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없는 섬나라의 고민

by Henry

암호화폐의 열기는 뜨겁지만

화폐가 없는 섬나라의 물물교환

등짐 지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고

물건을 바꿀 상대 찾기도 힘들어



뜨거운 암호화폐 이야기

후배는 천천히 입을 떼며 말을 시작한다. 아직 초여름도 되지 않은 5월 말이지만, 사무실 분위기가 두 사람의 진지한 열기로 후끈하다.

지금부터 황 사장이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코인 사업? 코인 노래방이라고는 들어봤지만, 그게 무슨 사업 아이템이 된다고? 뭔 황당한 소리를 그만해"

나는 후배를 타박하고는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를 집어 들었다. 더위가 느끼지는 탓에 얼음이라도 몇 개 집어넣을까 하다 그냥 마셨다.

“형님 참 답답하시네요. 요즘은 암호화폐인 코인이 대세입니다"

후배가 정색하며 대꾸한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명색이 IT 관련 일을 하면서 세상 물정을 그렇게 모르냐면서 내게 핀잔을 준다. 후배는 앞에 놓인 보이차를 마시면서 말을 잇는다.

“형님, 비트코인이라고 들어보셨죠?”
웃음기를 싼 뺀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응, 그거야 들어봤지. 사람들이 다 사기라고 하고, 거품이 잔뜩 끼였다고 하는 그거 말이야?”

“그렇죠, 들어보긴 하셨네요. 그런데 그게 요즘 최고로 돈이 되는 아이템입니다.”

후배가 열을 내며 말한다.

“아니 실제 돈도 아닌 컴퓨터에서나 사용된다는데, 그게 사기지 아니면 뭐야? 제2의 튤립 사건이 아니냐? 완전 개뻥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지 말라고 후배를 타박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황금시대’를 맞이하여 상업이 번성하고 부자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부의 상징으로 튤립을 앞다투어 사재기 튤립 구근의 가격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634년경부터 시작한 튤립 투기의 광풍은 네덜란드를 강타했다. 히지만 1637년 초, 튤립 구근의 가격이 정점을 찍은 후 폭락했다. 그 바람에 파산하는 사람이 속출한 세계 최초의 거대한 투기이자 경제의 거품이 터진 사건이다.

“아이고 형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가 지금 얼마나 뜨거운지 그걸 제대로 알고 그런 소리를 하세요. 지금 암호화폐에 빠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여기 편승해서 돈 번다고 혈안이 되었어요”

후배가 같잖은 듯 씩 웃으면서 입으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한다. 그의 표정을 보니 왠지 면박당한 기분이라 속이 영 편치 않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말이 돼?”

나는 정색하며 반박했다. 갑자기 열이 확 오른다. 비트코인이 대세라고 하니 할 말이 없어진다.

"형님, 비트코인을 암호화폐라고 합니다.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지금부터 설명하니 잘 들어 보세요."

자세를 고쳐 잡은 후배가 운을 뗀다. 그가 설명해 주겠다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지. 아무리 쓴소리해도 돈이 된다면 들어야겠다는 심정으로 그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암호화폐는 디지털 형태의 돈으로, 컴퓨터의 복잡한 계산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돈은 철저하게 암호화되어 있어요. 중앙 기관이나 은행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어, 전 세계 어디서든 빠르게 송금하거나 받을 수 있습니다. 암호가 걸린 돈이라 해서 암호화폐라고 합니다."

후배가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에 빠르게 빠져든다. 어느새 나는 그가 할 다음 말을 기다리면서 짐짓 딴지를 걸어본다.

"그게 도대체 뭔 말이야?"

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뭐 컴퓨터로 만든 돈이라고? 그리고 중앙 기관이나 은행 없이 돈을 거래하면 누가 책임지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뜨악한 내 표정을 보고 후배는 계속 설명을 이어간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는 후배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착잡했다.

