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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Mar 05. 2021

이젠 모듈러 아파트의 시대!

스마트 건축이 대세!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미래 주택은 어떻게 변할까요?

작년 도시건축 관련 기업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중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해 아쉬움에 남는 질문이 하나가 있었어요.

'왜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모듈러 주택과 아파트가 각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가?'

그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 미래 건축동향 등 세세하게 공부했는데 저 질문을 받는 순간 정말 머릿속이 하얘지며 겨우 말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모듈러 공법의 장점의 홍보 부족, 인식개선에 대한 소극적 태도'라고 대답했는데 뭐가 정답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모듈(MODULE)이란 건축물을 지을 때 기준으로 삼는 치수를 의미합니다.

기본 모듈은 10cm를 기준 척도로 삼고 복합모듈은 기본 모듈의 배수가 되는 모듈입니다. 수직은 20cm, 수평은 30cm로 기준을 잡는 거예요. 모듈을 기준 단위로 삼으면 건축의 계획상, 생산상, 사용상에 굉장히 편리해져요.

요즘 아주 핫한 USM가구와 비스포크 가전제품도 모듈 디자인의 하나입니다.


- 그럼 이 모듈은 건축에 어떻게 적용될까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컨테이너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는 정확한 규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20피트 컨테이너, 40피트 컨테이너... 각각의 치수를 갖고 있고 쉽게 말해 이것을 쌓으면 가로세로 크기가 딱 맞는 모듈러 건축인 것입니다.



Space box in Netherlands, 출처 : pinterest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런 유닛화(Unit)된 공간의 시도들이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더 이전일 수 도 있겠네요.) 폐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대학교 기숙사로 사용되었어요. 그 외의 모듈러 주택에 사용되는 자재들은 수명이 아주 긴 고강도 강재이기 때문에 재활용,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친환경 건축의 흐름에도 아주 적합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게 모듈러 건축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발전과 다채로운 디자인이 생겨났을 거예요.




- 현재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스마트 건축의 모듈러 주택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약 8-9년 전부터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고 있었어요.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의 공공기숙사,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포스코 외국인 기숙사 등 모두 기숙사이긴 하지만 건물 공정의 80%를 공장에서 끝내고 현장에서 조립하면 공사가 끝나는 방법 때문에 기존 1-2년 소요되는 공사기간을 3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주택공급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기대를 불러모았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많았었나 봐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은 예상한 만큼 절감되지 않았고 하중 문제와 건축구조 때문에 고층으로 건축될 수 없어 마진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건축법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에 대한 비용이 더 상당했죠.

이 많은 단점으로 인해 모듈러 공법은 건축업계에서 잊히는 듯했습니다.


+ 기존 건축공법과 비교!


기존 건축공법은 터파기를 한 후 기초공사를 다지고 그 위 철근, 철골을 세워 콘크리트를 부으며 한 층씩 차근차근 건물을 지었다면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 유닛(Unit)화된 주택 주문이 들어감과 동시에 터파기, 기초공사가 바로 시작됩니다. 건물 뼈대로는 철골을 사용하고 각각의 유닛(예를 들어 컨테이너)을 유닛 치수에 맞춘 철골 틀 안에 끼워 넣고 조립하면 끝입니다.

기존 건축 공법과는 달리 순서에 따른 공정으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 각 층의 콘크리트가 굳을 시간 등의 감소로 비용 감소, 인력비 감소가 충족되는 것이죠.


뉴욕에서 모듈러 공법으로 짓고있는 최고층 호텔 (오토데스크 제공)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건설업계와 건축 공기업, 공공기관이 지향하는 모듈러 주택은 어디쯤 왔을까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은 정부가 제시한 4차 산업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 적합한, 스마트 건축이라는 상위 개념을 정립하고 하위 개념 중 하나로 모듈러 공법을 통한 원활한 주택공급을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현재 국토부 장관인 변창흠 장관의 '신속한 주택공급'이라는 지시 아래 모듈러 공법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변 장관은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주택도시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발주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모듈러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인사청문회에서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모듈러 건축의 안전성과 비용, 건축법 적합 유무 등 걸림돌이 되었던 단점은 어떻게 개선되었을까요.



모듈러 주택, 출처:LH

우선, 기존에는 최대 6층까지 밖에 모듈러 주택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내화, 단열, 방수 등 설비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일체형 주택과는 달리 누수가 심했고 조립식이다 보니 접합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현재 기술개발 연구를 통해 안전요소가 건축기준을 준수하는 수준으로 만들었고 그 외 우려하는 부분인 모듈러 접합부의 품질문제도 보완하여 문제를 해소했다고 해요.

이 단점들의 극복으로 인해 중, 고층 모듈러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는 신내 4 컴팩트시티에 최고 15층 모듈러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고 행복주택 중 일부도 모듈러 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해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모듈러 건축 사업을 더 확장시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모듈러 주택을 정부에서 선도하여 지속적인 연구, 보완한 덕분에 더 다양한 주택의 모습을 보편적으로, 그리고 건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모듈러 건축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해소하는 것 역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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