히 사진첩을 들여다본다.




드디어 2021년 나만의 시상식이 열렸다.


<2021, 내 맘대로 Award>

1. 2021년 최고의 순간 Top 3
2. 2021년 아쉬운 순간 Top 3
3. 2021년 최고의 소비 Top 3
4. 2021년 제일 잘한 일 Top 3


한 해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이 제일 잘한 일, 최고의 순간에서 당당히 수상했다. 그저 흘러 지나간 작은 사건들이 연말 시상식에 이름이 호명되며 재조명 받는다. 돌아보니 그저 일어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어제의 나를 통해 오늘의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수상자뿐만 아니라 그동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2021년의 모든 순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수고했다, 잘했다 나 자신.


어느덧 화려한 시상식의 막이 내렸다. 열기가 지나간 후 고요해진 빈 좌석을 아쉬움과 적막감이 하나둘 채워간다.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내가 나에게 묻는다.


2021년의 날들은 나에게 어떤 시간들이었는가?
2021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는?


2020년 말. 우연한 인연으로 수십 년동안의 내 인생이 변했다.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일들을 시작했고, 해보니 뭐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여태껏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음을 깨달았다. 그 덕분에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가득한 2021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2022년을 2021년보다 신나고 즐거운 일로 가득 채우는 일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이 맘 때쯤 웃으며 2022년 연말 시상식을 준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어깨가 들썩 거린다.


2021년아, 일 년 동안 정말 고마웠어.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할게. 잘 가렴-


https://youtu.be/3KL5X8hZ_94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2022년을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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