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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15. 2022

청년 꼰대와 노년 꼰떼(Con Te)

꼰대와 꼰떼(Con Te)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은 꼰대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한다. 이 말과 발음이 비슷하면서 뜻이 반대인 단어를 찾았다. 그랬더니 이탈리아 말에서 꼰떼(Con Te)라는 단어를 찾았다. 꼰떼는 '당신과 함께’라는 뜻이다. 그러니 꼰떼를 혼자 잘난 체하는 꼰대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그래서 꼰대와 꼰떼의 두 단어로 글머리를 잡았다.      

          

세월과 함께 세포는 늙는다. 두뇌 속의 신경세포인 뉴런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자극이 없고 호기심이 사라지면 뉴런은 돌기를 끊어버리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 사람의 뇌에서 기억, 판단력, 인지력 등 종합적 사유 능력을 관리하는 앞이마 부분의 신경세포는 가장 늦게 성숙하고 제일 먼저 소멸한다. 이 부분의 신경세포가 소멸하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생각하길 싫어한다. 고집도 세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안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도전을 싫어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안주한다. 자연 호기심이 사라지고 지적 열망도 식는다.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면 뇌세포는 노화하고, 그 결과 신경세포는 소멸한다. 오래 방치된 빈집의 전선의  구리 전선이 삭아 끊어지듯 뇌세포의 연결망도 끊어진다.   

          

https://50plus.or.kr/detail.do?id=13173869


자극이 없으면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가 급속히 노화한다. 해마와 앞이마의 연결망이 끊어지면, 금방 했던 일도 잊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금방 들었던 이야기도 까먹고 건망증이 심해진다. 이렇게 되면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해 듣는 사람이 질리게 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듣지도 않는다. 설혹 듣는다 해도 건성으로 듣는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거나 뜻에 동조하는 의미론적 듣기 능력이 사라진다.


이런 사람들은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을 잘 기억한다. 오래전에 있었던 경험을 또렷이 생각해서 되새김질한다. 온전히 그때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하여 기억한다. 이런 기억들이 두뇌의 장기 기억 저장소에 봉인되어 있다. 이들 장기 기억은 화석처럼 단단해져, 다른 일들은 모두 잊어도 그것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이가 들면 과거 경험을 꽉 부여잡고 놓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정의이자 진리다. 그들이 반추하는 기억은 이미 굳어져 화석이 딱딱하다. 어떤 새로운 정보도 화석 기억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집을 부린다. 자기 경험을 일반화하고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들을 꼰대라 부를 수밖에 없다.       

          

꼰대 청년과 꼰떼(Con Te) 노년

두뇌의 화석화 현상이 나이 든 사람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나이가 젊은 사람의 뇌도 돌처럼 굳어질 수 있다. 공부하지 않고 정보를 받아들이기를 게을리하는 사람의 뇌는 일찍 화석화의 길로 접어든다.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알량하게 모은 지식으로 모든 걸 아는 양 떠드는 것은 영락없는 꼰대의 모습이다. 이른 나이에 뇌가 굳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를 오래 사용하지 않고 버려두면 망가진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돌보지 않아 자동차 기능을 상실했다. 엔엔진 배부의 배선이 끊어지고 부품이 녹슬었다. 이 정도면 자동차는 손 쓸 도리가 없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두뇌는 버려진 자동차 엔진과 같다. 머릿속의 신경세포의 연결망이 끊어진다. 두뇌의 신경망은 돌처럼 단단해지고, 뇌는 고집으로 가득한 낡고 오래된 기억 저장소에 불과하다.      

     

이런 사람과 소통하기는 무척 힘들다. 나이 든 사람이야 노화가 일어났다고 핑계라도 되지만, 젊은 사람이 이런 상황이 되면 더 답답해진다. 청년 꼰대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얻은 얕은 지식을 전부인 양 착각한다. 공부하지 않고 손쉽게 얻은 얕은 지식을 고집한다. 머리 쓰기를 싫어하는 이들의 머리는 이미 노화가 시작됐다. 그런 사람을 청년 꼰대라 부를 수 있다.     

          

나이 든 사람 중에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해 젊은 두뇌를 가진 사람이 많다. 그들은 늘 소통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의미론적으로 잘 들어준다. 그들의 깊은 경험과 해박한 지식이 사람들의 길라잡이가 된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젊고 싱싱하기에 ‘상대와 함께’하는 꼰떼(Cont Te) 정신이 충만하다. 그들은 나이는 들었지만 두뇌는 여전히 젊음을 유지한다. 이런 사람은 꼰떼 노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꼰대가 되는 걸 걱정한다. 두뇌의 노화와 화석화를 피할 방법은 있다. 글을 쓰고 그림 그리면서 뇌에 자극을 주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뇌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낡은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부단히 읽고 쓰면 뇌는 젊음을 유지한다. 지적 호기심과 그것을 채우려는 독서는 뇌를 젊게 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노력만이 살길이다. 세상에 그저 얻어지는 젊음은 없다. 나이가 들어도 노력하는 뇌는 진화한다. 그들의 기억은 화석화되지 않는다. 뉴런의 가소성은 활발하고 해마는 여전히 많은 일을 기억한다. 지적 노력은 뉴런과 뉴런의 연결점인 시냅스를 강화한다. 공부하는 뇌는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한다. 기억 세포들을 자주 꺼내 신선함을 유지하도록 해주면 좋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꼰대'가 아니라 ‘꼰떼(Con Te)’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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