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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Feb 06. 2023

와글와글 소란스러운 아이의 머릿속 교통정리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아이의 머릿속

뇌신경 세포 뉴런(neuron)은 인간 지능의 최소한 생물학적 단위이다. 뉴런은 감각기관의 정보를 입수해 다음 뉴런으로 전달한다. 하나의 뉴런에는 수천 혹인 수만 가닥의 잔가지(가지돌기)가 뻗어 있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입수한 정보는 핵이 있는 세포체로 전달한다. 이때 정보는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뉴런 내부로 흘러간다.


두뇌 신경세포(뉴런) 구조


세포체의 핵은 여러 가지돌기가 보내주는 입력 정보인 전기 신호를 합한다. 이렇게 합한 전기 신호의 값이 일정한 기준치를 넘어서면, 그것을 가치 있는 정보로 판단한다. 임계치를 넘어선 가치 있는 정보는 뉴런의 축삭 돌기를 따라 시냅스로 이동한다. 축삭돌기의 끝단은 다음 뉴런의 가지 돌기가 만나는 시냅스다.

       

그림 속의 녹색 동그라미가 신경 세포체의 중심인 핵이다. 하나의 뉴런은 인접한 다른 뉴런에 일정한 기준을 넘는 외부의 정보(자극)를 전달한다. 뉴런은 임계치 이상의 정보를 축삭을 통해 축삭말단으로 보낸다. 이렇게 보내진 정보(전기적 신호)는 다음 뉴런과 만나는 지점인 시냅스(synapse)에 도달한다. 시냅스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정보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똑똑한 아이라 칭찬받는다.   

           

뉴런 가지돌기의 수가 많을수록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 입수하는 정부의 양이 많으면 그것을 합한 전기 신호의 값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정보를 분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흔히 말해 머리가 좋다는 것은 뉴런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빨리 입수하고 전달하느냐의 능력이다.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머리가 좋다는 것의 생물학적 기준은 뇌 신경망의 밀집도 정도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약 1,000억 개의 뇌신경 세포(뉴런)가 있는데, 이것은 탄생의 순간에 한 번 결정되면 일생 크게 변하지 않는다. 뇌를 심하게 다치거나 노화, 혹은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등으로 인해 뇌신경 세포가 소멸하기 전까지는 꾸준히 이 숫자를 유지한다. 뇌신경 세포인 뉴런의 숫자는 다 비슷하기 때문에 머리의 좋고 나쁨의 변별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뇌신경 세포와 시냅스의 숫자와 그것들의 연결 강도에 달렸다.


뉴런과 시냅스https://www.hani.co.kr/arti/PRINT/901665.html



뇌 신경세포의 가지돌기와 축삭 말단(축삭돌기)의 숫자가 많을수록 신경망의 밀집도는 높아진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의 숫자가 많고, 정보를 보내는 축삭돌기의 숫자가 많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뇌신경 세포와 뇌신경 세포 사이의 정보 교환은 수상돌기와 축삭돌기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연결지점인 시냅스라 부르는데, 시냅스의 숫자가 많으면 똑똑한 아이로 자란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  


신기한 것은 시냅스의 숫자는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변한다. 시냅스는 태아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출생 후 1~2년에 약 1,000조 개로 늘어난다. 이 숫자는 일생 최고치로서 약 6~7세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 시기 부모는 자기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다가 사춘기 후반이 되면 시냅스는 약 500조 정도로 감소했다가 성인이 되면 약 150조 개로 줄어든다. 


와글와글 소란스러운 아이의 머릿속 교통정리

연령에 따른 시냅스 밀집도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Synaptic-density-in-the-human-brain_fig1_25217827


사과나무가 자라면 작은 가지들도 왕성하게 솟아난다. 잔가지들이 너무 많아지면 영양분이 분산된다. 사과는 많이 열리겠지만, 사과 씨알이 작고 당도도 떨어진다. 영양분을 너무 많은 가지가 나눠갖기 때문에 사과가 제대로 영글지 못한다. 과수원에서 잘 익은 과일을 많이 수확하기 위해서는 가지를 적당히 솎아내는 가지치기를 한다. 


사람의 머릿속 시냅스도 과수원의 가지치기 원리가 적용된다. 시냅스의 숫자가 많을수록 좋긴 하지만, 너무 많으면 정보 전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수많은 시냅스가 가치 없는 정보까지 분석하려 들면 두뇌의 에너지 손실은 크게 증가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정보에 몰입해야 할 에너지까지 소모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것저것 쓸데없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정작 두뇌의 분석력이 떨어지는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다.  


사람의 뇌도 필요한 시냅스를 남기고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해 정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어린아이의 두뇌는 처음에 최대한 많은 시냅스를 만들었다가 선택과 집중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숫자를 줄여간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더 많은 관심을 두는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그곳의 시냅스는 더 확장한다. 반대로, 관심이 적은 쪽의 시냅스는 스스로 가지치기하고, 자신의 목표에 몰입하게 된다. 


일단 시냅스 가지치기 끝나면 정리된 신경망의 신경회로만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만일 시냅스 가지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필요 이상의 시냅스가 사라지면 낭패다. 성능 좋은 두뇌가 되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시냅스 숫자를 확보해야 한다. 한 번 사라진 시냅스를 되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컴퓨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부품을 쉽게 교체하면 된다. 그러나 아이의 머릿속 신경망은 한 번 잘못 형성되면 업그레이드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대략 6세가 넘어가면 아이의 머릿속에서도 서서히 시냅스의 가지치기를 준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아이의 앞날이 정해진다. 자기 적성과 재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시기가 된다. 와글와글 소란스럽고 호기심으로 좌충우돌하던 아이의 머릿속도 서서히 교통정리가 된다. 아이의 두뇌는 녹색 신호등을 보고 그쪽으로 달려간다. 부모의 섬세한 손길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머릿속 시냅스 가지치기를 잘해야 아이의 지능도 발달한다. 그것을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천방지축으로 시냅스가 뻗어간다. 자칫 잘못하면 공부하는 시냅스가 뭉텅 잘리고 오락하는 시냅스만 무성할 수 있다. 아이의 머릿속 시냅스가 잘 정리될 수 있도록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 함께 책 읽고, 격려하고, 다독여야 한다. 공부 못한다고 아이만 닦달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것은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무 유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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