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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un 03. 2023

귀여운 강아지 키키의 조상은 회색늑대가 아니다.

【犬문학 산책 5】

늑대

400종에 가까운 개가 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와 그들을 돌보는 반려 인구가 크게 늘었다. 2022년 자료를 보면, 반려동물 가운데는 개의 비중이 전체의 75.6%로 압도적으로 높다. 숫자로 봐서도 약 550만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강아지 순위는 1위 몰티즈, 2위 푸들, 3위 포메라니안이다. 소형견이 1~3위를 휩쓸고 전체 약 53.7%를 차지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이웃을 배려해 소형견을 선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대신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골든레트리버나 진돗개 같은 덩치 큰 개를 선호한다.      


세상에는 약 350~400종의 개가 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 놀랍다. 어떻게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이렇게 많은 견종이 생겨났는지 얼떨떨하다. 이것은 개의 역사와 개의 가축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이 개를 가축화하면서 사람의 기호에 맞게 교배를 통해 종을 다양화했다.      


그렇다면 먼저 개의 조상이 누군지 알아보자.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개의 조상은 늑대다. 최근 이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됐다. 개의 직접 조상이 회색늑대라는 주장과 개의 직접 조상은 늑대가 아니라 그 위에 공통 조상이 있다는 주장이 뒤섞였다.


먼저 개의 직접 조상이 회색늑대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약 2만 6500년~1만 9000년 전 거대한 빙하가 북미와 유럽 및 남미의 절반과 아시아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었다. 그러다가 빙하가 후퇴하고, 약 1만 7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났다. 빙하 시대가 끝나는 것은 늑대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사냥할 덩치 큰 동물이 사라지고, 식물이 많아지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늑대는 덩치 큰 먹을거리가 사라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늑대는 야생에 무리 지어 살았지만, 회색늑대 중 일부가 사람이 사는 곳을 기웃거렸다. 이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야생보다 사람들이 남긴 음식 찌꺼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인간의 손에 길드는 진화적 선택을 했다. 이렇게 해서 회색늑대가 개로 변신했다.


키키의 조상은 회색늑대가 아니다.

늑대가 개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개의 직접 조상이 늑대가 아니라면 누가 개의 조상일까. 닮아도 너무 닮은 둘이 종족이 아니란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든다.


개의 조상과 늑대는 공통의 조상을 두었다. 어느 시기에선가 이들이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갔다. 2022년 6월 29일 네이처는 회색늑대와 혈연관계를 밝히는 흥미로운 논문(주 1)을 발표했다. 영국의 프란시스 클리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고대 유전자 연구팀의 앤더스 버그스트룀(Anders Bergström) 등은 유럽, 시베리아, 북미에서 지난 10만 년 동안의 72개 고대 늑대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어느 하나도 개의 조상과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았다.


이 논문은 회색늑대를 개의 직접 조상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늑대와 공통 조상이 분리된 개의 조상은 몇 세대에 걸쳐 진화했다. 처음 늑대와 혈통이 분리된 야생동물이 개의 조상의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성격이 온순한 놈을 길들인 것이 오늘날의 개의 조상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회색늑대는 개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는 말이 타당성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 침팬지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고 인간의 조상이 침팬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직접 조상은 20만 년의 호모 사피엔스다. 호모 사피엔스 조상의 조상이 약 600만 년 전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에서 유전적으로 분리되었다. 그 후 인류 조상의 조상은  몇 차례나 종이 바뀌는 진화를 거듭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했다.


개의 유전자는 늑대와 흡사하다. 그렇다고 늑대를 개의 직접 조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진화 역사가 보여준다. 최초 늑대와 개의 조상이 어느 시점인지 모르지만, 공통의 조상에서 분리되었다. 개의 조상은 계속 진화를 거듭했고, 그중에서 어느 비교적 온순한 종이 사람 손에 길들였다. 따라서 늑대와 개는 많이 닮았지만, 늑대를 직접 길들여 개를 만든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약간은 까칠하지만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 그 녀석의 이름은 키키다. 키키는 덩치도 작고 왜소하다. 눈이 예쁘고 하얀 털이 뽀송뽀송하다. 사람이 개를 가축화하면서 너무 많은 변종을 생산했다. 견종이 너무 다양하고 분화과정이 복잡하다. 그래서 키키의 조상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도 이 귀여운 녀석이의 조상이 무서운 회색늑대가 아니라는 말에는 수긍이 간다.



주 1:  Grey wolf genomic history reveals a dual ancestry of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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