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펌핑과 시세 조작

by Henry
가두리 양식장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

우리 코인 가격을 띄우는 일, 이게 제일 중요한 과제다. 후배와 나는 코인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코인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논의했다. 이익을 반반으로 나누는 것으로 예민한 문제도 해결했다. 이제 남은 일은 코인 가격을 띄우는 방법을 짜는 것이다.

사실 거래소에 코인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형편에 코인을 상장했다고 누가 알아줄 리 없다. 상장 후 3개월 이내에 가격을 띄우지 않으면 그냥 잊힌다. 빨리 치고 빠져야 하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업 전망이 모호한 코인들은 그렇게 한다.

"형님, 제 고향이 어딘 줄 아시죠?" 후배가 갑자기 고향을 묻는다. "잘 알지. 남해 아닌가?" 나는 옛 기억을 더듬어 대답했다. 어느 해 여름 후배의 집이 있는 남해로 놀러 간 기억이 떠오른다. 깊고 푸른 남해를 눈이 시리도록 바라봤다. 그때 남해가 얼마나 짙은 인디고 색인지 알았다.

"그래, 부모님 잘 계시나? 옛날에 놀러 가 민폐를 끼쳤지. 아버님은 요즘도 배를 타시나?"

"아, 아직도 그걸 기억하세요? 부모님은 잘 지내십니다. 요즘은 배를 타시지 않고 가두리 양식을 합니다."

"가두리 양식? 맞아, 요즘 웬만한 어촌에서는 물고기를 양식한다면서?"

뜬금없는 후배의 고향 이야기에 의아했다. 후배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는 이렇게 에둘러 운을 뗀다. 또 뭔 이야기를 할지 귀를 세우고 들었다.

"그렇죠, 요즘 웬만한 어촌에서는 가두리 양식장을 해요. 바다 깊이 그물을 드리우고 고기를 키웁니다. 가두리 양식을 하면 물이 자유롭게 통과하므로 산소가 잘 공급되죠. 또 물고기 노폐물도 싸이지 않아 고기가 건강하게 자랍니다. 물고기를 가둬놓고 키우다가 일정한 크기가 되면 팔죠."

"그야 그렇겠지. 물고기들은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어 좋긴 하겠네."

"맞아요. 그런데 이게 참 재밌어요. 형님, 잘 생각해 보세요. 낚시꾼들이 물고기들에게 떡밥을 주는 건 물고기의 욕망을 자극하는 일이죠.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는 주인이 주는 떡밥으로 살을 찌웁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주인 손에 끌려 나와 횟집으로 팔리죠. 횟집 주방장의 날 선 칼날 아래 해체되어 손님의 입으로 들어가면 물고기의 삶도 끝납니다."

"떡밥을 보고 달려드는 건 물고기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 아닌가? 그게 뭐 어떻다고? ”


가두리 펌핑의 암호화폐

"형님, 코인 시장에도 가두리 양식이 많아요." 아, 이게 후배가 하고 싶은 말이었구나. "아니 코인을 어떻게 가두리 양식한단 말인가?"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후배의 답이 이어진다.

"작전 세력이 미리 특정한 코인을 대량으로 매집(펌프)해 가격을 띄웁니다. 시세가 목표치에 도달하면 대량으로 매도(덤프)합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그야 너무 당연한 결말 아니겠는가. "시세가 폭락하겠지. 그런데 그건 시세 조작 아닌가?" 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후배는 내 말에 친절하게 설명한다. "네. 맞아요. 인위적으로 시세를 큰 폭으로 띄웠다가 매도해 큰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이때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을 쉽게 인출하지 못하게 가두어 버립니다. 그 사이 코인을 대량 매도하고, 심지어 고객의 돈까지 빼돌립니다. 이것을 펌프-덤프(Pump and Dump) 전략이라고 해요. "

"그게 우리 코인과 무슨 관계가 있나? 그렇다고 모든 암호화폐를 그런 식으로 거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렇죠. 일부이긴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런 식의 시세 조작이 일어납니다.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이 폭락한 암호화폐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죠. 그리고 난 후, 코인 업체는 ‘전산망 오류나 시스템 점검' 등 갖가지 핑계를 대고 자금의 입출금을 중단시킵니다. 마치 물고기를 가두리 양식장에서 가두듯이 투자자들이 코인을 팔지 못하게 하거나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게 가둬놓는 거죠."

후배는 최근의 사례를 하나 이야기해 준다. 얼마 전에 크게 문제가 된 K토큰 사건이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 K토큰 운영업체는 OTT 플랫폼 사업을 한다면서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기존 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오면, 매월 자신이 투자한 금액의 20%의 이자를 주었다. 그것 말고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소위 떡밥을 풀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투자했고, K토큰의 가격은 10,000원까지 치솟았다. 돌려 막기식 다단계 투자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그 사이 회사 대표는 코인을 대량으로 매각하고, 고객의 자금을 빼돌렸다. 그 후 K코인 가격은 폭락을 거듭했고, 지금은 휴지가 되었다. 온갖 불법을 저지른 회사 관계자들이 대거 구속됨으로써 사건은 마무리됐다. 무려 180만 명의 투자자가 입은 수조 원의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 사건은 불법 다단계와 가두리 펌핑을 결합한 방식으로 피해 규모가 매우 컸다.

후배의 갑작스러운 코인 다단계와 시세 조작 이야기를 들은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건 엄연한 불법이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런 나를 보고 후배가 말한다.

"형님, 걱정됩니까? 우리가 그런 걸 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이런 일이 왕왕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만일 가두리 펌핑을 하더라도 우리는 직접 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엔비테크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고 난 후에는 코인 판매를 용역회사에 맡기면 되니까요"

후배는 상장 코인을 대신 판매해 주는 팀이 있다고 한다. 우리 손으로 가두리 펌핑할 일도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의 말을 듣자,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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