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뒤의 어두운 그림자

by Henry
<만찬 테이블> 픽사베이


만찬 뒤의 후유증

엔비테크 코인 프로젝트는 끝났다. 후배와 나는 제법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코인 시장이든, 주식시장이든 돈을 번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이 있다. 강 전무가 끌어들인 전주가 크게 손해를 봤다. 그는 강남에서 큰손으로 알려진 윤 사장이다.

강 전무 소개로 윤 사장은 우리 코인에 2억 원을 투자해서 5억 원을 벌었다. 1주일도 안 돼 큰 수익을 올린 그는 투자 금액을 40억 원으로 늘렸다. MM 팀의 강 전무가 중간에서 바람을 넣은 모양이다. 아뿔싸, 그가 매도 타이밍을 놓쳐 크게 손해를 봤다. 윤 사장은 설거지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까지 났다.

"당신들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나를 설거지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윤 사장이 다짜고짜 사무실로 찾아와 크게 소리쳤다. "아니, 윤 사장님, 그게 무슨 말이죠? 저는 도통 영문을 모르겠어요."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내가 윤 사장님과 직접 거래한 것도 아니고, 그전부터 우리가 아는 사이도 아니었잖아요. 그러니 나보고 그런 말을 하니 이해할 수 없어요." 하고 말했다.

"이거 왜 이래? 강 전문가 당신 식구 아닌가? 다 알고 왔는데 발뺌한다고 되겠어요?" 화가 풀리지 않은 윤 사장이 씩씩거리며 말한다. "이봐요, 윤 사장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말씀하세요. 나는 코인 판매와 관련이 없어요. 코인 판매권을 모두 강 전무 팀에게 넘겼어요." 나는 또박또박 윤 사장의 말을 반박했다.

한참을 서로 옥신각신했지만, 한결같은 내 말에 윤 사장은 대답할 말을 잃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윤 사장은 혼자 길길이 뛰다가 두고 보자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다. 코인 거래 전에 나와 윤 사장은 일면식도 없었다. 그런 그가 내게 항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후배와 나는 이런 사태를 대비해 코인 발행과 판매를 분리한 것이다. 우리는 회사 내부에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 직원조차 두지 않았다. 강 전무의 MM 팀이 시세를 조정할 때 우리는 국내에 있지도 않았다. 그때 나와 후배는 몰디브 해변에서 휴양을 즐겼다. 그런 우리가 코인 설거지하느라 구정물을 묻힐 리가 없다. 우리는 코인 판매 현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굿을 보며 떡을 맛보고 있었다.

엔비테크 코인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게 후배와 내 책임인가? 그들도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처럼 떡밥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탐욕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썩 잘했다는 말은 아니다. '악어의 눈물'로 보이겠지만, 우리도 피해 본 사람들한테 미안한 감을 느낀다.


손실을 배상하라고?

"이봐, 강 전무! 자네가 나한테 어찌 이럴 수 있나? 최소 다섯 배를 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게 뭐야? 쪽박이잖아. 내 돈 어떻게 할 거야?"

"윤 사장님. 나도 시장이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까? 내가 일부러 시장을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잖습니까?"

"뭐, 당신이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한다니, 당신 정말 이럴 거야?

"왜 내가 틀린 말 했습니까? 욕심을 줄이고 두 배 올랐을 때 팔지 그랬어요."

"당신이 이 코인은 다섯 배 장사 한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을 바꿔도 돼?

"아니, 그때야 전망을 그렇게 했죠. 그때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시세라는 게 그렇죠. 더 갈 수도 있고 덜 갈 수도 있다고 했어요. 기억 안 납니까? 그러니 파는 것은 윤 사장님이 알아서 잘 챙기라고 당부하지 않았나요?"

"이제 와서 그걸 말이라고 하나? 엔비테크 코인이 유망하다면서 사람을 끌어들일 때는 언제고? 뭐 파는 시세를 나보고 결정하라고 권유했다고? 언제 당신이 내게 그런 말을 했어?"

"예, 분명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죠. 그래서 투자를 권유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지만, 파는 것은 알아서 잘 판단하라고 말합니다."

윤 사장과 강 전문 사이의 언쟁이 격해졌다. 화가 나 윤 사장은 길길이 뛰었지만, 강 전무는 눈 하나 깜짝 않는다. 이 바닥에 두 베테랑이 맞붙었지만, 역시 돈을 잃은 사람 입장이 늘 궁색하다. 윤 사장의 투자 손실은 본인과 아무 상관 없다는 강 전무의 냉랭한 반응에 윤 사장은 목덜미를 잡고 넘어갈 지경이다.

"강 전무, 이거 왜 이래? 당신들이 나를 설거지 대상으로 찍은 걸 알고 있어. 내 돈 40억 원을 날로 먹고도 무사할 줄 아는 모양인데, 천만에 좋지 않을 거야. 빨리 내 돈 어떻게 할 건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게 좋아."

"윤 사장님은 투자하신 겁니다. 만일 윤 사장님이 큰돈을 벌었다면 나한테 그 돈을 나눠줄 겁니까? 그럴 생각이 없잖습니까? 돈을 벌면 자기 능력이고 손해를 보면 남 탓하면 안 되죠."

그 후로도 윤 사장은 강 전무에게 수시로 협박했다.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강 전무도 끔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윤 사장의 욕심이 과해서 사태를 그르친 거라고 타박했다. 강 전무와 윤 사장은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원수 사이가 되었다. 이때부터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화려한 만찬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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