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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y 19. 2023

네 다리가 절단된 한국 강아지, 미국 영웅견이 되다.

【犬문학 산책 2】


치치, https://www.fnnews.com/news/201810050920077672


네 다리가 썩은 채 발견된 유기견

며칠 전 '강아지 키키와의 날카로운 첫 만남'을 글로 썼다. 내친김에 반려동물 이야기를 제대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 제목도【키키와 친해지기】에서【犬문학 산책】으로 바꿨다. 이제부터 사람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오늘은 한국에서 네 다리가 절단된 비운의 강아지가 미국으로 건너가 영웅견이 된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2018년 미국동물보호협회는 강아지 ‘치치’를 테라피 도그(therapy dog, 치유견) 부문에서 ‘올해의 영웅견’으로 선발했다. 치치는 네 다리가 없는 개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인에게 버림받고 썩은 네 다리를 절단한 비운의 불구견이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개다. 그런 치치가 어떻게 미국에서 치유의 영웅견이 되었을까? 여기에는 기막힌 반전 스토리가 있다.


2016년 1월 초 살을 에는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날이다. 경남 함안 시골 마을의 좁은 논두렁 옆에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지나던 사람이 비닐봉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봤다. 그 사람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검은 봉지를 풀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비닐봉지 안에는 네 다리가 피에 젖은 압박붕대에 감긴 강아지가 들어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산 채로 그렇게 있었던지 강아지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사람은 서둘러 봉지를 풀어 강아지를 꺼냈다. 강아지의 네 다리뼈가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썩어 있었다. 오랜 시간 압박 붕대를 감아두는 바람에 피가 통하지 않아 다리가 썩어버린 것이다. 피로 얼룩진 지저분한 붕대를 감은 강아지는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 겨우 목숨이 붙어 있었다. 강아지의 처참한 몰골에 사람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이토록 잔인하게 강아지를 내버린 사람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 치료했으나 강아지의 다리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피와 고름이 뒤엉켜 붙은 다리는 심각하게 썩어 있었다. 여러 차례의 수술 끝에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극한의 고통과 절망 속에 기적처럼 강아지는 살아났다. 그런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강아지는 ‘치치’라는 이름을 얻었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과 두 다리가 없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목사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인 ‘닉 부이치치’의 이름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http://www.segyefn.com/newsView/20111007000528


미국의 영웅견이 된 치치

국내에서는 ‘치치’같이 네 발이 없는 장애견을 입양할 희망자가 없었다. 치치의 안타까운 소식이 해외까지 전해졌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멀리 미국에서 치치를 입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한국에서 장애를 얻은 치치를 멀리 미국에서 받아준다는 사실에 입맛이 씁쓸하다.


2016년 3월 11일 치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 피닉스에 사는 새 가족을 만났다. 치치를 입양한 미국인 부부는 먼저 치치의 잘린 발에 맞는 인공의 발을 선물했다. 비록 치치의 다리는 짧아졌지만, 보조 다리를 착용해 걸을 수 있게 됐다. 치치는 짧은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내리고, 산책도 즐겼다. 새로운 가족의 배려 덕분에 치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보조 다리에 적응한 치치는 늘 밝은 얼굴로 활달하게 생활했다. 이런 치치의 모습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두 다리를 절단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치치를 보면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치치는 치료견이 되어 피닉스의 병원들을 방문해 환자들을 만났다. 그런 치치의 헌신적인 활약으로 장애를 입은 환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런 치치의 활약상이 미국 전역에 알려져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치치는 치료견으로 맹활약했다. 환자나 장애우들은 그런 치치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치치는 그들에게 큰 위안과 행복을 듬뿍 안겨주었다. 그런 공로로 치치는 2018년 치유견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영웅견으로 선발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치치는 암에 걸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2019년 2월 4일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치치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의 눈물샘이 폭발했다. 


우리 주위에는 반려견을 사랑하고 가족처럼 대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만난 키키의 보호자들도 키키를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치치를 그렇게 내버린 사람은 참 나쁘다. 한국에서 네 다리를 절단한 치치를 우리가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못내 아쉽다. 그렇지만, 치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영웅견으로 거듭나 견생 역전에 성공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의 삶, 생각, 사고 등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에는 치치와 같은 헌신적인 강아지의 생각과 이야기를 소개하고, 그들에 관심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조금은 낯설고 생경하지만, 이어질 반려동물 이야기를 【犬문학 산책】이라는 시리즈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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