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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Nov 05. 2022

구름은 용을 따라 생기고, 바람은 범을 따라 일어난다.

사마천의 사기『사기(史記)』'백이 열전(伯夷列傳)'

구름은 용을 따라 생기고, 바람은 범을 따라 일어난다.

사마천(司馬遷)의『사기(史記)』'백이 열전(伯夷列傳)'을 계속 읽어보자.  


"추운 계절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사실을 안다."라고 공자가 말했다. "세상이 다 흐려졌을 때 비로소 깨끗하고 맑은 사람이 드러난다.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그토록 부귀한 사람을 중시하고 깨끗하고 맑은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것일까?"라는 말로 인재가 빛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 비추고, 같은 종류의 물건은 서로 어울린다.' '구름은 용을 따라 생기고, 바람 바람 따라 일어난다. 이처럼 성인이 나타나야 세상 만물도  뚜렷이 드러나게 된다.'라고 백이열전에서 말한다. 인연이 닿는 사람을 만나면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사실이다. 백이열전은 계속해서 공자를 만나 세상에 이름을 알린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공자의 애제자 안연(顔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이와 숙제가 비록 어진 사람이기는 했지만, 공자의 칭찬이 있고 나서 그 명성이 더욱더 드러났다. 안연(顔淵)은 학문을 매우 좋아하긴 했다. 파리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 리를 갈 수 있는 것처럼, 공자의 칭찬을 받아 안연이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바위나 동굴 속에 숨어 사는 선비들은 일정한 때를 보아 나아가고 물러간다. 이런 사람들의 명성이 묻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정말로 슬픈 일이다. 시골에 묻혀 살면서 덕행을 닦아 명성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은 많다. 덕행과 지위가 높은 선비를 만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사마천은 사람이 이름을 날리고 명성을 얻는 데는 자기 힘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구름은 용을 만나야 하고, 바람은 범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구름이 생기고 바람이 인다. 백이와 숙제, 안연도 공자의 칭찬이 있고 난 후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공자의 칭찬이 없었다면 이들의 선함과 높은 학문의 경지를 알 도리가 없다. 이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조력자를 만나는 일은 큰 행운이다. 


큰 인물이 되려면 귀인을 만나야 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실력자가 많고, 재야의 고수들의 실력은 출중하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했을 따름이다. 그들은 스스로 홍보할 방법이 마뜩잖아 성공하지 못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꽝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다.


사마천이 살던 시대와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를 알린다. 약간의 용기와 무모함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색다른 방법으로 자기를 홍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유튜브에서 일상을 공개하는 사람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부럽다. 자기 PR의 시대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러나 그것도 운이 따라야 하고, 운이 없으면 제아무리 노력해도 몸만 바쁘다. 


지식을 축적하고 지혜를 터득한 인재는 많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알리느냐는 것이다. 세상 사람이 그걸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 재능이 썩힐 수 있다. 실력을 연마하고 때를 기다린 사람이 한둘일까. 많은 인재가 초야에 묻혀 이름 없이 살다 갔다. 그러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그 재능이 빛을 발한다. 훌륭한 CEO는 뛰어난 직원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아무리 지혜가 뛰어나고 지략이 출중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 자신을 알아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그래도 실력을 갖추는 게 먼저다.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자. 때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도 자기 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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