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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y 30. 2023

언제 인간과 개의 우정이 시작되었을까?

【犬문학 산책 4】


인간과 개의 우정이 싹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개, 고양이, 물고기 순서로 비중이 크다. 그중에서도 75.6%를 차지하는 것이 개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반려동물 가운데서 인간과 가장 먼저 친구가 된 것도 개다. 이것은 야생 동물 가운데서 개를 제일 먼저 가축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사냥감을 찾고 쫒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고, 사람을 잘 따라는 복종심을 가진 개는 오래전부터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개와 사람이 언제 친구가 되었을까? 이 의문은 사람이 언제부터 기르기 시작했는가의 질문과 같다. 야생동물인 개를 가축화한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화석으로 추정한 시기는 대략 3만 5천 년 전후와 1만 5천 년 전후라는 설이 있다. 남아 있는 기록을 분석해 약 1만 2천 년 전에서 8천 년 사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장은 인류의 구석기 시절인 약 3만~4만 년 전부터 회색늑대를 길들여 가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약 3만 년도 더 된 갯과(科) 동물의 화석을 분석해 보니, 늑대보다 지금의 집개에 가깝다는 연구가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미 이 시기에 늑대와 닮았지만, 집개에 가까운 개의 조상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인간이 개를 길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개가 가축화된 것은 이보다는 조금 늦은 약 1만 5,000년 전 무렵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인간은 사냥보다 농업에 주력하는 농경사회가 태동하기 시작한다.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비옥한 땅에 정착하면서 사람들은 늑대 새끼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대를 걸치면서 늑대의 새끼는 가축이 되었고, 인간과 교감을 나누는 반려동물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왜 이렇게 서로 주장이 다를까? 그 까닭은 늑대와 개의 화석이 매우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늑대와 개의 유전자가 분명히 달라지는 시점을 화석으로 특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개의 가축화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과 개의 조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인간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됐지만, 개의 기원에 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한 탓도 있다.  


인지 혁명과 농업혁명이 인간과 개의 우정이 깊어졌다.   

개를 가축화하려면 사람의 인지능력이 완성되어야 한다. 약 3만 5천 년 전후 인간이 어느 정도 진화했는지 알아보면 개를 가축화한 시기에 대해 추론할 수 있다. 이것은 순전히 필자의 추론이고, 학술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님을 미리 밝힌다. 


인류가 영장류에서 분리되어 인간의 길로 진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약 600만 년 전후이다. 나무 위에서 살던 영장류 중에서 일부가 땅으로 내려왔다. 약 1,500만 년 전부터 시작한 지구의 기후 변화가 정글을 초원으로 만들었다. 나무 위에서 먹을거리를 찾는 일이 점차 힘들어지자, 모험심 많은 침팬지 중 일부 형제들이 땅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 모험심이 많은 침팬지의 형제가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은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등 몇 차례나 종족이 바뀌는 진화를 거듭했다. 최종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2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하기 전까지 여러 호모 조상이 지구를 거쳐 갔다. 그 사이에 인간의 두뇌는 커지고, 머릿속 신경회로도 촘촘해졌다. 지금의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두뇌의 하드웨어가 자리 잡았다. 호모 사피엔스의 외형은 우리와 거의 흡사하다.   


인류는 두 손과 두 팔로 도구를 만들어 사냥했다. 그 사이 말을 만들고 소통도 했다. 무리 지어 살며 사회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두뇌 안의 신경회로를 발전시켰다. 이제 두뇌의 소프트웨어가 제자리를 잡을 차례다. 그 시기가 약 7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 사이에 걸쳐 일어났다. 인간의 머리가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인지 혁명(Cognition Revolution)이 일어난 것이다. 두뇌의 하드웨어를 완성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까지 완성한 것이다.      


인간의 인지 혁명이 완성된 약 4만 년 전쯤은 인간이 개를 가축화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인간이 똑똑해지면서 야생동물을 길들이려는 인식이 싹텄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사냥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을 알았다. 이때 늑대를 길들여 사냥에 참여시키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사람은 사냥한 동물의 사체 찌꺼기를 먹이며 늑대를 길들였다. 개와 인간의 동거가 약 3만 5천 년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사람은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하면서 먹고살았다. 자연은 늘 사람한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구석기시대의 인류가 사냥에 성공하는 횟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계속 사냥 도구를 개량했고, 쇠를 이용한 사냥도구를 발명하면서 사냥의 성공 가능성은 커졌다. 그렇다고 해도 야생 동물과 경쟁은 늘 목숨을 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구나 빙하기에는 식물 채집만으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충분한 열량을 얻기도 힘들었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빙하시대가 1만 년~1만 5천 년 전 지구의 기온이 오르기 시작했다. 식물들이 잘 자라고, 식물의 수와 종류가 많아졌다. 사람들은 이제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재배하는 법을 터득했다. 인류는 식량을 구하러 다니기보다는 곡물을 가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식물을 가축화해 먹을거리가 많아지자,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야생 동물의 가축화에 나섰다.


개와 인간의 사이가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수만 년의 시간 동안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고 친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정도 세월이면 DNA의 변화가 일어날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최초 늑대와 분리된 개의 조상이 가축화된 후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했다. 인지 혁명이 완성된 후 시작된 개와 인간의 우정은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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