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부 장관에 응모할까?

【우리 안의 치매 24】

by Henry
사진 출처 Pixabay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 장관이라

그 참 법무부나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외로움부라? 정부에서 이런 부서를 만들면, 장관 자리에 응시해 볼까. 나도 웬만큼 고독과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이 잘할 거라고 믿어. 곰곰히 따지고 보니, 사람은 누구나 고독과 외로움을 경험하지. 그러니까 내가 특별히 더 외롭고 고독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구먼. 게다가 국가 기관의 장을 공모하지는 않을 거니, 김칫국물을 한 사발 들이켠 기분이야.


얼마나 외로운 사람이 많으면 외로움부를 만들었을까? 영국은 2018년 1월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설치했어. 이걸 '고독부'라 번역하기도 하지만, 고독과 우울은 엄연히 다르다고 이야기했어. 어쨌든 영국 정부는 우울증, 외로움, 분노 같은 마음의 질병을 개인한테만 맡기지 않겠다는 거야. 연령별 개인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세상은 외로움을 국가 기관이 다룰 정도가 됐어. 심리적 외로움과 공간적 고립이 동시에 나타나면 더 문제야. 경제력을 상실한 중년 이후의 사람이 특히 그래. 외로움과 고립이 깊어지면 몸도 나약해지고, 쉽게 병에 걸리기도 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만성 질병의 고통을 경험해. 쪽방에 혼자 사는 중년 남성의 고독사가 뉴스를 장식하는 것도 익숙한 장면이야.


외로움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고, 남의 나라 문제도 아니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라고 해. 매년 남성 고독사가 여성 고독사에 비해 4배 이상 많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매년 50% 이상)로 확인되었어. 최근 5년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남성 고독사 10.0%, 여성 고독사 5.6%라고 하니 무시 못 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어.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라. 왜 중년 남성의 고독사가 이렇게 많을까? 중년 여성보다 중년 남성이 돈이 없어서 그럴까? 그건 아닌 것 같아. 중년 남성은 집안일에 서툴고, 건강 관리에 신경을 덜 써. 실직이나 이혼이라도 당하면 삶의 기반이 와르르 무너지지. 청소나 빨래를 제대로 해본 경험도 없고, 요리라곤 삼시 세끼 라면이라면 말 다 하는 거야. 남성은 나이가 들어서도 외로움울 덜 느끼려면 체질을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돼.


여성은 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능력을 갖췄어. 웬만한 어려움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 줄 알지. 지하철 옆자리에서 우연히 같이 앉은 중년 여성들이 말을 붙이고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해. 그렇지만 그런 여성 특유의 친화력이 무뚝뚝하고 고집스러운 중년 남성보다 고독사를 크게 줄여 주는 거야. 새로운 친구를 사귈 줄 모르고, 변변한 취미조차 없는 고리타분한 중년 남성을 환영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평범하게 사는 일이 평범하지 않아

경쟁의 논리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이 된 지는 오래됐어. 일단 이기고 봐야지, 지면 모든 게 끝이야. 일등이 성과를 '몰빵'으로 가져가는 게 일상사가 되었어. 유치원 아니 요즘은 그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경쟁을 시작하지. '이겨야 산다'는 말은 승리주의의 사고에 물들게 했어. 정글에서 존재하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서는 '너 죽고 나 살자'는 비장한 구호가 됐어. 뭐 그걸 거창하게 신자유주의의 병폐라고 말할 것까지도 없어.


자본주의는 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강요하잖아. 올라갈 자리는 몇 개 없고 경쟁자는 차고 넘쳐.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동료를 물리치고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내가 잘려 나갈 판이야.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동료가 적이 되고 친구가 등을 돌리는 건 한순간이지. 직장은 살벌한 전쟁터가 됐어. 스트레스가 뭐 별다른 게 아니야. 직장 생활에서 받는 경쟁의 압박이 제일 심한 스트레스야.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다고 말했잖아. 경쟁에서 탈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엄청나. 일차 관문은 대학 입학이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그래도 삶이 한결 수월해. 그렇다고 모두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초중고 내내 공부 스트레스가 아이들을 짓눌러. 이거야 제대로 두뇌가 자리를 잡을 수나 있겠어?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머리에 병이 드는 거야.


