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다가 시계 테이프를 빨리 감아 2023년 12월로 왔다. 암호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왜 갑자기 가격이 올랐는지를 살펴보았다. 또 앞으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의 시세 폭등을, 다른 쪽에서는 가격 대폭락을 말한다. 어느 말이 맞는지는 1년 뒤 이맘때 확인해 보기로 하고, 다시 2019년 5월 말로 되돌아가 이야기를 계속하자.
전주(錢主)를 찾아라
창문으로 5월의 햇살이 쏟아진다. 1초에 30만 킬로미터 속도로 달리는 태양을 떠난 지 8분 30초 만에 내 사무실을 찾았다. 1억 5천만 킬로미터의 먼 길 달려온 반가운 손님은 밝은 기운과 함께 돈을 갖다 줄 행운도 가져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심정이다. 후배와 나는 진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른 후 대화를 이어갔다.
"형님은 먼저 회사 사업에서 우리가 할 발행할 암호화폐 사업을 추가해야 해요. 그건 청정 공기 발생기 판매와 공기 청정도 데이터 거래를 포함하면 된다고 했죠. 그리고 사업 백서를 작성하고, 거래소 상장하는 일이 중요해요. 이건 우리 사업의 핵심 중의 핵심이죠."
말을 멈춘 후배가 잠시 머뭇거린다.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드디어 입을 연다. "형님, 코인 상장을 제대로 하려면 거래소 사람들한테 기름도 칠해야죠. 게다가 사업 백서에 첨단 기술 인정서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걸 받기 위해 환경단체나 협회에도 로비가 필요해요."하고 말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로비? 그거 위험한 일 아니야?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내 표정이 너무 심각했을까. 후배가 웃으며 말한다. "형님, 너무 불안한 표정이네요. 하긴 그럴 만도 하죠. 그런데 로비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로비 자금으로 우리가 발행할 코인을 활용하면 되니까요. 암호화폐가 왜 암호화폐인가요? 비밀보장이 잘 되잖아요."
후배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어차피 우리가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이고, 그걸 로비 자금으로 쓰면 된다. 당장 현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장점은 암호화폐라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도권 금융 기관의 계좌를 이용하지 않고, 블록체인 전자지갑을 이용하니 거래 추적도 피할 수 있다.
후배의 설명을 듣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진정된다. 사실 사업하다 보면 100% 법을 지키는 건 힘들다. 돈 벌려면 험한 일도 하게 마련이고, 법 다 지키면서 언제 돈 벌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형님,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어요. 이게 어쩜 우리 코인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겁니다." 후배의 말이 갑자기 무겁다. 그의 말을 빌리면, 돈 많은 전주(錢主)를 끌어들이는 일이 중요하다. 처음에 코인 가격을 띄울 사람을 미리 포섭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기야 우리 회사가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사업 아이템도 조금 허황한 구성이 있기는 하다. 코인을 매집할 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주를 구하는 일은 내가 맡기로 했다. 마침 적당한 사람이 머리에 떠올랐다. 강남 일대에서 부동산 거래로 큰돈을 만지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부동산 말고도 비상장 주식 거래에도 관심이 많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고 한다.
NB테크(NBTech) 발행
사업 백서를 작성하기 위해 회사 이름과 코인 이름을 결정해야 한다. 후배와 진지하게 상의한 끝에 회사 이름을 네처럴에어바이오테크놀로지로 변경하기로 했다. 영어로 표기할 때는 Natural Air Bio Technology로 하기로 했다. 청정 공기 발생기와 데이터를 판매하는 회사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또 회사 이름을 줄여서 말할 때는 엔비테크놀로지로 하면 간단해서 좋다. 자연스레 코인 이름은 NB테크(NBTech)가 되니, 현대 마케팅에 어울리는 세련된 네이밍이다.
이렇게 하고 보면, 컴퓨터나 팔던 업체가 너무 심하게 포장했다고 핀잔받을 수도 있다. 그런 말을 하든 말든 그게 무슨 대수일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한번 양심을 접고 나니 뭐 그까짓 게 뭐가 무섭겠냐는 배짱도 생긴다. 코인이 잘 팔려 돈이 되면 그때 계획대로 사업할 거라고 변명도 마련해 두었다.
거래소 등록하려면 프로젝트 사업계획서, 다른 말로 코인 백서가 필요하다. 백서 안에는 프로젝트의 목적, 사용한 기술, 운영 계획, 블록체인 인프라를 기술해야 한다. 또 토큰의 역할과 분배 방식, 토큰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등도 포함해야 한다. 거래소 등록 여부는 백서가 결정한다고 보면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입맛 까다로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그럴듯한 백서만큼 좋은 게 없다.
"백서 작성은 걱정하지 말고 내게 맡기시죠." 후배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럼 나야 감사할 일이지. 그게 혼자서도 가능한가?"
"아뇨, 나도 백서 전문가에게 맡겨야죠. 우리 코인을 배당해 주면, 이 일을 할 친구를 알고 있어요."
나는 후배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코인 이름, 전주를 구하는 일, 그리고 백서 작성하는 일까지 결정했다. 프로젝트의 골격을 잡고 나니 한결 앞날이 밝다. 이제부터는 코인 발생 숫자와 코인 배분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와 나 사이의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 작업이 끝나면 사람들이 우리 엔비테크 코인을 많이 사도록 홍보해야 한다. 지금 당장 "NB테크 코인에 투자하세요!"하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