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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31. 2022

하늘의 성긴 그물은 빠뜨리지 않는다.


2022년이 끝나는 마지막 날 세 편의 글을 올린다. 전체를 하나로 묶기에는 양이 많다. 아침에 다 써놓고 세 편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올렸다. 두 편은 2022년을 냉혹하게 비판한 글이다. 내 의지와 노력을 배반했다는 섭섭한 마음에 그렇게 썼다. 막상 쓰고 보니 현실을 너무 비판하고 비관적으로 말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라고 말한 안토니오 그람시를 소환했다.  


지성으로든, 이성으로든 아니면 감정으로든 2022년을 냉혹하게 바라봤다. 2023년에는 잘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마무리 글에서는 낙관적 의지로 새해를 맞는 마음을 적었다. 숫자 하나가 바뀌면 시점이 달라진다. 시곗바늘이 2022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에서 2023년 1월 1일 0시 1분 1초로 바뀌면 새해를 맞는다. 


새해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운명의 파도는 어디로 흘러갈까? 거센 폭풍우가 잠들지 않은 현실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맨다.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 앞에 개인의 삶은 늘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 늘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하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바람이 잦아들고 물길이 흔들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년 이맘때는 어떤 사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지 기대해 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안정되고 물가도 빠른 속도로 안정될 것이다. 세계적 공급망이 제대로 돌아가면 물가 불안 요인도 잠재울 수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미국의 속내를 알 수 없고, 푸틴이 어디로 튈지도 짐작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전쟁이야 빨리 끝날수록 좋은 일이지만, 먼 남의 나라 사정에 목메는 현실이 웃기면서도 슬프다. 


이런 일들은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될 일은 안 된다. 노력하고 노력해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많다. 운이 없는 탓일 수도 있고, 원래부터 될 수 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운세가 하늘을 찌를 듯해도 주변 여건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애달파하지 말아야 한다.


노자(老子)가 말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커서 엉성해 보이지만 빠뜨리지 않는다(天網恢恢 疎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루)'라고 했다. 진짜 인재라면 하늘은 빠뜨리지 않을 것이고, 하늘이 챙기지 않는다면 인재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하늘이 더 나은 인재들을 챙기느라 우리를 챙길 겨를이 없는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줄 알고 새해에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자. 대신 더 열심히 읽고 쓰고 공부하며 그렇게 살자. 많이 시도해야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양질전환(良質轉換)의 법칙을 기억하자. 향이 좋은 위스키를 만드는 데는 오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우리의 의식과 사고를 숙성하는 데는 축적과 숙성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새해는 더 인내하고 기다리는 자세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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