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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Nov 04. 2022

사필귀정(事必歸正)? 사필귀전(事必歸錢)?

사마천의 사기『사기(史記)』'백이 열전(伯夷列傳)'

거세당한 남자

이릉(李陵) 사형시켜야 합니다!!”하고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아닙니다. 그간 그가 나라를 위해 세운 공을 생각하면 용서해야 합니다.”하고 단 한 사람이 이릉을 옹호했다.  

2,000년도 더 전인 기원전 99년, 중국 한나라의 제7대 황제인 한무제(漢武帝) 때 중국 조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무제의 명령으로 북쪽 오랑캐 흉노를 징벌하러 떠났던 이릉(李陵)이 전투에서 패하고 포로가 됐다. 무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이릉을 어떻게 할까 하는 황제의 기분을 맞추려 신하들은 이릉의 능지처참을 주장했다. 유일하게 사마천만 이릉의 충절과 용맹을 찬양하며 그를 옹호했다.   


황제의 미움을 산 사마천은 파면당하고 사형에 처할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거액의 벌금을 내거나 거세당하면 사형을 면할 수 있었다. 가난한 사마천으로서는 벌금 낼 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쓰던 역사책 『사기(史記)』를 완성하기 위해 고환을 제거하는 궁형을 받아들였다. 뭇 신하들의 놀림감이 되는 수모를 감당하면서, 그는 불후의 명저 『사기(史記)』를 완성했다. 좌절과 고통, 치욕과 수모를 받으면서 끝내 그는 위대한 역사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에는 연·월·일순으로 서술하는 편년체(編年體)와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는 기전체(紀傳體)가 있다. 실록(實錄)이라 이름 붙은 것은 편년체의 역사서이고, 사기(史記)라 이름 붙은 것은 기전체의 역사서라고 보면 된다. 기전체는 각각 황제의 본기(本紀), 제후(왕)의 세가(世家), 신하의 열전(列傳 등으로 다루는 인물에 따른 세부 제목이 붙는다.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비롯됐다. 민중과 사회를 생동감 넘치게 묘사해 지금 읽어도 박진감이 넘친다. 『사기(史記)』에는 약 1,300여 가지가 넘는 직업이 언급되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상이 등장한다. 특히 신하의 이야기를 다룬 열전에는 충절 높은 신하들과 서민들의 애환을 소개함으로써 당시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사마천은 뛰어난 필력과 유려한 문장으로 역사서를 한 권의 대하소설을 읽는 감동을 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문학서로 간주할 만큼 역사서의 백미라고 칭찬받고 있다.   

세상이 하도 수상하고 시국이 흉흉하다.  옛날에는 어땠는지 궁금해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꺼내 다시 읽는다. 그중에서 인간적인 이야기가 넘치는 열전(列傳) 들여다본다. 책은 ,   권으로 무척 두껍다. 그만큼 많은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사람 사는 이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없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발전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았다.  2,000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찾을  지 않을까. 앞으로 사기의 열전을 읽은 느낌을 적어봐야겠다.  


하늘은 착한 사람을 돕는다고 했는데   

'요즘 들어서 법을 어기고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서  먹고 잘사는 사람이 많다. 생각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법을 어기는 일인데 한평생을 편안하고 즐겁게 산다. 게다가 대대로 부귀가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내딛는데도 땅을 가려서 딛는 사람이 있다. 마을  때도 적당한 때를 기다려 말한다. 길을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헤아릴  없을 만큼 많다.      


하늘의 법은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정말 당혹스럽다. 이것이 어찌 하늘의 도리인가? 만일 이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가? 그런가?'   


이 이야기는 사마천이 쓴 역사서의 첫째 편 ‘『사기(史記)』 백이 열전(伯夷列傳)’에 나온다. 지금부터 무려 2,000년도 더 전에도 시대 상황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는 반복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하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사람도 많은 법이다. 지금도 그때와 비교하면, 특별히 나아진 것도 없다. 그때도 나쁜 사람이 벌 받지 않고 호의호식하며 잘살았다. 반면에, 착한 사람은 힘들게 살았나 보다.


