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키는 왜 쓸까?

나만의 속도

by 일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시안 작업을 할 때 자연스레

다양한 단축키를 외우게 된다. 손이 보이지 않 빠른 속도

자랑하는 업무 능력은 없었다. 디자인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보조수단으로 단축키 몇 개를 외워서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일종의 생존형 단축키라고 보면 되겠다.


일머리가 좋은 사람은 어디에서든지 환영받는다.

나는 행동도 말도 느린 편이라 위의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타고난 기질은 바뀌기 어렵다. 빠르게 하려고 하면 실수가

생겼고 일이 오히려 더뎌졌다. 그래서 나는 빠른 속도보다

정확성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오류 확률을 줄이고 속도는

내게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만큼 조절했다. 하루이틀만 일을

할 것이 아니기에 나만의 페이스 조절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단축키 사용의 장점인 빠른 속도는 내게 큰 의미가

없었다. 옆의 동료와 비교하면 나의 작업방식은 느리고

조금 답답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상사는 나를 기다

주었고 내 속도로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기본을 지키고 오류를 줄이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

이다. 그래서 오케이 시안이 나면 최종 확인하는 작업에도

충분히 시간을 두었다.


나는 옛날사람에 속한다.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들을 즐겨한다. 지금 같은 AI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취향이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인생에서 수많은 단축키를 쓰며 남보다 빠르게 앞서

나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들의 노력과 행동력,

판단력, 실행능력 거기에 따르는 운까지 합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똑같은

속도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신중하고 느린 사람이다. 느림은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바뀌기 어려운 성향을 두고

낙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의 나는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 사람도 아니다.

그 중간에 서있는 사람이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냐

에 따라서 과의 값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다.

무엇이 명확하게 보여서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하고 있다. 조금씩 천천히








<사진출처: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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