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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31. 2022

바람을 보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거센 바람

출처 https://frog30000.tistory.com/7877


2022년이 저문다. 코로나19 이후 일어난 일은 인간 이성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또 한 번 배신한다.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달러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이것을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은 금융시장을 붕괴시키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자율은 서민들의 삶에 깊은 주름을 남긴다. 도대체 왜 고통은 가난한 이들의 몫으로 돌아오는지, 왜 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사람들은 늘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월급 소득자의 실질 소득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제3의 세금,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라고 부를 정도다. 인플레이션 세금은 화폐 가치를 하락시켜 화폐 소득의 일부를 자산 소득으로 이전시킨다. 결과적으로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자산이 없는 서민들은 이래저래 고통을 받는다. 정보력과 자본력에서 월등히 앞선 이들이 매번 더 많이 갖는 그런 구조가 공정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또 웬 말인가? 그것도 2022년이면 인공지능과 특이점을 논하는 기술 혁신의 시대에 전쟁이 터졌다. 초연결사회와 네트워크 사회로 연결된 개방된 21세기의 대명천지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것도 합리적 근거도 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게 과연 인간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가뜩이나 긴축 금융정책으로 몸살을 앓는 경제에 일격을 가한다. 퇴로가 보이지 않은 터널 속으로 세상 사람을 몰아넣었다. 러시아는 툭하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근다고 위협한다. 수틀리면 언제든지 핵폭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낡고 폐기된 줄만 알았던 제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일을 상상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강하게 저항할 줄 몰랐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줄 알았다. 그들은 과연 전쟁이 이렇게 오래 끌 줄 몰랐을까? 아니면 그들의 의도 대로 전쟁이 이렇게 길어진 건 아닐까?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적절히 지원하면서 전쟁을 이렇게 오래 끌도록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끌면서 조금씩 조금씩 러시아의 군사력을 약화하려는 미국의 숨은 뜻일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자국에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다. 전쟁은 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부지런히 무기를 팔고, 군사를 파병하면 되었다. 미국 시민들은 전쟁이 늘 강 건너 불구경일 수밖에 없다.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 것은 굳이 따지자면 911테러가 처음이다. 미국의 속내야 어찌 알겠냐 만은 미국 입장에서는 전쟁이 길어져도 손해 볼 일이 없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악어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20세기 초에 일어난 지성의 붕괴나 지금의 현실이나 다를 바가 없다. 지성만으로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이성보다는 폭력과 권력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면 한 개인의 운명을 점쳐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거센 바람은 사람의 앞길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따지고 보면 영끌해서 아파트를 산 젊은이들의 탓할 이유가 없다. 있는 대출 없는 대출 다 받아 아파트를 샀는데 가격이 떨어지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에게 탐욕이나 과욕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순간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게 만든 정부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영끌이라도 해서 사지 않으면 안 될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가 무능해서 그렇다고 해도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연 정부가 그런 상황을 막을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 정도다.


아파트 시장이든 주식 시장이든 일반인들은 불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일찍부터 정부 내부에서 그것을 논의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의장이 발표하는 금리 정책이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내부에서 상당한 시간을 검토하고 난 후 정책을 전환한다. 그 사이에 정보가 어디로 갈까.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자본이나 대형 로비스트의 귀에 진작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들은 정당한 때에 주식을 처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했을 것이다.


돈을 잃고 상처받는 것은 늘 개미 투자자의 몫이다. 이렇게 정보가 불공정한 배포될 바에는 주식시장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 정보를 가진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게 하는 것이 옳다. 왜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인들을 시장에 끌어들여 마지막에는 그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가 말이다. 난다 긴다 하는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은 정보를 쥐락펴락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입맛대로 정보를 요리한다. 그러니 시장이 애초부터 합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설계된 세상을 탓해야 무엇할까. 물가 상승과 고금리의 부담을 떠맡는 것은 서민들의 몫이다. 서민들의 피같은 돈으로 금융자본가의 배를 불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울진 운동장이란 다른 게 아니다. 주식시장이든 주택시장이든 상투에서 머리를 잡는 사람을 따져보면 한결같이 서민이다. 애초 공정하지 않은 게임에 일반인을 끌어들인 금융자본가의 음흉한 야욕을 탓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평등이 아니라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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