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리하는 인간, 호모 쿡피엔스가 된 별난 침팬지

by Henry

요리하는 인간, 호모 쿡피엔스의 탄생



날것을 먹던 별난 침팬지는 음식을 익히거나 삶아서 먹기 시작했다. 별난 침팬지는 불을 이용한 요리법을 개발함으로써 신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를 확보했다. 그 덕분에 지금도 초원에 퍼질러 앉아 하루 종일 씹고 소화하는 침팬지 형제들과는 유전적으로 영영 이별했다. 이때부터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 별난 침팬지의 유전자 구조가 본격적으로 달라졌고, 그것이 별난 침팬지를 인류의 조상으로 만들었다.


불을 이용한 요리가 인류의 진화에 끼친 영향은 무척 크다. 먹는 것만큼 체형이나 골격, 그리고 두뇌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도 드물다. 음식을 소화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은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은 단지 몸의 변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지 활동에도 작용한다. 요리는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는 데 필요한 열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약 7백만 년 전 용감하고 별난 침팬지는 나무 위의 삶을 포기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선물한 불을 만나면서 새로운 문명의 길을 개척했다. 불은 어둠을 밝히고 사나운 짐승을 물리치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특히 불을 이용한 요리는 별난 침팬지를 동물에서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불을 사용하고 요리를 할 수 있냐 없냐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다.


“나에게 인간을 정의하라면 ‘불로 요리하는 동물’이라 하겠다.”라고 스코틀랜드 작가 제임스 보스웰이 말했다. 그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불을 다룰 수 있고, 이것을 사용해서 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요리는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입증하는 상징적인 활동”이라는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의 주장을 곱씹어 보자. 이 말은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서도 요리만큼 뚜렷한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인류학자 칼턴 쿤(음식의 역사)은 “요리법의 도입은 원초적 동물 상태의 사람을 보다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동물적 본능과 인간적 욕망을 가르는 경계선에 요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불을 이용한 요리법을 개발한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인지 혁명에 성공한 존재가 되었다. 이 정도면 이제부터 별난 침팬지를 요리하는 인간, 즉 호모 쿡피엔스(Homo Cookpiense)라 불러도 좋겠다. 호모 쿡피엔스는 요리를 한 끼 때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미식의 세계로 이끌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쟝 브리야 사바랭 (Jean-Anthelme Brillat –Savarin, 1775~1826년)은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프랑스의 식량 생산이 늘어나고 식탁이 풍성해지던 시기였다. 왕족이나 귀족이 먹는 음식과 일반 사람이 먹는 음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의 먹는 음식 종류나 가짓수, 재료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의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단지 열량을 공급받기 위해 음식을 먹던 시절은 지났다. 요리는 맛에다 색과 소리를 입혀 미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요리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문화적 자양분을 제공한다. 나무에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드디어 요리하는 인간, 즉 호모 쿡피엔스가 되었다. 아름다운 요리를 만드는 호모 쿡피엔스에 힘찬 격력의 박수를 쳐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에는 고독으로 비단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