좋아, 어렵사리 대학에 입학했다 치더라도 그게 끝이면 얼마나 좋을까? 산 넘어 산이 아니라, 산 넘어 태산이야. 취업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어. 대학 4년 내내 취업 걱정이 머리를 떠날 시간이 없어. 취업을 향한 경쟁은 대학생의 필수 평생 과업이 되었어. 고학력과 고스펙을 쌓아도 불안해졌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청년들에게는 ‘평범한 삶’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이 되었어.


지금까지 이야기는 흙수저나 무수저들의 이야기야. 금수저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달라. 하다못해 동수저라도 갖고 나온 친구들은 그래도 한결 든든하지. 아, 시험으로 좋은 부모를 선택한다면 아마 밤새 머리 싸매고 공부할 형편이야. 천륜을 저버리라는 생각이라고 욕먹기 딱 좋을 거야. 평범한 부모의 자식들은 그만큼 현실이 고단하다는 뜻이야.


직장 생활도 외로워

그래, 열심히 노력해서 취업했다 치자.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이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전문직이나 공무원이라면 다행이야. 그런데 그런 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 게 문제야. 대부분 사람은 직장에 다니지. 갑질하는 상사를 만나기라도 하면 직장은 곧 지옥이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견딜 수밖에 없어.


뭐 직장 다니기 싫으면 화끈하게 사표들 던지면 되지. 정말 상사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면 한판 붙을 수도 있어. 그러면 스트레스받을 일 없는 자유의 몸이 되잖아. 문제는 돈이야. 먹고 살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야 사표를 쓰든, 사업을 하든 뭔 걱정이 있어. 그게 안 되니까 문제지.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자니 밖은 엄동설한이야.


과도한 경쟁을 다 큰 어른도 견디기 벅찬데,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겠어? 어른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할 거야. 경쟁이 주는 심리적 압박이 아이의 영혼을 멍들게 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좋아. 외로움은 어른들 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세대의 문제야. 자칫하면 정신줄을 놓치기 쉬운 세상이니, 아이의 정신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기우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해. 두뇌 발달 단계에 맞춘 공부를 시키는 게 좋아. 조기교육이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아이의 정신 근력을 잘 보고 시키는 게 좋을 거야. 그걸 무시하고 정신 근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학습을 강요하면 어떻게 될까? 정신 근육인 뉴런과 시냅스가 파열할 수 있어. 자칫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심리적 고립의 길을 선택해 외로움에 치를 떨지도 몰라.


아참, 한 가지 더 할 이야기가 있어. 나이가 들수록 남성들은 여성보다 외로움에 더 쉽게 감염돼. 수다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의 정신 건강이 쉽게 약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야. 남성들은 고민을 남에게 쉽게 이야기 잘 안 해. 목표 지향적인 삶에 익숙한 그들은 문제를 해결해야 말을 해. 반면에 여성은 관계를 잘 맺는 삶을 살아. 꼭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는 거야. 대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주는 심적 부담을 털어버린다는 거지.


그렇다면 남성들이 해야 할 일이 있어. 수다의 즐거움과 긍정성을 배우자는 거야.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취미 생활도 만들어야 해. 허구한 날 산에만 오르고 살 수 없잖아. 악기를 배우든, 그림을 그리든 배워서 남 주나? 자기 건강을 자기가 챙기려면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해. '삼식이 새끼'라는 핀잔을 들으면서 아내의 밥에 목메는 것도 힘들잖아. 남성은 더 부지런해야 하고, 더 깔끔해야 해. 그래야 나이가 들어도 덜 외로울 수 있는 거야. 남자아이들도 이런 걸 배워야 한다면 성차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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