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Jul 29. 2022

Selamat pagi! Saya muallim dua

안녕하세요! 저는 이등 항해사입니다.

selamat pagi saya muallim dua

보통 외국인 선원들과 함께 승선한다. 지금 승선하고 있는 선박은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있다. (스무 명 남짓 선원 중 한국인은 딱 4명) 예전엔 필리핀 선원과도 함께 승선했었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에게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기도 한다. 배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말(선내 방송이나 쉬운 단어, 통문장 표현 등)을 타수에게 물어본다. 하나둘씩 물어봤던 단어나 문장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짬짬이 나름 복습도 한다. 이미 배웠던 말을 사용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그 외국어로 답한다. 사주부원들이 인도네시아인이면 점심 먹으러 갤리에 들어가면서 selamat siang! 하고 인사한다. 그밖에 자주 사용하는 말들은 capek(힘들어), ngantuk(피곤해), lapar(배고파), kenyang(배불러), senang(행복해) panas(더워) dingin(추워) hujan diluar!(밖에 비와!), cepat(빨리)등이 있다. (여행 가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도 몇 개 배워놨다.)

가끔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로 짐작이 갈 때도 있다. (단 아는 단어가 문장에 몇 개 있어야 한다 ㅎㅎ)


한 번은… 새벽 당직 중에 당직 타수가 나에게 lapar…(배고파…)이라고 하며 you also lapar?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섞었다) 하며 물어봐서 나도 ‘lapar’이라고 답했다. 그러고 나서 타수가 어떤 말을 나에게 하는데, 처음엔 인도네시아어로 말하는 줄 알았다.


-왜냐면  타수가 가끔 나에게 간단한 질문을 인도네시아어로 해서 내가 인도네시아어로 답하면, 갑자기 너무 자연스럽게 길고 어려운 문장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면 내가 워~워~하면서 ‘Don’t forget, I’m Korean’한다. 타수도 순간적으로 나에게 인도네시아어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여하튼, 타수가 나에게 인도네시아어로 무슨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어로 ‘배고프다’라고 말한 것이었다. 타수는 열심히 한국말을 했고, 난 열심히 인도네시아어로 들은 것이다…. 이런 해프닝이 있은 후, 타수가 한국어 발음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나는 ‘배. 고. 프. 다’라고 또박또박 말해주며 ‘배’는 신체의 배를 의미한다고 설명해줬다. 타수가 삼사초 골똘히 생각하다가 ‘ship’도 ‘배’라고 발음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맞다고 대답해주며 pear도 ‘배’라고 한다고 알려줬더니 한국어 너무 어렵다고 한다.

배배배


+인도네시아어로 ‘배부르다’는 끄냥(kenyang), ‘행복하다’는 쓰낭(senang)인데 발음이 서로 많이 닮아있는 것을 보니 배부르면 행복한 건 한국이든 인도네시아든 똑같은 것 같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한국어를 어려워하듯 나 역시 그들의 언어가 어렵지만 뭐든지 조금씩이라도 배우는 게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어로 대답해줄 때나, 선내 방송을 할 때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것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의 이전글 아스라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