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카페를 다시 찾기 전날 밤, M은 깊고 선명한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서 M은 자유로운 방랑의 집시가 되어 있었다.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어 스스로 고립시켰던 M의 오래된 상처와 내면의 속박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집시의 꿈이 된 것이리라.
어둠이 내린 동유럽의 어느 마을 광장.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그 주위를 빙 둘러선 사람들 사이로 바이올린이 울린다. 처음엔 느리고 애잔하다. 고향을 영영 떠나온 이들이 그리움을 노래하듯이. 그러다 불길처럼 템포가 치솟으며 폭발한다. 그것은 슬픔 속에서도 삶의 춤을 멈추지 않는, 절망 속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집시의 삶이다.
브람스의 음악 안에는 헝가리안 집시의 슬픔과 기쁨, 방랑과 해방, 절망과 희망이 공존한다. 그건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이 집시들의 삶의 노래와 멜로디를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란, 그 모든 감정을 껴안고 흘러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머무르지 않고,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는 집시들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운명. M은 그들 속에 섞여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춤을 추었다.
그해 가을과 겨울, 그리고 이듬해 봄까지, <약속>에 갈 때마다 마치 운명처럼 헝가리안 무곡이 들렸다.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예고였다. M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그가 길고 긴 방랑의 세월을 살게 될 것임을, 그리고 돌아오고 싶은 그곳에 끝내 닿지 못할 운명임을.
M은, 긴 시간을 돌아, 마침내 운명의 장소인 <약속>을 향해 걸어갔다. 바람이 스치고, 낡은 간판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