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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14. 2022

30년 산 위스키와 나이 듦의 미학

천사의 몫이 많을수록 위스키는 맛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포도주, 위스키, 나무, 바이올린, 골동품, 예술품, 명품 등 셀 수 없다. 이들은 갓 세상에 태어났을 때보다 묵힌 세월이 길수록 더 가치가 올라간다. 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그런 것들이다. 


먼저 위스키(whisky) 이야기를 해보자.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위스키가 있다. 애주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든 싱글 그레인, 싱글 몰트, 블렌디드 위스키 등이 있다. 게다가 스모키한 몰트 향과 스페이사이드 블렌드 같은 달콤한 벌꿀 향을 가진 위스키도 있다. 애주가와 거리가 먼 나는 이름만 욀 뿐이다. 


지금부터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보자. 오랜 세월을 견딘 위스키가 왜 향과 맛이 좋은지 알 수 있다. 위스키는 몰팅(malting), 제분(milling), 당화(mashing), 발효(fermentation), 증류(distillation), 숙성(maturation), 블렌딩(blending), 병입(bolting)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제일 먼저 보리를 물에 2~3일 담가 싹을 틔우게 하는 몰팅을 시작한다. 몰팅(malting)은 보리싹인 맥아(麥芽)를 틔우는 과정이다. 싹이 자란 보리를 바닥에 깔아 놓고 1~2일 불로 건조한 후, 고운 가루로 만드는 분쇄(milling) 작업이 그다음이다. 분쇄된 가루를 당화조(mash tun)에 넣고 단맛이 높은 당분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아즙을 발효조(wash back)에 넣고 발효를 시작한다.  


위스키의 원액인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발효 과정은 신기하다. 발효조(Wash Back) 안의 맥아즙(Wort)에 이스트를 첨가하면 발효가 시작하고, 맥아당은 알코올로 변신한다. 발효 시간은 보통 약 48~56시간 정도 걸리는데, 발효가 끝나면 약 8% 농도의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맥아당이 알코올로 질적 변환을 일으키는 것이 발효의 마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코올 원액을 증류기에 넣고 가열해 농도가 50~70%가 되도록 증류(distillation)한다. 발효와 증류를 마친 알코올은 아직은 맛과 향이 거칠다. 부드럽게 만들어 맛과 향을 좋게 하기 위해 숙성(aging)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참나무로 만든 통에 원액을 채워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 숙성하는 동안 오크통의 성분이 위스키에 스며든다. 깊은 산에 자란 참나무의 향과 색이 위스크 원액에 녹아든다. 좋은 품질의 오크 안에서 인내하는 시간이 길수록 위스키의 맛과 향이 짙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숙성하는 과정에서 원액 일부가 증발한다는 사실이다. 연간 2~3%의 자연 손실이 발생하고, 30년 숙성의 시간을 보내면 위스키 원액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향이 깊은 위스키를 얻기 위해 자연 증발을 감내해야 한다. 이것을 위스키 생산하는 사람들은 ‘천사의 몫(Angel’s sharing)’이라 부른다. 오래 숙성한 위스키는 천사의 도움을 받아, 거칠고 원시적인 맛이 부드러운 향과 맛으로 변한다. 30년 이상 된 위스키를 왜 최상품으로 치는지 그 이유를 알만 하다. 


사람도 위스키도 오래 묵힐수록 맛과 향이 깊다. 

오래된 위스키는 갓 태어난 풋내기 위스키보다 풍미가 깊다. 오크통의 향과 특성을 흡수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좋은 위스키가 된다. 금방 만들어진 위스키에는 그럼 맛이 익을 틈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보관한다고 제대로 숙성하는 것도 아니다. 알맞은 장소, 알맞은 온도, 알맞은 조건에서 숙성해야 좋은 술로 거듭난다. 


사람도 오래 숙성한 위스키의 아름다움을 배워야 한다. 살다 보면 마음에 고통의 씨앗이 뿌려지고 자란다. 그것들이 더 자라기 전에 싹을 잘라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곱게 빻은 가루를 배움과 지식의 효소를 첨가하여 지혜의 원액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식이 지혜로 변환하는 발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질적으로 변환하지 않고는 지식은 그저 안다는 것에 불과하다. 


발효의 과정을 거쳐 지혜의 원액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설익은 지혜는 거칠고 조잡하다. 가벼운 수레가 요란하고, 농익지 않은 과일은 쓴맛을 낼 뿐이다. 그저 잘난 채 떠들고 자기 자랑에 급급한 사람을 지혜롭다 하지 않는다. 맛과 향이 가득한 지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생각을 가다듬어야 머릿속에 든 차가운 지식이 마음속의 따뜻한 지혜로 익는다. 


위스키와 지혜는 오래 묵힐수록 맛과 향이 좋은 법이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스카치”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오크통에서 최소 3년간 숙성해야 한다. 정말 맛이 좋은 위스키는 30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 좋은 술을 만드는데도 이 정도의 시간을 인내하는데, 하물며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지혜로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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