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보내는 편지
1년 8개월 동안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여자친구와 유럽여행 중에 있습니다. 유럽 여행 출발 1주일 전 파리에 테러가 일어나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와 여자친구는 '비온 뒤에 땅은 굳는다'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강행하기로 했고, 다행히도 3주째 무사히 유럽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증권투자를 할 때도 위험 추구형과 위험 회피형이 있듯이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테러 이후 유럽여행은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저의 본래 성향은 위험 회피형에 가깝습니다. 위험을 추구할 때는 위험에 따른 보상이 위험을 한참 뛰어 넘을 때나 하고, 대부분은 위험을 회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 같았습니다. 20대가 끝나기 전에 꼭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모하지만 저의 20대 후반의 선택은 위험 추구형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것 보다 유럽 전역은 안전했지만 제가 방문했던 나라와 도시의 각종 유적지와 박물관, 미술관, 공공기관 등에는 대부분 경찰들이 완전무장한 채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유럽여행은 비수기여서 여행객이 많지 않다지만 테러 이후에 여행객들이 줄었다는 유럽 현지 가이드님의 말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 전까지 저는 유럽여행은 한 적이 없고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에서 배타고 갔던 일본, 고등학교 졸업 여행으로 갔던 중국, 어학원 매니저로 갔던 필리핀, 워킹홀리데이로 갔던 호주 등이 제가 경험한 해외여행입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분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것 같고, 반대로 생각해서 해외여행을 안 해보신 분들에 비하면 많이 나갔다 온 것 같습니다.
유럽여행이 아직까지 대학생들의 로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외여행 정보를 찾다보면 너무나 많은 청춘들이 해외를 누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청춘들이 꿈을 현실로 바꾸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3년 전 15인치 노트북 모니터로 해외여행 다큐멘터리를 수 십 번 돌려 보았던 저 자신, 아직도 팍팍한 삶의 무게에 눌려 가까운 아시아에 있는 나라조차 여행해보지 못한 친구 등 해외여행 특히 유럽여행에 대한 꿈 혹은 로망이 있으신 분들도 아직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여행 중 부모님과 안부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못난 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유럽 여행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편지 쓰듯 글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연재될 편지글 속에서 저는 못난 아들이기도 하지만 하나뿐인 최진선 여사님의 대견한 아들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지를 한 통씩 읽을 때마다 여러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추워지는 겨울 감기조심하세요. 건강이 제일입니다.
바람은 차고, 햇빛은 따스한 12월의 마드리드에서 [나작가] 나용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