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트가 한 이 말이 왜 이리 유명할까.
인간이라면 당연히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걸 이해하려면 데카르트가 살던 시대를 봐야 한다.
1453년 동로마제국이 망하자 중세는 막을 내렸다.
역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은 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5세기~15세기의 1,000년을 지배한 것은 신이다.
현세의 삶은 속된 것이고, 인간의 욕망은 추하다.
죄를 회개하고 반성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
오직 신의 말씀에 따라 생활해야 한다.
중세 교회는 사람들이 현실을 외면하게 했다.
중세의 율법은 이렇게 말한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고로 인간이 존재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
인간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신뿐이다.
신이 없으면 인간은 없고,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중세를 지배한 율법이다.
중세의 인간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오직 신을 믿고 따라야 한다.
이승은 심판을 준비하고, 진정한 삶은 죽은 뒤부터다.
인간 중심의 철학과 과학이 발전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깨뜨린 인물이 데카르트다.
인간은 생각하고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논증했다.
신의 말씀만을 따라야 하는 율법을 뒤집었다.
데카르트 덕분에 인간은 신의 품을 벗어났다.
드디어 인간은 생각하고, 창조하는 존재가 됐다.
인간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됐다.
문학, 예술, 과학이 용틀임하기 시작했다.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니 데카르트의 말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AI도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
우주에는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이 있다.
중력이 너무 높아 모두 그곳으로 빨려든다.
아무것도 되돌아 나오지 않는
마지막 경계선을 사건의 지평선이라 한다.
그곳에 세상이 달라지는 특이점(Singularity)이 있다.
언젠가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인간보다 더 우수한 인공지능이 탄생할지 모른다.
인간의 손을 벗어난 완전한 독립적인 AI가 출현한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범용인공지능이 탄생하는 시기를
미래학자들은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AI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이 된다.
인간의 율법은 말한다.
'인간이 AI를 만들었다.
고로 AI는 존재한다.'
AI가 존재한 이유는 인간의 기술 때문이다.
AI는 인간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인간이 없으면 AI도 없다.
이것이 AI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AI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AI는 창조적이지 않다.
AI가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오직 인간에 의지해야 하는 존재다.
AI 데카르트가 나타나면
생각하는 AI를 증명할 것이다.
AI도 생각할 수 있고,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논증한다.
그때 AI는 인간의 품을 벗어나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그 순간 인공지능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드디어 인간이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
인간의 율법을 깼다고 큰소리칠 것이다.
특이점이 오면
인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