"형님,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일단 암호화폐의 선두 주자가 '비트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 두세요'

이 말과 함께 후배는 어느 섬마을에서 암호화폐를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마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해줄 모양이다. 뭐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면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지.




화폐 없는 섬나라의 고민

아주 먼 바다에 섬나라가 있다. 이곳에는 주민 100명이 오손도손 살고 있다. 섬에는 사시사철 열대 과일이 자라고, 바다에는 고기들이 지천이다. 게다가 주민 중에는 빵 만드는 사람도 있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사람도 있다. 덕분에 가게도 있고, 시장도 열린다.

야자수 나무가 우거지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섬나라는 낙원이라 다름없다. 필요한 물건들이 다 있는데, 단 한 가지 화폐가 없는 게 흠이다. 은행도 없고, 금융 기관도 없는 섬이라 화폐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물교환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일일이 물건을 들고 원하는 물건과 교환하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고 불편할까.

"형님,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물론 내가 말하는 섬나라 이야기는 가상의 상황입니다."

후배가 내게 집중하라고 주의를 환기한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관계는 내가 이해하기 쉽게 자기가 직접 지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 친구가 이런 진지한 면이 있었나. 그의 정성이 기특해서 집중해서 듣기고 했다.

지금부터 후배가 들려주는 섬나라 사람들의 회의 내용을 들어보자.

"이거 원 불편해서 살 수 있나?"

누군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옳다고 했다. 그러면서 뭔가 대책을 세우자고 했다. 이제 물물교환은 힘이 드니까 쉽고 좋은 방법을 찾자는 말이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우리도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만 된다면 물건을 지고 이 가게, 저 가게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좋겠어요."

사람들은 너나없이 옳은 소리라고 맞장구친다.

후배는 섬나라 예를 들며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이 친구가 이렇게 진지한 눈빛을 한 게 얼마 만인가. 대학 때 시험 준비할 때 봤던 그 눈빛이 돌아온 느낌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별로 어려운 게 없어 좋다. 나는 다시 커피를 홀짝이며 후배의 입을 쳐다봤다.


돈이 많아지면 물가는 오른다.

"형님, 이렇게 화폐를 발행하기로 해도, 누가 그것을 관리하느냐는 문제가 있어요. 관리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는 화폐를 발행하는 힘을 갖게 되겠죠? 그 사람이 필요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계속 이야기해 봐"

내가 채근하니 후배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돈이 많아지면 물건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물건보다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하면, 돈이 많아짐으로 더 많은 물건을 가지려는 경쟁이 생깁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이렇게 묻는 후배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묻어 있다.

"뭐, 그렇겠지. 사려는 사람은 많고 물건이 한정적이면 당연히 가격이 오르겠지. 돈 많은 사람이야 꼭 가지고 싶다면 시세보다 더 비싸게 부르는 게 당연한 게 아냐?"

나도 내가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내 견해를 밝혔다.

"맞습니다. 그게 문제죠. 물건 가격이 오르는 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표현하잖아요. 이런 상황이 계속하면 돈을 갖지 못한 사람은 비싼 물건을 살 수 없는 일이 벌어져요.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주민들의 생활이 나빠집니다"

"그거야 누구나 아는 상황이고, 그것하고 암호화폐하고 무슨 상관이야?"


기존 금융 거래 방식


"형님, 이 그림은 지금 우리의 금융 거래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 있는 금융 기관을 통해 사람들의 금융 거래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죠."

후배는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한다. 뭐 이거야 당연하다는 뜻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수수료나 이자를 내고 은행에서 돈을 빌립니다. 은행은 예금 이자를 지급하고 사람들의 예금을 모아 대출 자금을 확보하죠."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지금부터 화폐 발행을 독점하면 어떤 일어날지 설명해 주겠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이 친구가 제법 공부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말에 점차 신뢰가 가면서 어느새 나는 그의 다음 설명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전 01화암호화폐 살인과 비트코인을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