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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침팬지의 모험적 결단과 인간의 탄생

by Henry

용감한 자가 세상을 지배하고

모험가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

별난 침팬지의 모험적 결단이

인류를 만든 걸 보니 사실인가 봐



'오스트렐라피테쿠스' 출처 나무위키


인류 최초의 모험적 혁신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별난 사람이 세상을 바꾼 예를 어찌 다 셀 수 있겠어. 대다수가 의심하고 비웃을 때도 자기주장과 믿음을 굽히지 않고, 용감하게 도전한 별난 인물들이 많아. 가톨릭의 힘이 막강하던 시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코페르니쿠스가 있고,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 아시아를 향해 항해했어. 라이트 형제는 동력 비행기로 인류 최초의 성공적인 비행을 이루어 냈지. 현대에 와서는 애플의 공동 창업자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모바일 기술 생태계를 바꾼 스티브 잡스도 그 목록에 이름을 올렸어.


자연환경의 변화는 생명체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자 새로운 도전이야. 과거의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나무 위의 영장류에게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했지. 도전에 빠르게 대처한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 변신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생명체는 멸종되거나 아무런 발전 없이 생존했어. 자연환경이 변하면, 그것에 적응하고 살아남기까지 적어도 수만 년에서 수십 만년의 시간이 걸려.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이 때문에 생겨났다고 보면 돼.


아주 오래전, 지구의 기후는 큰 변화를 겪었어. 기온이 점자 건조해지고 강우량이 줄어들었어. 그 바람에 각종 진기한 식물과 동물이 살던 정글은 사바나 초원으로 변했지. 이러한 환경 변화는 정글의 침팬지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했어. 나무 위에서 그대로 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했어. 그때 모험심 많은 별난 침팬지는 정든 나무를 떠나기로 결심했어. 그는 땅으로 내려왔고, 이들의 선택이 인간 탄생을 위한 첫걸음이 되었어.


참, 여기서 '별난 침팬지'라는 말을 정의하고 계속할게. 앞으로 시리즈 전체에서 땅 위의 생활에 도전한 우리의 조상, 한때 침팬지와 형제였던 그들을 '별난 침팬지'라고 말할 거야. 따라서 이 시리즈에서 말하는 '별난 침팬지'는 현재의 침팬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말하자면,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인 영장류를 일컫는 용어로 '별난 침팬지'를 사용할 테니 혼동하지 말았으면 해.


땅으로 내려온 별난 침팬지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어. 더 먼 길을 갈 수 있게 되었고, 더 먼 곳에 있는 신기한 것들을 볼 수 있었어. 새로운 사냥감을 포획하며, 땅 위의 다양한 식물을 채집하기도 했어. 이렇게 영장류 조상이 나무 위의 생활에서 벗어나 땅에서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약 600만 년 전후에 일어난 일이야. 그 이후 많은 변이와 적응의 시간을 거치면서 오늘의 인간이 태어난 거야.


만일 별난 침팬지가 모험적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고, 심지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없었을 거야. 인류는 존재하지 않고, 그나마 머리가 상대적으로 좋은 침팬지와 원숭이의 세상이 되었을 거야. 물론 그들은 여전히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비유하자면, 별난 침팬지의 선택은 인류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문명의 발생을 이끈 인류 최초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지.


최초로 땅에 발을 디딘 별난 침팬지의 정식 이름은 남방 원숭이라고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Australopithecus'야. 이들은 자유롭게 두 발과 두 팔을 사용하게 되었어. 그들은 두 발로 식량을 찾아 멀리, 더 멀리 떠나갔어.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빠르게 진화했어. 그들은 채집하고 사냥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무 위의 영장류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어. 이제 그들은 문명의 길로 들어서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었어.


왜 그렇게 많은 호모 종(種)이 등장했다가 사라졌을까?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구해야 했고, 자연은 늘 힘들고 무서운 상대였어. 생존에 필요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인간의 진화를 이끈 원동력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었어. 지금과 전혀 다른 환경과 낮은 지적 수준을 갖춘 별난 침팬지는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겪은 많은 적응과 변이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어.


별난 침팬지가 호모 사피엔스로 오는 과정은 몇 차례 호모 종(種)의 출현과 멸종을 경험했어. 최초의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 하빌리스로 대체되고, 그들이 떠난 자리를 호모 에렉투스가 채웠어. 그 뒤 크로마뇽인을 지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어. 물론 이들 영장류와 영장류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이런 진화를 받아들이고 있어.


별난 침팬지의 후손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패권을 차지한 것은 다른 어떤 호모 종이나 생명체보다 우수한 두뇌 덕분이야. 머리가 좋아지려면 우선 머리 자체가 커져야 해. 말하자면,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져야 그 속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이인 신경회로의 성능도 좋아지는 거야. 두뇌가 더 커진 새로운 호모 종은 그 전의 종을 대체하고 지구에 등장했어. 새로운 종이 등장할 때마다 두뇌의 용량이 증가한 까닭이 이 때문이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뇌의 크기는 지금의 침팬지와 비슷한 500cc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어. 240만~160만 년 전에 살았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뇌 용량은 약 530~800cc로 커졌지. 이들은 점차 영리해져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어. 이 영리함이 인간의 두뇌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어. 180만~30만 년 전까지 존재했던 직립하는 인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뇌 용량은 900~1,100cc로 대폭 성장했어.


별난 원숭이의 뇌는 오랜 시간 진화를 거치면서 크기와 신경 회로의 연결망이 놀랍게도 커졌어.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숙명의 라이벌인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은 1,300~1,700cc로 인류의 조상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이 1,300~1,600cc인 것과 비교하면,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어. 이 둘은 일정 기간 지구에서 동거한 사촌 형제라 할 수 있지만, 지금부터 약 3만 년 전 지구에서 사라졌어.


이처럼 인간의 두뇌가 빠르게 발달하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어. 별난 침팬지가 호모 사피엔스가 되기까지 단지 몇 가지의 변이만 가지고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어. 직립 보행, 불의 발견, 도구의 사용, 언어의 사용, 사회적 관계의 형성, 이를 토대로 한 두뇌의 발달 등 수많은 조건이 작용했지. 언어도 단순히 신호를 주고받는 차원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전달하는 인지적 언어가 돼야 했어.


호모 종의 두뇌 크기를 키우고 발달시키는 데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있어. 바로 불을 이용한 조리법의 발견이야. 불을 이용한 요리는 섭취하는 음식의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어. 더 많은 에너지를 두뇌로 공급함으로써 뇌는 커지고 신경회로의 밀집도도 높아진 거야. 이건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마무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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