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떡볶이 국물은 빨간색일까?

by Henry

입보다 먼저 반응하는 눈


“떡볶이 국물은 왜 빨간색일까?”
“그야 빨간 고춧가루가 들어갔으니까 그렇지!!”


분식집에서 들을 법한 대화다. 정답은 맞다. 고춧가루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 더 물어보자. 왜 하필 고춧가루는 빨간색일까? 그리고 왜 그 빨간색이 그렇게 맛있어 보일까?


빨간색의 대표는 팬톤이 선정한 ‘체리 토마토(PANTONE 17-1563)’이다. 선명하고 빨강이 풍부한 이 색을 보면, 왠지 모르게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빨간색은 본능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펜톤 체리 토마토.jpg PANTONE 17-1563 Cherry Tomato



먼 옛날을 떠올려보자. 지금처럼 냉장고도, 배달 앱도 없던 시절. 인류는 자연 속에서 먹을 것을 직접 찾아야 했다. 처음엔 날것 그대로 먹다가, 점점 익은 과일과 고기를 골라 먹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익고 붉은 음식이 더 안전하고, 더 맛있다고 느꼈다. 잘 익은 사과, 붉은 고기, 빨간 베리들... 이 모든 것이 생존과 연결된 '먹어야 할 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뇌는 학습했다. 빨간색 = 먹을 수 있다 = 에너지를 준다. 초록 바나나는 덜 익었고, 빨간 사과는 “지금이 먹을 때”라는 신호다. 수박도 마찬가지다. 껍질을 가르기 전까지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빨간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군침을 삼킨다.


우리 뇌 속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라는 영역이 있다. 이곳은 시각, 감정, 냄새 같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중에서도 빨간색은 강한 자극이다. 빨간색을 보면, 뇌는 침 분비, 위액 분비, 식욕 회로를 작동시킨다. 말 그대로, 빨간색이 식욕의 스위치를 누르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맥도널드, KFC,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하나같이 빨간색을 메인 컬러로 쓴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눈이 먼저 배고픔을 느끼게 만드는 전략이다.


파란 국물 라면, 맛이 어떨까?


파란 라면.jpg


일본 도쿄에는 독특한 라면 가게가 있다. 이 집의 라면은 우리가 익숙한 빨간 국물이 아니라, 놀랍게도 파란 국물이다. 맛은 의외로 괜찮다고 한다. 깔끔하고 산뜻하다고.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젓가락이 선뜻 가지 않는다는 것.


왜일까? 파란색은 음식에서 보기 힘든 색이다. 우리의 뇌는 파란색을 곰팡이, 독성, 상한 음식과 연결 짓는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식욕이 꺾인다. 먹고 싶은 감정을 억제하는 색, 그게 바로 파란색이다.


상상해 보자. 유전자 변형으로 파란 고추를 만들어서, 그걸 빻아 고춧가루로 만들고, 그걸로 떡볶이를 끓인다면? 코발트블루 국물로 떡볶이를 만든다면? 매운맛은 그대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떡볶이를 먹고 싶을까? 입보다 먼저, 눈이 거부할 것이다.


"이건 맛있을 거야."

눈으로 색을 보고, 뇌가 먼저 판단한다. 그다음에야 비로소 혀가 반응한다. 입보다 먼저 반응하는 건 눈이고, 입맛을 먼저 자극하는 건 색이다. 그리고 그 색은, 언제나 빨강이다. 그래서 떡볶이는 빨갛고, 불닭볶음면도 빨간 거다. 우리는 그 빨간 맛을,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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