하늘의 도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니 진리 혹은 진실이라고 표현하자. 그렇다면 진리는 존재하는 걸까? 진실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그런 의구심이 꼬리를 문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꼭 옳은 쪽으로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가진 자의 힘이 진실이 되는 경우를 본다. 힘이 없는 사람에 다른 잣대를 들이밀어 서릿발 같은 원칙을 강요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논리학 교재나 성현들의 말씀에만 있는 것일까. 진실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몫이고 거짓은 힘센 사람들의 몫일까. 금력이든 권력이든 그 힘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끌어가는 게 현실이다.

 

정직과 신용을 지키며 살면 복 받을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살아온 세상의 만든 선량한 사람들이 과연 복을 제대로 받을까. 참 대답하기 힘들다. 선량하게 산다고 해서 살아 있는 동안 복 받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자손에게 발복(發福)할 거라는 말로 위안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인가? 사필귀전(事必歸錢)인가?

힘과 돈의 크기에 따라 진실과 진리가 결정된다는 생각이 너무 속물적이다. 세상일에 항상 진리와 진실이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대신하자. 그렇다고 우리는 진실을 추구하고, 그것을 향해 노력을 포기할  없다. 마음이 선량한 사람들이  받는 세상을 기다리자. 때론 타협하고 적과 동침하는 일도 서슴지 않게 해내야 한다. 적당한 권모술수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흔히 사람들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말한다.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여 올바르지 못한 일이 일시적으로 득세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모든 일은 결국에는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  좋은 말이다. 과연 인간 세상이 항상 정의가 이기고 모든 일이 바름으로 돌아가는 걸까.


다시 사마천의 말을 빌리자. "어떤 사람은 착한 일을 많이 하고도 삶이 무척 힘든 경우를 .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은 나쁜 사람은 평생을  먹고 잘사는 경우도 봤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사마천은 고민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전에 자신의 선행이나 악행에 대한 상이나 벌을 받지 않는다면, 과연 정의가 존재하고 하늘의 도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정의는 무정한 현실 앞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모순의 세상에서 역사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과연 사필귀정(事必歸正) 맞는 말인가? 아니면 사필귀전(事必歸錢)이 맞는 말일까? 사마천이 살던 시절도 온갖 나쁜 짓을 하면 돈을 긁어모은 사람이 많다. 그들은 호의호식하며 한평생을 잘살다 갔다. 돈의 힘으로 부귀영화를 누렸다.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돈을 신으로 모시는 말을 듣는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돈이 옳음이   아닐까.


사람 사는 곳에는 늘 변수가 존재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사건과 사고도 빈번해진다.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나쁜 사람도 나타난다. 2,000년 전보다 더 많다. 세상은 복잡해졌고, 돈의 위세는 더 세졌다. 그래도 세상은 굴러간다. 도덕적으로 파탄 날 듯하지만 놀라운 자기 회복력을 발휘한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도 사람 사는 도리는 있는 법이다. 일부 권력자들이나 부자들이 횡포를 부려도 사회는 도덕과 윤리를 지킨다. 일부 사람이 일탈하고 방종해도 많은 사람은 사람답게 살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존중하면 살아간다. 이들이 사회를 바로 세우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보통 사람들은 늘 자기를 돌아보며 법을 지키려 노력한다. 배포가 없고 배짱이 없어 불법을 저질러가며 한몫 챙길 요령도 없다. 그저 묵묵히 일하며 또박또박 세금을 내며 산다. 교통 위반 딱지로 날아오면 몇만 원의 벌금에도 속이 따갑다. 나라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군말 없이 따른다. 선한 사람이 복을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사마천은 그의 붓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주었다. 그렇지만 생전에 옳고 그름이 분별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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