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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Nov 03. 2022

사람이 많아지면 힘은 한 방향으로 쏠린다.  

슈뢰딩거의 '제곱근 법칙'을 이용한 군중의 행동 예측 확률

개체의 수가 적을 때는 행동의 패턴이나 규칙을 확인하기 힘들다. 적은 숫자는 불규칙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알기 힘들다. 적은 집단에서는 힘을 모으는 구심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불규칙한 개체들이 모여 큰 집단이 되면 움직임이 패턴을 띤다. 집단이 커질수록 움직임이나 행동을 예측하기 한결 쉬워진다. 말하자면, 집단이나 무리가 어디로 움직일지 향방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인 집단도 마찬가지다. 개인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도 그들이 모인 집단은 평균적인 행동의 규범이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도덕이나 혹은 관습이 만든 평균적인 규범에 따라 행동한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밖으로 삐져나가는 원심력보다 안으로 모으는 구심력이 강해진다. 집단의 움직임은 일정한 규칙성을 띠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몇 사람이 모인 곳에서 개개인의 행동은 돌출적이지만, 단체의 행동은 확률로 예측 가능하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슈뢰딩거(Schrödinger)는 ‘큰 수의 평균화’ 또는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하는 재미있는 논리를 말했다. 슈뢰딩거에 따르면, 분자나 원자 같은 미시 세계의 물질은 숫자가 많을수록 평균의 법칙에서 벗어날 확률이 낮아진다. 그는 개별 물체가 평균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정도는 입자 수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는 '제곱근의 법칙'을 알아냈다.


물리학자 짐 알칼릴리(Jim Al-Khalili)와 유전학자 존조 맥패든(Johnjoe McFadden)이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해 저술한 『생명, 경계에 서다 (양자 생물학의 시대가 온다)』에 다음 같은 재밌는 예가 나온다. 슈뢰딩거의 '제곱근 법칙'을 이용해 생명체의 유전적 일탈 가능성을 계산했다. 

    

100개의 입자라면 루트 100, 곧 10개 정도는 평균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인다. 만일 100개의 원자로 이뤄진 생명체라면 이 생명체는 늘 10% 오차율의 부정확성을 안게 된다. 그것은 고도의 질서를 요구하는 생명 활동에는 치명적인 정밀도다. 그런데 원자 100만 개로 구성된 생명체가 있다면 일탈적으로 움직이는 원자는 루트 100만, 곧 1,000개 정도가 된다. 오차율은 0.1%(1000/100만)로 뚝 떨어진다.      

  

'제곱근의 법칙'을 사람의 행동 패턴의 규칙성 계산에 이용해보자. 5,000명의 사람이 모였다면, 개별적으로 일탈하는 사람의 수는 루트 5,000, 즉 70.7명이 된다. 비율로 보면 전체의 1.4%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사람 숫자가 5,000만 명 되면 이 중에서 일탈하는 사람은 약 7,071명으로 확률은 0.014%로 확연히 낮아진다. 다시 말하면, 99.986%의 확률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난 토요일 이태원에 모인 사람의 수가 몇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10만 명으로 가정하고 일탈할 확률을 계산해보자. 10만 명 중에서 무리에서 이탈할 사람의 숫자는 316명으로 0.3%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10만 명 가까이 모인 군중은 99.7%의 확률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숫자를 반으로 줄여 5만 명이라 해도 한 방향으로 움직일 확률이 약 99.6%나 된다.  


무리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더구나 좁은 골목에 모였다니 그들의 힘이 얼마나 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면 힘과 행동은 한 방향으로 쏠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힘과 방향을 분산하기 위해 집단을 소규모로 쪼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애달픈 사연 앞에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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