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코로나 종식- 꿈에도 소원은 코로나 종식-
코로나와 함께한 지도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그 누구도 초대한 적 없지만 2020년 겨울 어느 날, 코로나가 불쑥 찾아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 이전의 삶은 수십 년 전 앨범 속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하고, 코로나와 함께한 일상의 순간들조차 불과 몇 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기억처럼 아득하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한 자리대로 줄어들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SNS를 통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코로나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K-방역이라는 글자가 태극기와 함께 신문 일 면을 차지하던 날에는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게 될 그날을 기대하며 모두가 한껏 들떠 있었다.
2020년 5월 1일 기준으로 하루 코로나 확진자는 9명, 한국 내 전체 코로나 확진자는 10,774명이었다. 2022년 2월 1일, 일일 확진자는 20,270명으로 역대 최다 수를 기록했다.
그렇다.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크를 벗게 될 그날에 대한 기약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있다.
2022년 새해 첫날, 친동생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뉴스에서 연일 최다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이제야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내 곁에 성큼 다가왔다.
동생의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종교가 없는 나이지만 알 수 없는 대상에게 제발 음성이게 해달라고 빌었다. 동생은 연세가 있으신 엄마, 아빠와 함께 거주 중이며 아빠는 폐가 좋지 않은 편이라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이 걱정이 되었다. ‘설마, 혹시, 절대 아니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내 손과 머리는 틈틈이 ‘코로나 증상, 코로나 후유증, 코로나 치료법’을 검색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인생에는 예측할 수 있는 일보다 예측 불가능한 일이 더 자주 일어난다. 대상이 없었던 나의 기도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동생은 오후 늦게서야 양성 판정을 받은 후 격리되었다. 그리고 나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전날 동생과 저녁을 함께 먹은 아빠는 동생과 유사한 감기 증상을 보이시더니 다음 날 코로나 양성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나니 괜스레 화가 나고 억울했다. 동생은 집과 회사를 오가며 출퇴근밖에 하지 않았고, 아빠는 거의 집에만 계셨기 때문이다. 심지어 둘 다 후유증을 무릅쓰고 백신을 접종하였다.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속을 이리저리 오고 가며 기분을 들었다 놨다. 1년 넘게 꾸준히 이어오던 새벽 기상도, 습관처럼 해오던 명상도 그 어떤 것에도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나와 우리 가족의 시간은 2022년 2월 1일에 가만히 멈추어 버렸다.
책상 위에는 최근에 읽었던 책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다 읽었지만 여운이 남아 한 번 더 읽거나 책 속 내용을 필사하기 위해 책장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책상 위에서 대기 중이다. 책 모서리가 빼곡히 접힌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들여다본다. 생사가 오고 가는 극심한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갖고 하루를 살아낸 이야기. 책이 나에게 묻는다. 세상을 잃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세상을 잃은 것처럼 멈추어 있는 거냐고.
감정이 가라앉고 현실을 직시해보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순간들이다. 해외에서 귀국한 친척을 잠깐 만나러 가기 전에 확진 판정이 되어 추가 확진자나 격리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동생과 아빠는 목감기 정도의 증상에서 매일 조금씩 회복 중이다. (물론 후유증이 없도록 사후관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물론 코로나 확진이 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가족이 코로나 확진을 겪고 나니 나 또한 생각과 행동이 많이 변하게 되었다.
코로나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주위 사람들에게는 이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다는 것.
누구도 본인이나 가족, 소중한 사람의 코로나 확진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방역지침을 준수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확진이 되고 격리가 되기도 한다. 확진 이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추가 확진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게 최대한 협조하는 것, 그뿐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나 덕분에, 너 덕분에, 우리 덕분에 어쩌면 코로나 종식이 하루라도 빨리 당겨질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저 회사를 다니고 일을 하고 가족들과 평소와 같은 하루를 지냈을 뿐. 나도, 너도, 우리도 그 누구도 잘못이 없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은 돌아갈 수 없지만 언젠가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주어진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멀고 소원해 보이는 그날이지만 오늘 하루도 내일을 향해 작은 발걸음을 힘겹게 내디뎌 본다. 부디 작은 걸음들이 모여 꿈꾸는 내일에 닿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