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배분, 마지막 패를 까다.

by Henry



코인을 어떻게 나눌까?

관계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찔러줘야지

이익을 배분하는 일은 승부라

감춰둔 마지막 패를 까야지



발행 코인을 어떻게 배분할까?

각자 역할 분담도 정리했고, 이제 예민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됐다. 코인을 어떻게 분배할까 하는 문제에 도달한 것이다. 후배와 나는 코인 발행 숫자와 배분 방법을 논의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하루 만에 결정할 수 없고, 꽤 여러 날을 두고 서로 생각을 정리해 다시 만나기로 했다.

후배와 내가 사업 스케줄을 정리하고 난 후, 약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와 후배는 코인 사업계획서인 백서에 들어갈 협력 업체 명단을 정리했다. 유명 대학과 대기업을 협업 기관으로 홍보하고, 환경 관련 단체 한두 군데의 이름도 올릴 생각이다. 회사의 이미지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에는 이들 기관에 편승하는 것이 제일이다. 실제 협약을 체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안 되면 치고 빠지기라도 해야 한다.

그 사이 후배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거래소 상장 전문 중개인을 만났다. 그는 거래소에서 상장 업무를 총괄하는 간부와 실무 책임자를 꽉 잡고 있었다. 그가 상장을 주선한 코인만 해도 30개가 넘고, 한몫 단단히 챙긴 로비스트로 알려졌다. 후배는 그와 만나 우리 코인 상장 계획을 이야기하고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시간도 어느새 6월 중순을 넘어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한층 달아오른 열기만큼 우리의 투지도 활활 타올랐다. 다시 사무실에서 만난 우리는 코인 배분과 이익 배분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다. 먼저 코인 배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 코인 발행량 : 1억 개

⦁ 코인 사전 판매 : 3,000만 개(30%, 에인절 투자자, 전주, 프리세일(pre-sale))

⦁ 프로젝트 설계자 : 1,500만 개(15%, 나와 후배)

⦁ 전략적 파트너 : 1,000만 개(10%, 관련 공무원, 거래소 관계자 등)

⦁ 고문단과 자문단 : 500만 개(5%, 환경단체와 협회 관계자)

⦁ 생태계 : 3,000만 개(30%, 블록체인 공기 청정도 데이터 구매, 커뮤니티 활동 지원, 유효성 검정 채굴)

⦁ 마케팅 예산 : 1,000만 개(10%)


우리는 1억 개의 코인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걸 시장에서 다 판다는 것은 아니고, 다 팔릴 일도 없다. 백서에 들어갈 계획을 그렇게 세웠다. 발행 코인 가운데 30%인 3천만 개를 상장 전에 미리 팔아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나와 후배 몫으로 15%를, 전략적 파트너 몫으로 10%를 떼어 놓았다.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릴 연구소와 협회 관계자 그리고 고문단과 자문단을 위해 5%를 배정했다.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기 청정도를 개선하기 위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공기 청정도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판매할 때 지불해야 할 코인을 남겨야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생태계 조성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상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 활성화 몫으로 30%를 배정하고, 나머지 10%는 마케팅 예산으로 책정했다.

이렇게 배정된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코인 가격은 오르지도 못하고 폭락할 것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으니, 우리도 체면치레하기로 했다. 배정 물량의 반은 1년 이내 팔지 못하도록 장치했다. 후배와 내 몫으로 배정된 물량의 일부도 그렇게 조치했다. 그래야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덜 낯간지럽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 패를 깠다.

촉이 빠른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배정된 물량에는 후배와 내 몫을 여러 곳에 숨겨 두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데 허투루 날릴 수는 없다. 일반인이 알아채지 못하게 여러 곳에 분산해 두는 것도 사업 수완이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물량을 시장에 팔 생각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관문은 코인 판매를 통해 얻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우리는 발행 코인의 할당과 그에 따른 이익 부분을 두고 며칠을 실랑이했다. 돈과 이익 앞에서는 선배도, 후배도 필요 없다. 누가 더 많이 가지느냐의 원초적 본능만 충돌한다. 그렇다고 악다구니를 써가며 서로 물고 뜯는 볼썽사나운 일은 없었다.

사무실에는 고풍스러운 벽시계가 달려 있다. 몇 해 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에 간 적이 있다. 그곳 노점상에 있던 중세풍의 시계를 발견했다. 한때 어느 귀족의 방에 걸려 있음 직한 시계라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사 온 시계가 사무실의 품격을 높인다. 돈 이야기에 빠진 우리는 시곗바늘이 12시를 넘었는지도 몰랐다.

6월의 중순은 정오는 기온이 만만치 않다. 후끈 달아오른 우리는 이제 마지막 패를 깔 시간이다. 이익 배분을 생각하니 밥 생각은 저만치 달아났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돈 문제만큼은 분명해야 한다. 좋은 게 좋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큰 분란이 일어난다.

사무실 운영 경비, 홍보비, 거래소 등록 비용, 그리고 블록체인 사용 수수료 등 경비를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각자 몫을 제한 코인 판매를 통해 얻는 이익을 5:5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거래 내용을 매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하고, 회계를 담당할 직원을 따로 두기로 했다. 거래소 상장 후 6개월이 되면 이익을 청산하는 것이 좋다. 더 길게 끌고 가봤자 득 될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후배와 내가 처음 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2019년 5월 말이었다. 그 후 세부적인 절차를 논의하고, 실행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했다. 8월에 회사 이름과 정관을 변경하고, 엔비테크 코인을 발행 업무를 실천에 옮겼다. 백서 작성을 시작하고, 협의체 관계자 이름도 확보했다. 유명 대학과 대기업을 협력 기관으로 선정하는 일은 벽에 부딪혔다. 궁여지책으로 일단 이름을 올려놓기로 했다. 그렇게 해도 그 큰 기관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거로 판단했고, 항의가 있으면 이름을 빼는 편법을 썼다.

처음 계획할 때는 엔비테크 코인의 거래소 상장을 2020년 5월을 목표로 잡았다. 그전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치기로 했지만, 계획보다 실행이 늦어졌다. 우리가 실제 우리 코인을 거래소 상장한 것은 그보다 4개월 늦은 2020년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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