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치매 20】
감독이자 공격수인 전두엽
'오늘도 무사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끔 택시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야. 그때만 해도 택시를 타면 현금을 냈지. 지금처럼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없었던 시절이야. 웬만한 택시 기사는 그날의 사납금을 채우고 남는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 그걸 노린 택시 강도가 습격하는 바람에 살해당하거나 크게 다치는 택시 기사들이 많았어. 그래서 가족들이 위험한 일을 당하지 말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기 사무엘>의 사진과 글을 달아준 거야.
요즘 들어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되뇌곤 해. 치안이 완벽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묻지 마 흉기 난동' 때문에 불안해서 살 수 있나. 이러다간 호신용 장비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걱정돼. 예전에는 딸아이 안전에 노심초사했는데, 이제는 아들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안전을 염려하게 됐어. 기술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잔인함도 진화하는 걸까? 두려움과 걱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야.
게다가 모방 범죄까지 일어날 조짐을 보이니 보통 사람의 걱정이 깊어만 가. 이런 사건이 처음 발생할 때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난리가 나지. 마치 세상이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것 같이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져. SNS의 발달은 사람들이 자극에 쉽게 둔감하게 만들어. 그러다 보니 새로 벌어지는 사건은 그전의 사건보다 더 흉측하고 잔인해. 왜냐하면 더 센 자극을 줘야 이슈가 되니까 말이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난동을 부린 사람들의 멘털에 문제가 있다는 거야. 그들의 정신세계가 이상을 일으켰다는 거지. 이들 중 일부는 뇌 구조에 이상이 생긴 기질성 장애를 앓고 있어. 또 다른 사람은 일부는 '대인기피증'이나 '분열성 성격장애' 혹은 '분노조절 장애'를 가졌다고 해. 이들은 뇌 구조의 이상과 일부 관련이 있지만, 그보다는 정서적 장애가 더 큰 원인이라고 진단해.
정리하면 최근 일어나는 '묻지 마' 폭행의 가해자 일부는 뇌 구조에 이상이 있다는 거야. 두뇌 전두엽의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지. 물론 그렇다고 모든 두뇌 기질성 장애자가 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야. 치매 환자만 해도 그래. 병을 간호하는 보호자는 힘들지만, 치매 환자가 반사회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야. 진짜 위험한 사람은 인내와 자제의 전두엽을 망가지고, 대뇌 속의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야.
전두엽의 이상이 왜 이리 큰 문제가 될까? 우리 뇌는 겉으로 보면,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으로 이루어졌어. 전두엽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각기 언어, 시각, 공감각 등의 정보를 처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어. 두정엽, 측두엽, 그리고 후두엽은 두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 저장된 정보와 비교한 후 적절히 가공해서 최종적으로 전두엽에 보고하는 일을 하고 있어. 이렇게 모인 자료를 보고 전두엽은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감각기관으로 명령을 내리지.
축구로 따지면 전두엽은 감독이자 공격수라고 할 수 있지. 두뇌의 각 영역에 작전을 하달하고 정보를 보고 받지. 그렇게 올라온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최종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전두엽이야. 마치 축구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올려주는 공을 전달받은 감독이자 공격수가 마무리 슛을 날리는 것과 같아. 감독이 다치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다른 포지션의 선수가 제아무리 잘한다 해도 게임의 결과는 엉망진창이 되겠지. 공격수이자 감독이 비정상이라면 팀플레이고 뭐고 게임은 물 건너가.
전두엽이 고장 났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이야. 전두엽은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고, 참고 인내하고 사유하는 기능을 담당해. 전두엽이 문제가 되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갑작스레 화를 폭발하는 경우가 많아. 전두엽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야.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난폭해지는 사람이 문제야. 이런 사람은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몰라.
자극의 내성과 습관화가 문제야.
뇌의 기능성 장애란 말 그대로 뇌의 기능이 고장 난 거야. 몇 차례 강조했지만, 우리 뇌는 뉴런과 시냅스가 잘 연결되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해. 그런데 어떤 아이는 뇌 회로의 장애를 갖고 태어나. 정말 가슴 아픈 일이야.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안 좋은 이유로 아기의 뇌에 이상이 생긴 거야. 아이를 임신한 산모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그만큼 중요해.
태어날 때 뇌가 정상이라도 자랄 때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잘 알겠지만, 스트레스는 신체와 정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특히 뇌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뇌 구조 변화를 유발하고, 인지 장애를 일으켜. 게다가 감정 조절과 분노 조절에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양육 과정이 잘못되면 전두엽의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야.
사람의 두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50조 이상의 시냅스로 이루어졌어. 복잡하기로는 은하계보다 더 하다고 할 수 있어. 사람의 뇌가 완전히 성숙하고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20~25년이 걸린다고 해. 이 기간에 스트레스, 정신적 학대, 억압, 트라우마 등의 정서적 불안 현상이 없어야 해. 아이가 자라는 환경과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 교육 환경 등이 큰 영향을 끼쳐. 아이가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없어.
문제는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야. 특히 부모의 학대는 아이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마음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빨리 치료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것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지.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와 트라우마는 무시무시한 분노로 자라나지. 세상을 원망하며, 머릿속에서 독이 한층 오른 독사처럼 똬리를 틀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물어버리지. 우연히 독사가 있던 숲길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물리는 그런 일이 벌어져.
‘자극의 역치'란 말이 있어. 우리는 외부 자극에 반응을 보여.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강도를 말해. 스트레스를 자주 받고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심리적 역치가 굉장히 낮아져. 누가 조금만 자극해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폭력적으로 행동하지. 어떤 경우에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남을 해치고 '묻지 마' 난동을 부리기도 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런 일이 숙질까? 그러면 참 좋겠어.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반대로 흉측함에 내성이 생기고 그것을 습관화할 것 같아. 자극에 둔감해지고 역치는 낮아지겠지. 그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환경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해. 주위를 한 번 돌아봐. 치열한 경쟁, 승자독식, 사다리 걷어차기, 공정하다는 착각, 일등주의, 능력 제일주의 등등 셀 수 없는 정서적 억압이 존재해.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개인이 무얼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야. 그렇지만 우리 자신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지. 그건 다음 이야기로 넘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