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투기의 광풍이 분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재산을 털어 넣었지만
거품이 꺼지고 알거지가 넘쳤지
비트코인은 그와 다르다고 하는데
튤립 투기 광풍
"형님, 1600년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Tulip mania)' 들어보셨죠?"
"광적 투기 이야기할 때 빼먹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잖아. 세계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이라는 말도 있고"
"맞아요. 1637년 2월이 피크였다고 하죠. 그때 꽃의 뿌리에 해당하는 튤립 구근 하나가 지금 돈으로 약 1억 원을 넘기도 했어요. 실감이 납니까?"
"뭐? 꽃이 아니라 구근(球根) 값이 그렇다고?"
"그렇죠. 다 그런 건 아니고, 그중에서 제일 비싼 것이 흰색 꽃에 진홍색 줄무늬가 있는 'Semper Augustus(영원히 위대한)' 튤립의 종자였어요."
"튤립이 아무리 예뻐도 피었다고 곧 시들고 마는데, 그걸 그렇게 비싸게 주고 샀다고? 한마디로 미쳤구먼"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뭔지 아세요? 튤립의 구근이 양파와 비슷해요. 당시 사람들이 그걸 양파로 착각해서 술안주 만들 때 사용했다는 사실이죠."
"뭐? 구근 하나에 최소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이나 하는 것을 먹었다고?"
"그렇죠. 웃기기도 않은 일이죠. 인간의 광기가 빚은 엄청난 사건이죠"
"그러다가 다들 쪽박 찼다면서?"
"튤립 시장이 하도 미쳐서 돌아가니까 네덜란드 정부에서 경매를 금지한 거죠.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어요? 당연히 가격이 폭락했죠. 그 때문에 집안이 거덜 나고, 심지어 자살한 사람이 속출했다고 해요."
"참 한심한 인간들이구먼.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암호화폐도 튤립 같은 거야?"
"튤립과 암호화폐는 둘 다 가격이 불안정하고, 광적인 투기 열풍이 불었다는 점은 비슷해요. 사실 듣보잡 암호화폐가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은 비이성적인 튤립 광풍을 닮은 거죠."
"아하 그래서 암호화폐 열풍을 '제2의 튤립'이라고 하는구나."
10월의 마지막 날 등장한 비트코인
"그렇죠. 그런데 튤립과 암호화폐의 중요한 차이점은 이겁니다 튤립은 한시적으로 피었다가 시드는 식물이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자산이죠. 그래서 튤립은 광적인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산의 일종으로 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튤립 거품은 쉽게 꺼졌지만, 비트코인 같은 제대로 된 암호화폐는 가장 자산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인정하는 전문가도 많아요. 특히 암호화폐의 탄생 배경에는 기존의 화폐 금융제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나왔다고 보면 돼요. 현재 금융기관의 통화 팽창 정책이 불러온 몇 차례의 금융 위기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연구하게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나름대로 명분과 철학이 있다고 말하는 거니?"
"그렇죠. 단순히 튤립 투기처럼 비이성적인 광기가 아니라 기존 금융 제도의 허점을 간파한 암호학자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통화제도를 제안했다고 볼 수도 있죠."
"그래? 암호화폐가 그런 깊은 배경이 있는 줄 몰랐어."
"처음 비트코인(Bitcoin)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것은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죠. 미국 시각으로 10월 31일 "Satoshi Nakamoto"라는 사람이 전 세계 IT 전문가들에게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작은 논문을 보냅니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그가 보낸 이 논문에 세상을 뒤흔들 비트코인이 들어 있어요. 물론 이때 비트코인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블록체인 기술을 함께 소개했죠."
"아, 그럼, 그때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거네? 아쉽다. 그때 비트코인을 사둘걸"
"그걸 알면 다 부자가 되게요. 잘 들어 보세요. 이 논문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화폐 비트코인을 사용하자는 주장을 몇 가지만 들려줄게요."
이야기는 점차 어렵다. 후배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비트코인의 철학
"형님, 지금부터는 좀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꾹 참고 들어보세요. 현재 우리는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예: 은행, 신용카드 회사)을 이용하고 있죠. 이 기관들은 거래를 검증하고, 기록하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의 중심이죠. 그러다 보니, 금융 기관을 이용하는 수수료도 들고, 해외 송금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하죠.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앙집중적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말고, 비트코인을 이용해 네트워크 참가자들 간의 직접적인 P2P(개인 대 개인) 거래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게 가능해? 신뢰성은 누가 보장하고, 금융 거래 기록은 누가 할까?"
"맞아요. 사실 우리가 제일 불안해하는 것은 이거죠. 그래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죠. 그런데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개인 간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분산원장인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어요."
"이건 좀 이해하기 쉽지 않구먼. 분산원장은 뭐고, 블록체인은 또 뭔가?"
"아, 그렇죠. 이거 이해하려면 더 설명이 필요하죠. 그건 나중에 섬나라 주민들의 화폐 만들기에서 쉽게 이야기할게요. 오늘은 암호화폐의 역사와 그것이 갖는 의미만 들려줄게요."
"그래, 좋아. 한 번에 끝날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건 다음 글로 기대할게."
"암호화폐 탄생 배경에는 반복되는 금융 위기에 대한 대안을 들 수 있어요.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 논문을 배포하던 2008년을 기억해 보세요. 100년도 넘은 긴 역사를 가진 리먼브라더스 은행이 파산했어요. 이제 더 이상 은행과 기타 금융 기관도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죠. 사람들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비트코인은 이러한 현행 금융 시스템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제안되었어요."
"아, 그런 거야? 하긴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이 파산하는 것을 상상도 못 했지. 금융 위기라 터지면 웬만한 금융 기관도 흔들흔들 하긴 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암호화폐의 탄생 배경이 있어요. 몇 차례의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꼭 믿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죠. 한국은행 같은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를 발행하고 이자율을 조정함으로써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정책이 통화를 과도하게 팽창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자율을 마음대로 올림으로써 서민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어요.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고정된 공급량(2,100만 개)만 발행하는 비트코인을 이용해서 금융거래하자고 제안한 거죠."
"아,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그런 철학이 있었던 거야? 그냥 튤립처럼 허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구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자면, 개인 정보 보호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강점을 갖는다는 겁니다. 지금 금융기관은 해킹의 위험성이 있고, 종종 개인 정보가 누출되는 사고도 발생하죠. 그것은 개인의 모든 거래를 금융 기관 중앙 서버에서 독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은 익명성을 보장하고, 거래 당사자들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장점을 강조하죠."
"그게 가능할까?"
"사토시 나카모토의 제안이 그래요. 그건 섬나라 주민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화폐를 만드는 과정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죠. 다음 이야기는 암호화폐 등장 배경이 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실패와 물가 상승을 이야기하고 섬나라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 그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