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글과 아이의 머릿속
아마존 정글은 온갖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존 현장이다. 갖가지 종류의 동식물이 원시림을 이룬다. 생명체의 활력이 넘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동시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치열하게 투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진기한 동물과 식물의 보고이자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정글 속은 생명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숲속에는 매일 생존을 위한 목숨 건 싸움이 벌어진다.
아마존 숲에는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곤충, 식물, 어류, 새, 포유류, 양서류 그리고 파충류가 살고 있다. 동물과 식물의 개체 수보다 먹이가 적다. 서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그런 이유로 아마존 정글의 동물과 식물에 독이 많다. 그들만의 처절한 생존 전략이다. 그건 숲이 너무 우거져 서식하는 생명체가 너무 많은 탓이다.
3세~6세 사이 아이의 머릿속은 아마존 정글을 닮았다. 약 1,000조 개의 시냅스가 질서없이 무성하게 자란다. 아이의 머릿속은 호기심 천국이고, 좌충우돌하는 궁금증이 넘친다. 아이는 어떤 것도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이의 머릿속은 늘 분주하고 와글와글 요란하다. 아이들의 두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어디로 튈지 갈피를 못 잡는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간다면 머릿속은 높은 열기로 터져버린다.
야생의 아마존 정글에서는 힘이 있는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생명체는 죽는다. 약육강식의 처절한 법칙만 남는다. 아이의 머릿속을 아마존 정글처럼 그냥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시냅스가 제멋대로 자라나 서로 얽혀 엉망진창이 된다.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특별히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아이가 된다. 이도 저도 아닌 어른으로 자라 힘들게 살아간다.
무질서한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를 잘 정리해야 아이는 훌륭하게 자란다.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 가지치기를 잘하는 데는 책 읽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거기다가 글쓰기까지 첨가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책 읽기만 잘해도 아이의 머릿속은 잘 정돈된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머리에서 그리고 상상한다. 읽고, 이해하고, 상상하는 동작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책을 통한 생각과 사유 학습은 최고의 두뇌 훈련이다. 동화책을 읽는 동안 아이는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상상하고 그림을 그린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장면을 떠올린다. 이때 어마어마한 숫자의 시냅스가 정보를 주고받는다. 시냅스를 자라게 하는 영양분은 상상과 생각이라는 전기적 신호다. 글을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전기가 번쩍거린다. 그것은 아이의 지능이 자라는 요란한 모습이다.
책은 건강식이고, 스마트폰은 알약이다.
사춘기가 될 때까지 아이의 몸과 마음은 한참이나 자란다. 그 이후에도 성장하는 아이도 있지만. 성장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이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 음식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동안 아이의 온몸은 고르게 자란다. 이빨도 튼튼해지고 턱관절도 발달한다. 소화 기관도 부지런히 제 역할을 하고, 두뇌는 발달한다.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은 성장기 아이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아이가 음식을 먹지 않고 알약 한 알로 배를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 영양을 충분히 고려해 만든 알약이라 배고픔을 해결하고, 고농축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의 신체는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 씹지 않으니 이빨과 턱관절은 약해져 얼굴 형태도 변한다. 위나 장의 움직임이 없으니 소화기관도 퇴행할 것이다. 알약만 먹는다면 성인이 되어 기형적인 신체를 갖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6세 이전의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알약과 같다. 아직 사고와 의식이 성장하지 않은 스마트폰에 빠지는 것은 음식 대신에 알약을 먹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동영상과 게임 화면의 빠른 변화는 아이의 뇌신경 세포가 정보를 분석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이 없이 화면 속으로 빨려든다. 정보를 씹고, 뜯고, 맛볼 필요가 없고, 오직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머릿속은 기형적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아이가 너무 일찍 스마트폰에 빠지면,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는 제대로 가지치기할 수 없다. 스마트폰 게임 화면과 유튜브의 동영상은 화려한 동작으로 가득하다. 아이돌 가수의 현란한 춤을 보기만 하라고 소리친다.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보고 웃으라고 한다. 마치 알약 한 알로 식사를 해결하듯, 생각하고 사고할 필요가 없다. 시냅스는 정보를 씹고, 뜯고, 맛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정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시냅스는 쇠약해져 소멸의 길을 걷는다.
“아, 이 아이는 게임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럼 빨리 게임 시냅스를 늘리자."
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가 이렇게 말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화장실 갈 때도, 학원에 갈 때도, 휴식 시간에도 스마트폰 게임에 빠졌기 때문이다. 머릿속 시냅스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게임과 오락 시냅스를 살리고 나머지는 시냅스와 연결을 끊어버린다. 공부하고 독서하는 시냅스는 사라지고, 아이의 머릿속에는 온통 게임과 오락 시냅스만 무성하다.
아이는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게임과 오락에 점점 더 빠져든다. 이들 시냅스는 더욱 풍성해진다. 독서와 공부의 시냅스가 싹틀 여지가 없다. 자연히 책 읽는 시간은 더 줄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늘어난다. 끝내 책 읽는 시냅스는 설 자리를 잃고 머릿속에서 완전히 추방된다. 이때쯤 되면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엄마의 폭풍 잔소리에도 아이의 오락과 게임 시냅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의 머릿속에 시냅스의 도서관을 만들자.
6세 이전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의 시냅스는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달랠까 고민할 것이다. 마침 엄마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아이는 엄마 곁에서 책을 읽을 것이다. 6세 이전의 아이는 대개 엄마와 아빠가 하는 행동을 잘 따라 하는 따라쟁이다. 아이는 자연스레 알록달록한 동화책을 손에 넣는다. 아이는 그림이 많고 짧은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에 빠져든다.
"오호, 이 아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네. 애들아 우리 아이의 머릿속에 도서관을 만들자!!"
아이 머릿속의 책 읽는 시냅스가 모여든다. 어느새 머릿속은 책을 읽는 시냅스로 넘쳐난다. 책을 읽는 신경망이 촘촘하게 자리해 거대한 시냅스의 도서관이 된다. 이렇게 되면 엄마와 아빠가 아이한테 책 읽으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머릿속 시냅스가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영혼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알아서 책을 읽는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아이 달래기 좋다고 덜렁 스마트 폰을 손에 쥐여주면 어떻게 될까. 부모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 것을 마다치 않는다. 나중에는 억만큼을 투자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어릴 때 아이가 책 읽는 습관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세 이전에는 아이가 스마트 폰을 멀리해야 한다. 6세가 지났더라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그냥 두는 것보다는 낫다.
아이의 머릿속이 한 번 헝클어지면 학원을 보내고 선생님을 붙여봐도 소용이 없다. 한 번 망가진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를 회복하는 일은 참 어렵다. 그래 놓고 아이만 닦달하면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는 빛의 속도로 사라질 뿐이다. 현명한 부모는 아이가 시냅스 가지치기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부모가 아이와 같이 책을 읽고, 같이 공부해야 한다.
6세 이전 아이의 머릿속은 아마존 정글만큼 복잡하다. 시냅스가 너무 많아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 그냥 내버려 두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에서 길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같이 책을 읽고 자연스레 책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는 자기의 적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스마트 폰을 조금 늦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그 시간에 아이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게 지켜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