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외시(先從隗始)와 買死馬骨(매사마골)
죽은 말의 뼈도 비싸게 쳐준다.
중국 역사에서 전국시대(戰國時代)는 기원전 476년(기원전 403년)부터 진(秦) 나라가 중국 통일을 달성한 기원전 221년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천하가 통일 전 혼란의 시대다. 이 시기에 여러 나라 전략가(책사)들의 책략을 모은 책으로 『전국책戰國策)』이 유명하다. 이 가운데서 연(燕) 나라의 책략을 모은 <연책(燕策)>에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방책이 나온다.
전국시대의 연(燕) 나라는 제(齊) 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했다. 그 바람에 나라 뒤숭숭하고 반란이 자주 일어났다. 더군다나 내부 반란으로 국력이 매우 약해졌다. 연(燕) 나라 소왕(昭王)은 어떻게 하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스승이었던 재상 곽외(郭隗)에게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방법을 물었다.
왕의 부탁을 들은 곽외는 죽은 말의 뼈를 비싸게 산다는 ‘買死馬骨(매사마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어느 왕이 천리마를 구하고자 애썼으나 3년이 넘도록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떤 신하가 천리마를 구해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 신하는 천리마가 있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불행히도 그가 도착하기 직전 천리마가 죽었습니다. 신하는 그래도 거금을 주고 죽은 말의 뼈를 사 왔습니다.
왕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천리마이지 죽은 말뼈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신하를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신하는 왕에게 ‘천리마의 죽은 뼈조차 거금을 주고 사들이니 살아 있는 천리마라면 더 비싼 값을 쳐줄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겁니다. 이제 곧 반드시 천리마를 끌고 올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왕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천하의 명마를 세 필이나 얻었다고 합니다.”
곽외는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전하께서 진정으로 인재를 구하려고 생각하신다면 ‘먼저 저 곽외부터 등용해 인재 구하는 일을 시작하십시오. 저를 중용했다는 소문이 나면 천하의 인재들은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올 것입니다. 곽외도 저리 높이 평가하니 자기는 더 높이 평가받으리라 생각할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인재부터 등용하면 천하의 인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의 ‘성종외시(先從隗始)’와 천리마의 죽은 뼈도 비싸게 산다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의 고사가 여기서 유래됐다. 큰 뜻을 이루려면 가까이 있는 유능한 인재를 챙기고,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성종외시(先從隗始)와 매사마골(買死馬骨)의 철학을 가진 귀인을 만나는 일도 복이다. 천하를 품은 큰 뜻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때를 만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다 운명이다. 그것도 실력을 갖춘 다음의 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