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가격이 7배로 뛰다니
엔비테크 코인 가격이 7배나 뛰었다. 우리 코인을 사서 최고 가격에 팔았다면 재산을 일곱 곱절이나 불릴 수 있었다. 그건 로또 복권에 비할 바는 아니라도, 큰 행운임에 분명하다. 그런 돈 되는 코인을 우리 손으로 팔지 않았다. 그 말이 믿기는가? 우리 코인을 거래소 상장하기 전에 그 문제를 후배와 진지하게 상의했다.
"형님,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면 우리는 코인 판매에서 손을 떼는 게 어떨까요?" 이렇게 말하는 후배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고생해서 만든 코인을 팔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당황한 나는 이렇게 물었다.
이때 후배의 잔머리가 빛을 발했다. 그는 코인 판매를 전문 중개인한테 맡기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직접 코인을 판매한다면 뒷감당을 하기 힘들 수 있다. 코인 투자로 손해 본 사람이 성가시게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여러 가지 법적 문제에 휘말려 골치 아플 수도 있다. 그러니 코인 판매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는 것이 후배 생각이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후배 말이 일리가 있다.
우리는 코인을 거래소 상장하기 전에 은밀히 사람을 찾았다. 후배의 인맥을 동원해 코인 판매를 대행할 강전무를 소개받았다. 강전무는 코인 전문가 집단인 MM(Market Making) 팀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의 MM 팀은 단순히 코인만 파는 것이 이날 시세 조종도 해준다. 우리는 강전무와 엔비토큰 판매 수익의 35%를 지급하겠다고 약정했다.
엔비테크 코인은 2020년 9월 어느 날 거래소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2,000원에서 출발한 시세는 약 2개월 사이에 약 4,0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가 다시 2,000원까지 하락했다. 강전무는 코인 가격을 띄우기 위해 호재성 기사를 터뜨렸다. 우리 회사가 엔비테크툴과 엔비테크플랫폼을 개발했다고 공시했다. 이건 시세를 조장할 때 흔히 일어나는 정보 공시에 해당한다. 이 일을 모두 강전무에게 맡긴 우리는 그저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즐겼다.
연이어 터트린 호재성 기사가 제대로 먹혔다. 그해 12월, 우리 코인이 미친 듯이 상승했다. 1주일 만에 코인 가격이 14,000원까지 올랐다. 첫날보다 가격이 7배나 오른 것이다. 그 후 10,000원 내외의 조정을 받을 때, 강전무 팀은 우리 회사가 엔비테크DB를 구축했다는 소식을 언론에 흘렸다. 사람들은 엔비테크 코인이 20,000원 이상까지 갈 거라는 기대감에 흥분했다. 가두리 양식장의 떡밥처럼 갖가지 잘못된 정보가 인간을 탐욕에 빠뜨렸다. 그렇게 사람들은 욕망에 눈이 멀고, 판단력이 흐려졌다.
고양이 쥐 생각하기
2021년 1월 중순이 되자 우리 코인의 약발이 현저히 떨어졌다. 엔비테크 코인 가격은 수직으로 하락했다. 팔자 물량이 쏟아졌지만, 살 사람이 없었다. 1월 말, 코인 가격은 가격이 다시 2,000원까지 폭락했다. 이후 5월 중순 주가가 3,500원까지 오르자 대량 매도가 터졌다. 이것으로 파티는 모두 끝났다.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진 MM팀은 마지막 판을 설거지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우리의 프로젝트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후배와 내가 돈을 얼마나 챙겼냐고? 그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한몫 챙긴 것은 맞지만,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목표치에는 못 미쳤다. 한 가지 힌트를 주자면, MM팀이 우리 물량을 집중으로 털어낸 것은 10,000~14,000원이다. 이때 투자로 손해 입은 사람의 피해 금액이 얼추 300억 원이 된다고 한다. 꽤나 짭짭한 수익을 올렸다고? 우리 몫이 얼마일지는 독자의 상상으로 남긴다.
거래소에 상장도 안된 코인이 최근 일주일 새 가격이 5배가 오르는 일도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유명 인사가 발행한 코인은 일주일새 가격이 4만원에서 20만원으로 뛰었다. 아직 상장도 되지 않았으니 백서도 없고, 사업 계획도 알 수 없다. 무슨 목적으로 코인을 발행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코인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법망이 촘촘해지고,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 목적이 모호한 코인들은 정리 될 것이다.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우리는 허술한 제도를 비집고 실제 코인을 발행하긴 했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건 좀 우습지만, 코인 투자할 때는 진짜 주의를 많이 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잘 활용하고, 명확한 사업 계획을 가진 양질의 코인들도 있다. 그들은 널리 인정받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수행한다. 기술의 진보성을 인정한다 해도, 코인의 시세 변동폭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술력이 현실화되고, 그것이 상업적 가치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코인을 살 생각이 있다면, 이런 내용을 잘 따져보고 사는 것이 좋다. 고양이가 쥐를 생각하는 격인지만, 우리 경험을 새겨 들어 나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