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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y 25. 2023

<가족관계증명서 : 몰티즈, 페르시안 고양이, 나>

【犬문학 산책 3】

개와 고양이를 포함해 3인 가족

“가족이 어떻게 되죠? “

”네, 몰티즈와 페르시안 고양이, 그리고 나까지 세 명입니다. “     


최근 두 번에 걸쳐 강아지 이야기를 썼다. 후배의 반려견 키키와의 만남이 첫 번째 이야기다. '네 다리가 절단된 한국 강아지, 미국 영웅견이 되다'를 두 번째 글로 올렸다. 어차피 반려동물을 외면하고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내친김에 반려동물 이야기를 제대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려동물에 대해 자료를 뒤졌고, 자격증도 공부했다. 최근 취득한 <반려동물관리사 1급>과 <반려동물행동교정사 1급> 자격증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2022년 농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는 전체 가구의 25.4%인 602만 가구 1,306만 명이다. 이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숫자는 모두 약 545만 마리다. 이 중에서 개가 75.6%인 약 412만 마리이고, 고양이가 27.7%인 약 151만 마리다. 나머지 7.3%는 사람이 키우는 물고기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노령 인구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정의 모습도 달라졌다. 한집에 사는 사람의 숫자는 줄고, 대신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각종 반려동물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개나 고양이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가족관계증명서에 개와 고양이를 등록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의 수가 급증하다 보니 이들을 양육하는 데 필요한 상품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경제니,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관련 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반려동물을 기러는 1인 가구에서는 돈을 아끼지 않고 반려동물을 위해 쓴다. 어쩌면 마지막 남은 블루 오션이라 할 정도로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반려동물은 상품이 아니다.

반려동물의 지위는 가족 구성원으로 격상했다. 가족한테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마음을 반려동물에 투영해 이들에게 고급 사료나 간식을 사서 먹이려 한다. 또 개나 고양이가 즐겁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들도 불티나게 팔린다. 바야흐로 반려동물들을 위한 시장의 문이 열리는 중이다.      


https://www.korea.kr/news/cardnewsView.do?newsId=148860235



“4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코 색이 옅고 사시가 있네요. 30만 원으로 내리고, 30만 원에 5번 참가자 낙찰”     

그렇지만 사회 한구석에는 버젓이 생명체인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판다. 대전의 개 전문 경매장에서 팔린 몰티즈 ‘88-3’의 낙찰가다. ‘88-3’은 3월 5일 충남 금산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삼 형제 중 하나로 태어났다. ‘88-1’, ‘88-2’라는 이름표가 붙은 나머지 형제들은 각각 30만 원, 37만 원에 다른 곳으로 팔렸다. 이 이야기는 지난주(18일) 날짜 중앙일보 일 면에 실린 반려동물 기사의 내용이다.      


이들이 태어난 곳은 일가족이 운영하는 번듯하고, 관리를 잘한 번식장이다. 그렇지만, 번식자들에게 개 사육의 대형화는 수익과 직결돼 있다. 돈이 되니까 대량으로 개들을 양육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불법 번식장의 상황은 더 참혹하다. 개들은 1년에 몇 차례나 강제 임신을 당한다. 낳은 새끼들을 빼앗겨 모성을 베풀 틈조차 없다. 폐경이 없는 강아지는 노견이 되어서도 새끼를 낳아야 한다. 더는 새끼를 낳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지면 도살장에 넘겨져 죽는다.


참,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돈이 되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이건 너무하다.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반려동물은 돈 만드는 기계가 아니고, 그렇다고 식용의 대상도 아니다. 소중한 하나의 생명체로 봐야 할 것이다. 그 길이 펫코노미의 불편한 진실을 극복하는 길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외로워 사회를 만들고, 가족을 이루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사회는 분화하고 파편화했다. 가족도 빠른 속도로 해체하고, 1인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다시 외롭고 고독하게 된 인간은 반려동물을 가까이 두기 시작했다. 배신하지 않고, 삐치지 않고, 오직 보호자만 바라보는 반려동물을 통해 외로움을 달랜다. 언젠가 가족관계증명서에 반려동물이 오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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