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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Feb 13. 2023

별난 침팬지의 산고(産苦)와 덜떨어진 아기의 출산

사진 출처 https://www.kyeonggi.com/696639


직립보행과 출산의 고통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별난 침팬지의 노력은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발전을 불러왔다. 생존하고 종을 번식하는 것은 별난 침팬지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숙명적 과업이다. 원시 생명체가 지구에 출현한 것은 무려 40억 년 전의 일이다. 생명체는 열심히 먹고 영양분을 축적해 유전자를 번성시키는 숭고한 책무를 수행했다. 먹고사는 것은 원시 생명체가 오늘날 지구의 다양한 동식물을 번성시킨 결정적인 동력이다.      


별난 침팬지의 뿌리는 결국 원시 생명체이다. 그것이 약 40억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분화하고 진화한 결과가 오늘날 지구의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몇 차례의 비약적 진화를 경험한 침팬지들이 나무에서 살았다. 그중 모험심 강한 별난 침팬지는 더 많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왔다. 최소의 에너지를 투자하여 최대의 수확을 하겠다는 별난 침팬지의 결단이 오늘날 인류를 만들었다.      


대략 700만 년에서 500만 년 전 사이로 알려진 시기에 별난 침팬지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약 200만 년의 시차를 두는 것은 학설마다 제시하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대략 그 시기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장류에 불과했던 별난 침팬지가 인간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쯤이다.    


어쨌든 땅으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두 손과 두 발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도구를 만들었다. 사냥하거나 식물채취에서 도구는 꽤 유용하게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별난 침팬지는 불을 이용한 조리법을 발견했다. 소화 효율성이 높은 익힌 요리는 별난 침팬지의 두뇌를 좋게 만들었다. 두 손과 두 발의 사용, 도구의 발명, 두뇌의 발달 등 일련의 사건은 별난 침팬지의 지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드디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인지적 언어를 만든 인지 혁명이 일어났다.     


인지 혁명 덕분에 별난 침팬지는 문명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신화를 만들고, 동굴벽화를 그리고, 도구를 개량했다. 처음에는 나무나 돌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지만, 별난 침팬지는 똑똑해진 머리를 활용해 청동이나 쇠로 된 도구를 만들어냈다. 첨단 무기를 갖춘 별난 침팬지의 수확량은 예전보다 몇십 배나 증가했다. 인류 최초의 기술 혁명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는 비약적인 발전이다. 그것이 만든 진화의 대사건은 이루 셀 수 없이 만다.    


사람이 겪는 고통 중에서 산모가 겪는 출산의 고통만 한 것도 드물다. 별난 침팬지가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 보행을 하면서 체형이 변했다. 진화의 과정에서 별난 침팬지의 몸 크기에 비해 두뇌의 크기가 다른 동물보다 몇 배나 커졌다. 네 발로 걷다가 두 발로 꼿꼿이 걷게 되면서 다리와 다리 사이가 좁아지면서 골반도 좁아졌다. 여성의 산도(産道·태아가 나오는 길)가 좁아졌지만, 머리는 오히려 커졌기 때문에 출산하는 고통이 커졌다.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출산의 고통을 동물은 비교적 적게 겪는다. 침팬지는 골반이 크고 아기의 머리가 작기 때문에 출산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침팬지는 산도에서 빠져나올 때 아기와 엄마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그래서 엄마 침팬지가 자신의 두 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잡아당겨 빼낼 수 있으니 인간과 비교하면 산고라 말할 것도 없다. 인간 모성의 위대함이 돋보인다.


머리가 덜떨어진 아기의 출산

소나 사슴의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이내 걷는다. 갓 출생했을 때는 잠시 비틀거리다가 곧장 걷고 뛴다. 어미 배 속에서 다 자란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동물의 두뇌는 절반 가까이 성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니 생존에 필요한 본능을 빠른 시간에 익힌다. 동물의 새끼 양육 기간은 불과 몇 개월에 불과하다. 그만큼 두뇌가 단순하고 신경회로망도 엉성하다.


여성의 체형 때문에 인류는 아이를 작고 미숙하게 낳는다. 머리도 덜 자란 상태에서 아이는 출생한다. 갓난아기의 뇌는 어른의 1/4에 불과하고, 덩치도 작다. 아직 덩치도 그렇지만 머리도 덜떨어졌다. 복잡한 뇌 구조가 성숙하고 신경망이 제대로 자라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오랜 기간 양육을 해야 머리와 덩치가 자라 제 역할을 한다.


침팬지의 새끼가 출생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나무를 타지만, 인간의 아기는 6개월 되면 아직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영아기와 유아기를 거쳐 사춘기를 지날 때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양육 기간을 거쳐야 두뇌와 신체가 완전하게 자란다. 이 기간 적절한 양육 환경과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아기의 장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별난 침팬지의 직립 보행은 여성의 신체 구조를 변화시켰고, 그 결과 두뇌와 덩치가 작은 미숙아를 출산했다.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 아기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면 완전한 성인으로 자란다. 아기의 뇌신경 세포의 연결망이 조밀해지고, 시냅스가 제 자리를 잡는다. 두뇌와 신체의 성장과 활동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기는 젓을 떼 후에도 오랫동안 부모에게 의존해야 제대로 성장한다. 이 때문에 부모의 양육 방법은 아이의 두뇌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대부분 생물은 자기 새끼를 본능적으로 보호한다. 새끼를 적게 낳는 포유류의 어미들이 모성애가 강하다. 강한 모성애가 없다면 갓 태어난 새끼가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새끼를 살리고 보호하는 것은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른 동물보다 별난 침팬지는 아이를 키우고 양육하는 기간이 유달리 긴 것은 모성애가 그만큼 강하고 위대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아이의 양육을 모성애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서 안 된다. 부성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양육의 책임을 다 해야 한다. 모든 것을 모성의 책임으로 맡기면 육아의 부담을 고스란히 여성만 지게 된다. 약 20년 가까운 양육의 시간을 부모가 함께 책임지고 감당해야 한다. 모성이든 부성이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차이가 없다. 

    

별난 침팬지가 아이를 작게 낳고 크게 기르는 것은 탁월한 진화적 선택이다. 더 오랜 기간 양육함으로써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오랜 시간의 수고 덕분에 아기는 더 좋은 머리와 더 날렵한 몸매를 갖출 수 있었다. 긴 양육 기간 부모의 현명한 자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가 제대로 자라도록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 아이의 성장을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는지 그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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