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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y 16. 2023

강아지 키키와의 날카로운 첫 만남

【犬문학 산책 1】

전성기(4~5세) 때 키키



키키, 성깔 있는데..

“왈왈~~~!!”     


이게 뭐야? 주먹만 한 강아지가 만나자마자 겁나게 짖어댄다. 뭐 낯선 사람이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거 첫 만남부터 심상찮다. 덩치는 쥐방울 크기인데 목청은 라이언 킹에 버금간다. 얼굴은 귀여운데 사납기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냄새 맡게 하세요!!”     

 

키키의 보호자인 후배가 말한다. 가까이 가니 내 바지를 코로 킁킁댄다. 일단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분한다. 딱 보면 우군인지 알 만도 하건만 계속 여전히 짖어댄다. 강아지 아빠가 간식을 한 알 꺼내서 내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그걸 키키한테 주라고 한다. 그걸 날름 받아먹고는 조금 조용해진다.   

   

몇 걸음 떼자,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고는 또 냅다 짖기 시작한다. 뭐 이래? 간식까지 줬는데 또 싫어한다고? 그 참 약발이 이리 짧아서 오늘 중으로 사귈 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선다. 다시 냄새를 맡으려고 다가온다. 이참에 제대로 점수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었다.      


이크, 물릴 뻔했다.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손등을 스쳤다. 재빨리 뺏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녀석에게 제대로 물릴 뻔했다. 아차, 실수다. 키키같이 공격성 있는 강아지와 만난 지 얼마 안 돼 쓰다듬는 건 조심해야 한다. 그것도 허리를 숙여 쓰다듬는 행위는 강아지로서는 오히려 내가 해코지하는 걸로 오해한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나는 원래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적 옆집 개한테 물린 아픈 기억이 남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옆집 개는 덩치 큰 믹스견이었다. 갑자기 달려들어 팔을 무는 바람에 얼마나 혼났는지 모른다. 지금도 덩치 큰 녀석들이 옆을 지나가면 기분이 별로다. 그런 내게 후배가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권한다. 나는 강아지 키워볼 마음은 없지만, 후배가 강아지를 키우니 너무 행복하다고  해 긍금하기는 했다. 그래서 언제 키키를 한번 보자고 말했던 것이다.


사실 키키와 만나기 전에 유튜브의 강아지 이야기를 열심히 시청했다. 의외로 강아지들의 귀여운 점을 많이 알게 됐다. 특히 댕댕이들은 하나 같이 귀엽고 앙증맞다. 그렇지만 아무리 덩치가 작고 귀여워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강아지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문가들은 공격성 있는 강아지와 처음 만날 때는 서서히 다가가라고 강조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전에 돌입하니 그걸 잊었다. 급하게 친해지려고 손을 내밀다 키키의 날카로운 이빨이 손등을 스치는 사태를 초래했다.     

 

키키, 날카로운 첫 만남

지금의 키키


키키는 올해 12살 된 강아지로 후배가 키우는 강아지다. 사람의 나이로는 70줄에 접어든 나이다. 요즘 의학이 발달해 사람이든 강아지든 그 정도 아니래도 힘차게 활동한다. 어쨌든 키키는 어르신으로 모셔야 마땅할 나이다. 덩치가 워낙 작은 몰티즈라 귀엽게 보여 나이가 한참 어린 줄 알았다. 하기야 그 정도 나이면 성질 죽일 때도 됐는데 앙칼지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키키는 태어난 지 1~2개월 만에 후배가 입양했다. 그 후 집에서만 자랐고, 가족들하고만 운동을 다녔다. 집에서 후배와 후배 부인 그리고 따님, 이렇게 사람하고만 생활했다. 모르고 사회성 교육하는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러다 보니 낯선 사람이 방문하면 정신없이 짖어댄다고 한다. 키키 눈에는 가족 말고는 온통 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나라고 예외일 수 없다. 사실상 오늘이 첫 만남이라 무척이나 날카롭다. 처음에는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렸다. 그러다가 매일 다니는 공원으로 후배와 키키 그리고 나, 세 사람이 걷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는 눈길 주지 않고 걸어가니 경계심이 누그러져 나를 보고도 더는 짖지 않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했으니 이만하면 첫 만남치고는 훌륭한 편이다.      


후배와 강아지가 산책하는 모양을 보니 무척 흥미롭다. 강아지와 대화하면서 걷는다. 말을 알아듣거나 못 알아듣거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간에 풀 냄새를 맡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들고 영역 표시도 한다. 가로등 받침대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도 하고, 나무 밑동에도 입을 대본다. 강아지는 직전으로 곧장 가는 법이 없다. 여기저기 온갖 데 호기심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보호자는 강아지의 모습을 쳐다보며 기다린다.    

  

키키는 다른 강아지를 불 때마다 극도로 흥분하다. 두 다리를 곧추세우고 금방이라도 달려갈 것 모양새다. 강아지가 착용한 하네스가 없다면 큰 사달이 날 것 같다. 흥분해 씩씩대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공격성을 나타낸다. 얼른 키키의 눈을 돌려 강아지를 못 보게 만든다. 그러면 금방 얌전해지는 걸 보니, 키키는 착하긴 한데 사회성이 조금 모자라나 보다.  


강아지는 태어난 후 8주에서 16주 사이에 사회성을 익혀야 한다. 이 시기에 사람과 강아지를 많이 만나 나쁜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 외에 모든 대상을 위험한 존재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성이 너무 떨어지면 주위 사람이나 다른 강지들을 맹렬히 짖어댈 수 있다. 때로는 너무 위협적이라 아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일도 벌어진다.


후배 가족이 처음 키키를 입양했을 당시에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아직 어린 키키가 감기에 걸릴까 봐 6개월 동안 아파트 밖 세상을 보여줄 기회를 놓쳤다. 그 바람에 키키가 사회성이 그리 심하지 않지만, 다소 약해진 결과를 초래했다. 가족들은 지금 같았으면 분명 그리 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도 키키가 그만하길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키키는 생각보다 심하게 공격적이지는 않은 작고 순한 녀석이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경계심이 한결 누그러졌다. 나와 눈이 마주쳐도 짖지 않는다. 하긴 중간에 키키가 좋아하는 고구마 간식을 두 번이나 줬으니 조금은 친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에는 하이톤으로 “키키야 잘 가~~”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도 조용한 걸 보니 날카로운 첫 만남을 무난히 끝냈나 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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