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시와징후>(2024 가을호)
나때타령 / 한향
밭에서 들어와 늦저녁 밥숟가락을
들려는 찰나 할망구가 서울 막내며
느리 전화 받으며 한마디 대꾸도 못
한 채 전화기를 내려놓고 방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는 그눔의
나때 나때, 손자가 유치원에서 영감
한테 배운 나때타령에 친구 없는 외
톨이에 오늘도 슨상한테 죙일 혼났
댜, 이러믄 손자 얼굴 몬 본댜며 눈
에 검불이 들어갔는지 두 눈 비벼
대며, 나 땐 시어므니 눈도 마주치
지 몬했는디, 불똥 같은 말에 아궁
이에 솔가쟁이 불며 달구똥눈물 흘
렸는디, 들릴락 말락 연방 구시렁
거리는 소리에 그믐달은 가뭇없고
공연히 앞산 여린 쏙독새만 딸꾹딸
꾹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