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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Jan 19. 2020

시드니 사이더로 살아보기

본다이에서 생긴 일- 휴식을 즐기는 방법

시드니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333번 버스를 타고 20분만 가면 바로 본다이 비치를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버스 안에는 이른 퇴근을 하고 서핑을 하러 가거나 그냥 쉬러 혹은 태닝을 하러 가는 시드니 사이더들이 가득하다.

이글이글 내리쬐는 햇볕에 반짝이는 모래들과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과 바다, 형형색색의 비치타월을 깔고 무심히 선글라스를 낀 채 태닝을 즐기는 시드니 사이더

이 활기찬 행복요소들은 이방인 생활로 지쳐있던 내 마음에 다시금 열정을 들이부었다. ‘아 그래! 오늘도 열심히 산 보상이다!’

잘 챙겨 온 비치타월을 모래바닥에 펴놓은 다음, 옷을 훌렁훌렁 벗고 따끈한 햇빛에 내 몸을 데운다. 행복해~

흡사 찜질하는 느낌

나에게 딱 맞는 휴식

각자의 여유를 존중하기 위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드문 드문 누워있는 사람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누워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다음 노래로 넘어가는 그 쉼 사이에 간간히 들리는 파도소리는 오늘 하루 요동쳤던 감정들을 잔잔하게 해 준다.

2018

내가 본다이에서 쉬는 방법


시드니에 여름이 온 순간부터 퇴근 후 혼자 해변에 가는 건 내 루틴이 됐다. 퇴근 후 바다를 간다는 나의 말에 동료와 친구들은 ‘Lizzy! 너 안 피곤 해? 중독이네 완전 haha’ 라며 고개를 젓는다. 맞아 피곤해 하지만 이게 나에겐 행복을 위한 휴식인걸!!!!!!


드넓은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뜨거운 햇빛을 이불 삼아 눕고! 내 집 안방처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해도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날은 가방에 챙겨 온 달콤한 블루베리를 먹다가 바다를 한참 바라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해풍을 맞아가며 요가 비슷한 스트레칭도 했다가 머릿속을 스치는 번뜩이는 생각이 나면 다이어리도 적고 셀카도 좀 찍는다. 그럼 참 신기하게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 회로가 돌아간다. 이게 바로 내가 시드니에서 찾던 휴식이었어!!

오늘도 꽤나 짠내 나게ㅋㅋ 열심히 살았던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고 덕분에 내일은 더 멋진 나로 살아가고 싶은 열정을 샘솟게 한다. 정말로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가 보다.

책 그리고 모든 게 들어있는 가방 ㅋㅋ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있지? 궁금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면 나처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 태닝오일을 바른 채 엎드려 자고 있거나 혹은 친구들과 바다수영을 하는 사람, 서핑보드를 들고 파도로 뛰어들어가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렇게 다들 자기 방식대로 행복을 누리며 자신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서 휴식을 가지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삶. 시드니 사이더들이 조금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 오늘도 잘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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