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그 후 1년, 다시 돌아온 유럽
함께 여행하며 서로 느끼는 것을 공유하는 일은 멋진 일이다.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자의 특별한 날, 생일이라면 더욱이. 우리는 작은 레몬 머랭 타르트에 스파클링 촛불을 꼽았고, 그녀는 소원을 빌었다. 그녀 뒤에는 여행자들의 텐트가 여럿 있었고, 푸른 산이 있었다. 나는 그 소원이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그녀는 내게 소원은 말해도 되는 것인가?를 되물으며 나의 스무고개는 시작되었다. 결론은 소원은 본인만의 것이라는 것, 단지 그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이 나의 몫이었다.
그녀는 내가 아일랜드에 왔을 때, 처음으로 마음을 연 사람이었고, 이미 여행을 많이 다녀본 그녀는 내게 큰 영감이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 우리는 함께 여행을 왔는데, 참으로 닮은 점이 많았다. 5년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친구이다.
그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눈 결론은, 여행에서는 모든 길이 길이고, 정해진 정답은 없었으며 결국은 선택이었다고.
오늘은 두 번째 행운의 편지를 발송했다. 아래 중략된 내용을 함께 첨부하면서.
(중략)
저는 지금 아일랜드의 서쪽 딩글이란 곳에 와있어요. 더블린은 아일랜드의 오른쪽에 있고요. 딩글은 아일랜드 살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근교인데요. 살면서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가보지 못했거든요. 아일랜드는 1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었지만 나의 일상이었고, 한국에서도 일상을 살다 보면 그렇잖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보지 못한 곳들도 있고, 이번에 딩글을 오면서 느낀 것은 다 때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이번에 아일랜드를 오기 위해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딩글을 못 가봤던 아쉬움이었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런 아쉬움은 언젠가 용기로 발현되어 내 일상에서 나타나나 봐요. ㅇㅇ이도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이 작은 것일지라도 매우 소중하니 때가 되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할 거예요. 단, 용기를 내야겠죠. 지금 생각나는 사람, 혹은 생각나는 장소가 있나요?
이번 딩글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는, 아일랜드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룸메이트 언니예요. 홈스테이 이후로 첫 집이었는데,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었거든요. 반지하 아닌 반지하 집에, 거미줄도 가득하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집을 들어가려면 풀숲을 헤쳐 들어가야 했고, 세탁이라도 한 번 하려고 하면 저 멀리 돌아 돌아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가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 집이 좋았어요. 타국에서 하루 종일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들이 많았는데, 그 어려움을 함께 털어놓으면서 서로에게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었거든요. 지금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혹은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인가요?
(중략)
19년 7월 7일 오후 10시 51분.
아일랜드 딩글에서